봄은 왔는데 / 김찬 ...

by kpsung posted Feb 27,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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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왔는데 / 김찬

솔솔바람이 저렇게 애태우며 손짓하는데
옷자락 잡고 놓지 않는 친구야
오랜 잠에서 깨어나
겨우 눈을 뜬 아기 꽃들이
얼굴을 파묻고 움츠려 떨고 있구려

친구야!
이제 나를 떠나게 해 주려무나

그대와 함께 겨울 꽃을 피게한 옛정이
어찌 아쉽지 않을까 만
그대 혼자 씹어야 할 외로움을
어찌 내가 모를까 만

이제 나는 라일락을 피우러
떠나야 하네

봄바람이 빨강 노랑 꽃을 피워서
소녀의 가슴을 설레게 하고
나무마다 꽃 마다 열매를 맺게 하여
산과 들을 발갛게 물들이는
가을이 지고 나면
외로이 쓸쓸하게 서 있을 저 나무 들에

친구야!
우리 또 다시
앙상한 그 가지마다
흰 눈꽃을 피게 해 주어야지

이번에는 어린 천사들이
깔깔대며 좋아할
빨강 눈꽃 옷을 입혀주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