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농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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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올린 것을 퍼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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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위하여 손 가는 대로 책을 사 본게 얼마만 인지 모르겠다.

아이의 엄마가 된 후로는 아이에게 좋은 책들을 늘 샀고

너무 인생이 힘들 때는 날 구원할 수 있을 것 같은 책들을 샀다.

2003년 가을이나 되어서 몇 십년 만에 손 가는 대로 시집을 샀고

얼마 전에 피천득 님의 수필 집과 그 분이 좋아하는 시 라는 책을 샀는데

마치 스물 두 세살 때 봉급 날 서점에 들려 한아름 책을 안고 나오던 기억이 나면서

아련한 향수에 젖는다.

두 책에서 그 분이 좋아하는 미국과 영국의 시인과 작가가 비슷하게 여러번 나와서

그 분이 이끄는 맑고 청아한 정신에 세계에서 한바탕 휘젓고 다니다가

심호흡도 하다가 맑은 기운에 취해본다.

피천득 님은 지금 나이가 94세인데 아마 86세에 이 수필집을 냈나보다.

자기 인생이 다 끝나갈 때 그 때쯤 후세에게 이 분들을 자신은 좋아했노라고

귀중한 비밀 처럼 아름 다운 정신 세계를 보여준다.

전철에서 이 책을 읽으며 어디까지 든지 가고 싶었다.

전철만 내리면 왠지 홍수처럼 쏟아질 현실이 갑갑했을까?

키도 작고 볼품 없다고 (?) 본인은 생각하며 나서기 싫어하고

비가 오거나 눈이 오면 비원에 가서

영국 소설처럼 영국 시 처럼 걸어보는 노 신사.

전화를 못 놓아서 친구들이 돈을 모으는걸 알고 할 수 없이 무리해서 전화를 놓는

술도 못하고 춤도 노래도 못하는 신사. 미국 교환 교수로 있을 때 취미는

보스톤에 있는 박물관에 가서 한국 도자기를 한없이 들여다보고

좋은 것이면 무엇이든 딸 서영이와 같이 가고 주고 말하고 싶어한 정에 약한 할아버지.

너무나 일찍 아버지를 여의고 가을 하늘 같은 옥색 모시 한복 같은 어머니를 잃고

그렇게 서영이가 엄마 같아서 한없이 정을 준 할아버지.

바이런, 쉐익스피어, 셀리. 프로스트, 스피노자, 찰스 램, 쇼팽을 사랑하고

가난함을 사랑하고 세계 문인들의 로맨스에 즐거워한다.

이 할아버지가 소개해 주는 시는 하나같이 맑고 투명하여 이런 시인이 사는 지구,

이런 시를 소개하는 청빈한 노 학자가 걷는 단아한 서울이 향기롭다.

그가 좋아하는 시중 몇 개만 옮겨야겠다.


-- 자작 나무 --

( 프로스트 )

나도 한때는 백화 나무를 타던 소년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시절을 꿈꿀 때가 있습니다.

내가 심려에 지쳤을 때

그리고 인생이 길없는 숲속과 너무나 같을 때 얼굴이

달려 얼굴이 거미줄에 걸려 간지러울 때내 눈 하나가

작은 나뭇 가지에 스쳐 눈물이 흐를 때

나는 잠시 세상을 떠났다가 다시 들어와 새 시작을

하고 싶습니다.

운명이 나를 잘못 이해하고

반만 내 원을 들어주어

나를 데려갔다가 다시 돌아오지 못하게 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이 세상은 사랑하기 좋은 곳입니다.

더 좋은 세상이 있을 것 같지 않습니다.



--- 외로운 추수꾼--

( 워즈 워드)

보아라 혼자 넓은 들에서 일하는

저 하일 랜드 처녀를

혼자 낫질하고 혼자서 부르는 저 처녀를

여기서 잠시 쉬든지 가만히 지나가라

오, 들으라 깊은 골짜기 넘쳐 흐르는 저 소리를


아라비아 사막

어느 그늘에 쉬고 있는 나그네

나이팅게일 소리 저리도 반가우리

멀리 헤브리디즈 바다

적막을 깨트리는

봄철 뻐꾸기 소리

이리도 마음 설레리

저 처녀 무슨 노래를 부르는지

말해주는 이 없는가?


저 슬픈 노래는

오래된 아득한 불행

그리고 옛날의 전쟁들

아니면 오늘 흔히 있는 것에 대한

소박한 노래인가

아직껏 있었고 또 다시 있을

자연적인 상실 또는 아픔인가


무엇을 읊조리든

그 노래는 끝이 없는 듯

처녀가 낫 위에 허리 굽히고

노래하는 것을 보았네.

나는 고요히 서서 들었네

그리고 나 언덕 위로 올라 갔을 때

그 노래를 들은 지 오랜 뒤에도

음악은 가슴 깊이 남아있네.


-- 하여간 오랫 만에 읽은 피천득 님의 인연이란 수필집과 내가 사랑한 시

이 책을 통하여 풀 숲에 난 오솔 길, 그 곁의 아름다운 들 꽃, 오랜 피곤을

날려보내는 산들 바람 -- 그런 걸 느끼고 참 좋은 선배님을 모셔서 아로나 향기처럼

감사해서 이 글을 쓴다.


눈오는 저녁 숲 가에 서서

-- 로버트 프로스트--

그의 집은 산골에 있지만
이것이 누구의 숲인지 나는 알것 같다.
그의 숲에 눈이 덮이는 것을 바라다보려고
내가 여기 서있는 것을 알지 못하리라

망아지는 이상히 여길 것이다.
숲과 언 호수 사이
농가 하나 가까이 없는 곳에 서 있는 것을
한 해의 가장 어두운 이 저녁에

무엇이 잘못 되지 않았느냐고
굴레방울을 흔든다.
다른 소리라고는
바람과 날리는 눈

숲은 아름답다. 어둡고 깊다,
그러나 나는 지켜야할 약속이 있어
자기전에 가야 할 먼 길이 있다.
자기 전에 가야 할 먼 길이 있다.

2004-02-14
  • 이용분 2005.06.04 00:00
    윤은숙 후배님 반갑습니다.

    나도 피천득님의 글을 아주 좋아 합니다.
    그래서 그분의 글을 대할때면
    고고한 오라버니의 글을 대하듯

    잘 가추어진 작은 정원을 거니는 듯한
    경이와 친밀을 동시에 느끼게 하는 분이지요.

    그분의 일본인 첫사랑 이야기도
    우리 세대에 있었던 은근하고
    독특한 사랑 이야기를 음미하게 하는 부분이지요.

    오랫만에 여러 유명한 시인들의 글도
    감상할 기회를 갖게 되어서
    반갑고 고마웠습니다.^^

    항상 헹복하시고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05년 6월 6일 이용분 (7)
  • 윤준근 2005.06.04 00:00
    선배님 반갑습니다.
    얼마전 미장원에서 한 여성 잡지를 읽는데
    피 선생님 인터뷰가 나와서 다시 생각하다가
    옮겨 보았습니다.

    일상을 이루는 작은, 소소한 것들을 사랑하고
    어떤 이는 아주 많이, 어떤 이는 그냥 사랑하면서
    그렇게 삶이 죽음과 다르지 않듯
    음악과 책 속에서 사시는 모습이 엿보였습니다.

    향기로운 비누를 싼 종이에서는 그 향이 난다고 하든데 아무리 노인이라도 웬지 소년 같은 얼굴이었습니다.

    참 곱구나, 그런 느낌을 받고 옮긴 것입니다.
    저도 그럴수 있었으면 하고요,

    향기로운 초여름, 선배님도
    항상 건강하시고 기쁨이 충만 하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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