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농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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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RELUDE-

      노년에 이르러 고전 음악에 매우 심취하신 어느 재벌 총수께서
      그가 개인 자격으로 후원하고 있는 교향악단으로부터
      특별 연주회의 VIP 초대장을 받게 되었다.
      그런데 그 날 따라 피치 못할 다른 중요한 모임이 있어
      그 연주회를 참관하지 못할 형편이 되었다.

      재벌 총수 회장님께서는 혼자서 고심하고 있었는데,
      그 날 퇴근 무렵 즈음하여 그 회사의 인사담당 부사장이
      우연히 회장님 방에 들리게 되었다.
      인사담당 부사장을 보자 회장님께서는 부사장에게
      연주회 초대권을 넘겨 주면서 말했다.

      "이번 교향악 연주회 프로그램은 정말 놓치기 아까운 레퍼토리인데
      아쉽게도 내가 못 가게 되었으니,
      시간이 괜찮으면 자네라도 오늘 저녁 연주회에 가서
      내 대신 음악회 구경 잘 하고, 뭐 느낀 거라도 있으면 내일 아침에
      자네 연주회 참관 소감을 차분히 얘기해 주게나 ..."

      ... SCENE - I

      다음날 아침 회장님께서 조금 늦게 사무실에 출근 하셨다.
      그의 책상 위에 메모지가 놓여 있었는데
      개발 괴발 무어라고 잔뜩 적혀 있었다.
      인사담당 부사장이 회장님께 올린 메모였다.

      그 내용인즉 ...

      -Dear Mr. Chairman

      회장님께서 어제 오후에 갑자기 분부하신 대로,
      회사의 다른 중요한 업무도 있었지만 뒤로 미루고,
      시간을 내어 서둘러 교향악 연주회에 다녀 왔습니다.
      또한 연주회 참관에 대한 제 소감을 보고해 올리라 하신
      회장님 지시에 따라 급히 이 REPORT를 작성합니다.

      아직 직원들이 출근할 시간 이전이기 때문에
      TYPIST를 시켜 정서 하지 못한 점 매우 죄송하오나,
      한시라도 빨리 회장님께 보고를 올림이
      또한 제 도리이고 충정이라고 생각되어 그러하오니,
      이 점 아울러 양지 하시기 바랍니다 ...

      ... SCENE - II

      어제 연주회에서 제가 느낀 점 가운데 우선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연주회의 출연 인원이 필요 이상으로 많았다는 사실입니다.
      합창 단원은 계산하지 않고 ORCHESTRA 단원만 따져도
      제 짐작으로는 약 백명 가까이 되는 많은 숫자의 인원이
      함께 출연을 하였습니다.

      제가 이 점을 감히 지적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어느 집단이든 너무 많은 사람들이 함께 모이게 되면
      그 중에는 필연적으로 무위도식 하는 부류의 사람들이 끼어 있기 마련인데,
      이런 측면에서 보자면 어제 연주회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구체적으로 말씀 드리자면, 무대 약간 뒷쪽에 앉아 있는 단원들 중에는
      연주가 계속되는 동안 무대에서 하는 일 없이 그냥 앉아 있는 단원들이
      꽤 많이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물론 그들도 중간중간에 조금씩 연주에 참여하는 듯 보였으나
      그런 때에는 또 다른 놀고 있는 단원이 있었습니다.

      이런 점을 감안하여, 이 사람들간의 업무 분담을 재조정하고,
      놀고 있는 단원의 수을 가능한 한 줄임으로써,
      전체 인원의 감축 효과와 함께 효율적인 인력관리 체제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 다음으로 제가 말씀 드리고 싶은 사실은, 앞서 얘기한 부류와는
      또 다른 부류의 사람들에 대한 제 느낌입니다.

      연주 시작 때부터 연주회 내내 쉬지 않고 비교적 자기 일에 충실했던
      단원들을 주의 깊게 살펴본 즉, 그들 중 많은 사람들이 꼭 같은 일을
      함께 따라 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다시 말씀 드리자면 똑 같은 악기를 갖고 앞 사람이 하는대로
      그대로 따라만 하는 단원들이었는데,
      아마도 같은 소리를 내고 있었을것으로 생각합니다.

      제 소견으로는 소리의 크기 때문이 아닐까 라고 짐작 되오나,
      사실이 그러하다면 최신 AUDIO SYSTEM 기술을 응용함으로써
      간단히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찌 되었든 적은 수의 인원만으로도 충분히 그 목적을 달성할
      방법이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그 많은 인원이 같은 멜로디를
      함께 따라 연주를 해야 한다는 사실은,
      엄청난 인력 낭비라고 밖에 달리 말씀 드릴 수 없습니다.

      ... INTERLUDE

      그리고 회장님께 제가 말씀 드리려는 마지막 사항은,
      이에 관련되는 다른 전문가의 의견을 함께 들어 봐야 하기 때문에
      단정적으로 결론을 내리기는 어렵다고 생각되옵니다만,
      기왕지사 얘기 나온 김에 감히 제 의견을 마저 말씀드리겠습니다.

      ... SCENE - III

      어제 연주되었던 음악을 처음부터 끝까지 자세히 들어본 즉
      중간중간에 같은 음악이 반복되는 부분이 더러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다시 말씀 드리자면 바쁜 시간에 같은 음악을 여러번 반복해서
      들려 주었다는 사실이온데, 시간과 노력의 낭비라고 생각합니다.

      무슨 다른 이유 때문에 그 부분을 반복 연주해야 하는 경우라면
      또 다른 방안을 생각할 수도 있겠지요.

      우선 생각되는 것이 요즈음의 첨단 음향 녹음 기술을 이용하여
      연주시 동시 녹음을 계속하면서, 반복되는 부분에 이르러서는
      그 짧은 동안이라도 단원들은 잠시 쉬게 하고,
      이미 녹음된 부분을 AUDIO SYSTEM을 활용하여
      선택적으로 들려 주는 방법도 있으나,
      그보다는 다른 전문가들을 시켜 연구 검토하면
      더 좋은 방법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 제 소견이옵니다.

      이런 중요한 문제들은 회장님께서
      직접 관여 하셔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제 말씀은 회장님께서 교향악단의 후원인으로
      지켜 보시기만 하실 것이 아니라, 친히 운영 일선에 나서시어
      회장님의 전문가적인 경영 기법을 구체적으로 악단 운영 체제에
      접목시킴으로써, 장기적인 안목으로 볼 때
      악단의 수지 체제를 안정 시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나아가서는 악단의 홀로 서기를 기대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회장님께서 더 자세한 내용의 REPORT를 원하신다면
      시간을 두고 자세히 검토하고 정리하여
      정식으로 다시 보고 드리겠습니다.

      Very truely you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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