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제법 추워졌습니다. 오늘은 일찍 서둘러 동네에 있는 도서관으로 발길을 옮겼습니다. 거의 산 밑에 자리를 잡고 있는 이 도서관은 교통편조차 불편하기 짝이 없는 그런 곳에 위치하고 있답니다. 작년 여름만 하여도 더위를 무릅쓰고 오르내렸던 곳! 한번에 3권의 책을 대출 받으면 2주일 후에 반납을 하면 되기에 한동안은 참으로 부지런히 드나들었지요. 친구와 메일로 주고 받는 글에 조금이라도 좋은 시를 보내고 싶어 더위를 못참는 성격임에도 불구하고 그 무더위와 싸우며 좋은 시를 고르고 싶어서 땀을 흘려가며 책들을 뒤적이고는 하였답니다. 그 많은 시집을 뒤적여도 마음에 드는 것이 없으면 허탈한 마음에 주저 앉고 싶기도 하였지요. 사람의 마음이란 그런 것인가요? 친구에게 보내는 글이 내 마음에도 들고 친구의 마음에도 들기를 바라면서 고르는 그 마음을 알기나 하였을런지..... 그렇게 열심히 주고 받던 메일이 그 어느날부터 시들해지더니 날아들지를 않기에 도서관을 향하던 발길도 끊겼지요. 아무런 상관없이 가야지 하는 것은 마음 뿐이요 발길이 떨어지지를 않아 이제까지 파묻혀 있던 회원 카드였지요.. 그래! 새해부터는 도서관 출입도 다시 시작하여 보자! 단 한줄의 시를 읽더라도 발길을 내딛어 보자! 다짐을 하여 봅니다. 참으로 오랫만에 찾아가는 도서관을 향하는 발길이 차라리 쑥스러워지는 순간이기도 하였답니다. 부끄럽기도 하였구요. 책이란 것을 감정에 따라 읽고 안 읽고를 하다니... 어리석음이겠지요? 이 몇달사이에 주변의 집들이 바뀌고, 새로운 건물이 들어서고 하여 찾아가는 길을 어리둥절하게 하는군요. 모든 것이 변하는데 사람의 마음이라고 변하지를 않으리....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른 것도 내 마음이거늘... 날씨가 춥다고 하지만 등에서는 땀이 흘러 내리는군요. 무심하였던 책들을 다시 어루만지며 마음에 드는 책을 골라봅니다. 이리 저리 뒤적이며 서너권을 골라 대충 목차부터 훑어보며 내용이 너무 긴 것은 옆으로 밀어 놓습니다. 서로 읽기에도 부담스러울 것 같아 선택에서 밀려나는 순간이었지요. 하나 하나의 제목까지도 마음에 드는 것을 고르려니 마음 대로 되어 주지를 않네요. 결국은 늘상 대하는 시인의 책을 집어 들고 발기을 돌렸답니다. 시장통에 들려 이리 기웃 저리 기웃거리며 둘러봅니다. 어물전, 청과물상, 야채상, 반찬가게, 노점상 두루두루 살피며 눈으로 쇼핑을 하였지요. 그래, 나선 길에 찬거리 한두가지나 사자! 생선? 그래 사자! 무엇인가 싸게 판다는 소리에 돌아보니 버섯을 싸게! 그래, 이것도 사자! 등에는 책을 넣은 배낭, 손에는 봉투 두개를 덜렁거리며 발걸음도 신나게 집으로 향합니다. 며칠이나 이 마음이 갈런지... 작심 3일이라 하여 어느 순간에 발길을 끊고 다시 방 속으로 잠수를 할런지 모르지만 그래도 책을 펴 놓고 우선은 아주 간단한 시 한수를 친구들과의 컴상에서의 대화 중에 써 보냈지요. [사랑은]이라는 아주 간단한 시 한 수! 내 가슴을 /파도치게 하는/바람 //이 바람을 /불고 있는 이는/바로 그대// 간단하면서도 마음에 들어 보냈더니 친구들이 좋아하였답니다. 2005년은 시집 한 권이라도 읽으며 이렇게 읽은 책에서 골라 올려보고자 노력하려고 한답니다. 얼마나 이어질지 몰라도..... 그렇게 해보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