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독대가 있던 집 *
햇빛이 강아지처럼 뒹굴다 가곤 했다
구름이 항아리 속을 기웃거리다 가곤 했다
죽어서도 할머니를 사랑했던 할아버지
지붕 위에 쑥부쟁이로 피어 피어
적막한 정오의 마당을 내려다보곤 했다
움직이지 않을 것 같으면서도 조금씩 떠나가던 집
빨랫줄에 걸려 있던 구름들이
저의 옷들을 걷어 입고 떠나가고
오후 세시를 지나
저녁 여섯시의 골목을 지나
태양이 담벼락에 걸려 있던 햇빛들마저
모두 거두어가버린 어스름 저녁
그 집은 어디로 갔을까
지붕은, 굴뚝은, 다락방에 모여 쑥덕거리던 별들과
어머니의 슬픔이 묻은 부엌은
흘러 어느 하늘을 어루만지고 있을까
뒷짐을 지고 할머니가 걸어간 달 속에도
장독대가 있었다
달빛에 그리움들이 발효되어 내려올 때마다
장맛 모두 퍼가고 남은 빈 장독처럼
웅웅 내 몸의 적막이 울었다
- 권대웅 詩集『조금 쓸쓸했던 생의 한때』중에서 -
*
어린 날
장독대에 담긴 추억이
그립고도 정겨워
詩 한 편 더 찾아 올립니다~

이제 주거문화의 획기적인 변화에 힘입어
너도나도 지겹다는 듯이
마당이 있는 집들을 버리고
초고층 아파트로 이사를 가면서
정들었던 집은 물론
자고 나면 물로 반질반질 윤이 나게 닦고 하던
크고 작은 손때 묻은 장독들은 버려지고 ....
이제는 허망하게 살아져 가버린
아련한 추억이 되어 버렸지요.
조금은 슬픈 마음을 일깨우는
서정적이고 정다운 글입니다.
요즈음 좀 바쁜 일로
이제사 꼬리 글을 달았습니다.
유지숙 후배님
새해에도 이와 같이 예쁜글로
자주 만나기를 기대합니다.
온가족과 더불어 즐거운 성탄과
희망찬 새해를 맞으시기를 기원합니다. ^^
04년 12월 .... 청초 이용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