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농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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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싹눈이 돋아서 살아 남은것의 거름이 되는 자연의 이치가...

      산 기슭 비탈진 곳에 지난 가을에 떨어진 상수리나무 갈색 낙엽을 이불
      삼아 덮어쓰고 한겨울을 무사히 잘 지낸 씀바귀 잎이 낙엽 사이로

      헤치듯 얼굴을 쓰윽 내밀고 있다. 검붉게 변했던 잎이 조금 풀린 날씨에
      얼었던 추운 기운이 녹아서 되살아 났는지 파르스름하게 생기가 돈다.

      아직도 눈에 덮인 채 사람 발 자욱이 드문드문 난 밭으로 가는길 위에는
      작년에 영근 새까만 씨를 매단 가느다랗고 질긴 질경이의 줄기가

      여기저기 눈위로 목을 내민채 그대로 있어 이제 봄이 오기만 하면
      그 씨를 모두 퍼뜨리려는 듯 억센 생명력을 암시하고 있다.

      바위에 얄팍하게 엉겨붙은 이끼들도 검푸르던 색에서 조금은
      파르스름하게 생기가 돋아나고 이름 모를 나무의 실날처럼 가느다란

      가지들에 새순이 돋을 준비를 했는지 좁쌀 알만하고 통통한 싹눈들이
      봄이 오기만을 기다리는 듯 하다.

      지금은 낙엽져 있는 개울가의 키는 크나 앙상한 나무가지에 이름모를
      새들이 날라와서 저들의 짝을 찾는지 제법 윤기가 오른 고운 목청으로
      꽁지를 달삭 대면서 우지진다.

      추울 때에는 따뜻하고 포근하게 느껴지던 털목도리의 촉감이 이제는
      목에 까실까실한 감촉으로 느껴지고 예쁜 색깔의 살랑살랑 부드러운

      느낌의 마후라에 이제 눈길이 가는건 이미 우리들 마음속에도
      봄이 와 있다는 징후가 아닐런지 ?

      작년 늦 여름 마늘철에 조금 넉넉하게 사놓았던 마늘이 뒷곁에서
      아무도 모르는 사이 새 싹이 두어 치나 되게 자라나고 그렇지 않은

      것은 모두 썩어 버려서 새 싹눈이 돋아나서 살아 남은것의 밑거름이
      되어지는 자연의 이치가 숨겨저 있는것만 같이 생각된다.

      비닐하우스 속에서 농부가 철도 안가리고 사철 키워서 나오는 달래랑
      냉이랑 쑥이 이제 어색하지 않게 제철 식품인양 우리의 눈길을 끌고

      김장독 안의 김치가 묵은 김치로 남게끔 주부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싱싱한 푸성귀가 넘쳐 나는 시장의 풍경들.....

      오늘 저녁은 바지락 조개라도 조금 사서 넣고 된장을 풀어서 향긋한
      봄 냉이국을 끓여서 입맛 없어 하는 가족들 마음속에 상큼한
      새 봄 내음을 알려 보아 야겠다.


      05년 1월 25일 이용분(7)


      • 유지숙 2005.01.25 00:00
        선배님!
        눈물나게 아름다운 풍경 음악 그리고 좋은 글 감사합니다~^^*

        이젠 잘 볼 수 없는
        저토록 평화롭고 한가로운 표정의 소와 송아지~
        씨암탉같아 보이는 젊은 닭의 저 가뿐가뿐한 발걸음~

        저 사진에는
        부위별 그램당 몇 천원 하는 처절한 해체도 없고,
        꼼짝할 수 없는 공장형 닭장에서
        쉼없이 먹고 알을 낳아야하는 참혹한 노동도 없군요....

        자연......
        나고 살고 죽고 거름이 되는 이치가
        예전처럼 부디 느리고 순하게 되어지길 빌어봅니다...
      • 이용분 2005.01.25 00:00

        유지숙 후배님!! 반갑습니다.^^

        맞아요. ^^

        닭들도 오래 키우면 고기가 질기고
        비용이 많이 든다고,

        그래서 생산 단가가 높아 진다고.
        밤에 전등불을 켜놓고 잠도 안재우고 먹여 키운다네요.

        닭들도 어미품에 안기어서 자연스레 알에서 깨어나서
        들녘에서 지렁이를 찾아 놓고 꾹꾹 거리는
        어미닭에게 뒤질세라 부리낳게 쫓아가서 얻어 먹기도하고

        파리 잠자리도 뛰어 올라 제 스스로 잡아 채어 보고 하는
        그런 닭만의 낭만도 갖어 보았으면 좋으련만....

        너무나 자로 재고 댕기고 하는 그런 제한된 삶.

        마치 오늘날 우리의 자화상이 아닌가...??
        하고 생각해 봅니다.

        후배님 !!
        아직 날씨가 춥습니다.
        건강하시고 종종 이렇게라도 만나고 싶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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