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적하고 편편한 바윗돌로 징검다리를 만들어 .... 오랫만에 푹한 날씨에 한 겨울 인데도 비가 내린다. 눈이 내렸다면 온 세상이 하얗게 변해서 풍경은 좋았겠지만 사람도 차들도 미끄러지고 위험했을 생각을 하면 비가 오는 쪽이 다행이다. 따뜻한 날씨에 이끌려서 오랫 만에 탄천에 산책을 나갔다. 멀리 보이는 흐릿하게 안개 낀 겨울 개울 풍경이 으슴푸레 마치 한폭의 동양화를 보는듯 은은하고 아름답다. 그간 새로운 식구들이 불었는지 한 무리의 오리인지 기러기가 부모새 뒤를 쫓아서 어린것 대 여섯마리가 자맥질이 한창이다. 그간 쉬지않고 공사를 해왔는지 개울 한가운데 굵직한 말뚝을 듬성듬성 박아 놓은 바로 윗쪽에 넓적하고 편편한 바윗돌로 징검다리를 만들어 한껏 시골 풍경을 연출해 놓았다. 만약 추운 날씨였다면 돌 표면이 반들반들 얼어서 미끄러지기 십상이지만 푹한 날씨에 아무 문제없이 겅중겅중 왔다 갔다 가물가물 기억속에 아련했던 어린 시절의 운치를 한껏 맛 보았다. 바위 사이를 흘러 내려가는 빠른 물살이 흰거품을 내면서 좔좔좔 제법 힘차게 아래로 아래로 흘러 내려간다. 옛날 같으면 다리가 없어서 놓았을 징검다리이지만 가까이에 멀쩡한 다리가 놓여 있으니 이게 웬 일인가 싶은지 어떤 엄마도 자기 아해들과 더불어 그 징검다리를 뛰어 넘으면서 한껏 즐겁다. 그때 갑자기 좀 떨어진 물 한 가운데 떠 다니던 기러기 한 마리가 물을 박차고 하늘로 비상하니 그자리에 물결만이 둥그렇게 원을 그리며 넓게 넓게 퍼져 가면서 너울너울 물결만을 남긴채 그 새는 어느새 멀리 멀리 시야에서 사라져 버렸다. 그랫더니 잇따라 다른 무리의 새들도 일제히 날라서 올라 가는게 아닌가 !! 아마 사람들이 그들 만의 영역을 침범했나 보다. 아마도 기러기인 것 같다. 집 오리라면 둔해서 그리 높이 비상을 하지는 못 할터인데.... 풀숲 속에서 풀씨를 쪼던 검은 갈색 참새 때들도 놀라서 낮은 나무숲으로 피신을 하듯 날라 간다. 비가 온뒤 느리게 흩어지는 비 구름 사이로 양력 정월의 새해가 수집은 듯 흐릿하게 내려 비추이면서 서산을 향해 누엿누엿 넘어가고 있다. 05년 1월 3일 이 용분 (7)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