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쪽 같이 고고한 선비 처럼 ....

by Skylark posted Mar 10,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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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쪽 같이 고고한 선비 처럼 ....

      웰빙시대에 맞추어 하천을 잘 살려서 주민들의 아늑한 휴식공간을
      만들려는 市의 노력의 결과인지 어느날 부터인가 탄천에 야생 기러기
      같기도 하고 오리 같기도 한 새들이 여러 종류의 새들과 함께 서식하기
      시작 하였다.

      어름 위에서 꽁지 꼬리를 깝짝거리며 먹이를 구하는 도요새 같은 새도
      있고 이따끔 머리위에 가늘고 하얀 깃을 꽂은 흰 해오라기 새도 보인다.
      기러기들은 처음에는 대여섯마리가 무리져 헤엄쳐 다니는걸 보고는
      신기하여

      아! 저게 야생 오리가 아닌가?
      그러나 겨울이 되면 북쪽으로 돌아 가겠지 하고 떠날 손님 보듯
      하면서도 여기서 월동을 하겠는가 하고 궁금해 하던차

      여기서 알을 나서 품으며 터를 잡았는지 이제는 상류로 부터 중류에
      이르기까지 골고루 분포되어 여러 무리의 오리들이 제가끔 끼리끼리
      어울려서 평화롭게 살고 있다.

      그러나 그들의 깃털 색깔이 흰색과 진한 갈색이 섞인 얼룩덜룩한
      보호색이라 좀 멀리서는 개울에 있는 돌맹이와 분별이 안되어 기슭에
      있을 때나 건너편쪽에 앉아 있을 때에는 여간해서 알아 보기가
      힘이 든다.

      그래서 이들을 보려면 몰래 살금살금 다다가서 조용히 앉아서 구경을
      해야 된다. 나는 이들을 사진 찍기를 아주 좋아하는데 이렇게 사람을
      멀리하니 여간해서 순간 포착을 하기가 힘이 든다.

      그런데 하류에 가면 백조 같이 예쁜 오리들이 살고 있다고 누군가가
      귀뜸을 해 주는게 아닌가 ?

      어느 날 아주 추운 날씨에도 그 곳에 찾아 가보니 건너편 기슭 풀숲에
      드문드문 쉬고 있던 오리들이 우리를 보자 뒤뚱뒤뚱 대며 물위로
      헤엄쳐서 우리들에게 다가오는게 아닌가. 예의 꿱꿱 소리까지 내면서....

      그들은 사람 손에 길들여져 이곳에 나오는 사람들이 던져주는 먹이에
      익숙하여 도망은 커녕 짧은 깃 꼬리를 살래살래 흔들면서 아주
      친밀함을 표시한다.

      내가 아주 어렸을 때에는 집에서 닭은 물론 오리도 몇 마리 키웠었는데
      어느 날 오리 한 마리가 솔나무가지 땔깜을 높게 쌓아놓은 더미 아래에서
      열두어 마리의 귀여운 어린오리를 나란히 끌고 나오는게 아닌가 !
      얼마나 신기하고 예쁘던지.....

      아마 소나무 땔감 밑에 구멍을 뚫고 들어가서 알을 낳고 오랫동안 사람
      몰래 품어 왔던 모양이다. 보통은 오리 알을 달걀과 함께 닭에게 품게
      하여서 깨는데 이 경우는 오리 어미가 품어서 오리를 깠던 것이다.

      그때 암오리는 갈색 깃털에 참으로 못 생겼었는데 이곳에 있는 오리들은
      관상용 처럼 깃털 색이 화려하고 다양하다.

      야생 오리가 사람에게 절대 곁을 안주고 고고하게 사는데 비해 이들은
      사람과 어울려 잘 얻어 먹어서 통통 살이 찌고 잘 사는걸 보면서 귀엽기도

      하지만 한편 어찌보면 현실에 야합을 잘 하는 기회주의자 처럼 보이기도
      하고 야생 오리들은 시류에 야햡하지 않고 오직 지조를 지키느라 배싹
      마른 선비처럼 보인다.

      이웃에 누군가가 집에서 지진 맛있는 전을 식구들이 잘 안 먹어서
      가져다가 이들에게 던져주니 돌맹이를 던지는 줄 알았는지 모두
      날개를 퍼덕이며 도망을 치더란다.
      근처에 돌맹이에 소복히 쌓아 놓아도 본척만척 먹지도 않고.....

      아무튼 탄천에 나가서 이들을 보는 즐거움은 무엇에 비유할까 ?

      봄에 초등학교 교문 앞을 지나가노라면 이따끔씩 병아리와 섞여서
      어린 오리를 파는걸 종종 볼때가 있다. 이런 때면 어릴때 솔나무 땔감
      더미 밑에서 어미 오리가 어린 오리들을 끌고 나오던 정경이 연상되어
      아주 즐거운 마음이 되곤 한다.

      집오리나 병아리도 이제는 예전처럼 집에서 키우지를 않으니 이들을
      가까이서 이렇게 볼수 있다는건 바쁘고 삭막한 세상살이를 하는
      요즈음 사람들에게 잠시나마 시름을 잊게도 하고 조금은 자연과
      가까워지게 된것 같아 마음이 흐뭇하다.


      05년 3월 10일 이용분(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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