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독대가 있던 집

by fildwind posted Dec 17,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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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독대가 있던 집 *

          햇빛이 강아지처럼 뒹굴다 가곤 했다
          구름이 항아리 속을 기웃거리다 가곤 했다

          죽어서도 할머니를 사랑했던 할아버지
          지붕 위에 쑥부쟁이로 피어 피어
          적막한 정오의 마당을 내려다보곤 했다

          움직이지 않을 것 같으면서도 조금씩 떠나가던 집
          빨랫줄에 걸려 있던 구름들이
          저의 옷들을 걷어 입고 떠나가고

          오후 세시를 지나
          저녁 여섯시의 골목을 지나
          태양이 담벼락에 걸려 있던 햇빛들마저
          모두 거두어가버린 어스름 저녁
          그 집은 어디로 갔을까

          지붕은, 굴뚝은, 다락방에 모여 쑥덕거리던 별들과
          어머니의 슬픔이 묻은 부엌은
          흘러 어느 하늘을 어루만지고 있을까

          뒷짐을 지고 할머니가 걸어간 달 속에도
          장독대가 있었다

          달빛에 그리움들이 발효되어 내려올 때마다
          장맛 모두 퍼가고 남은 빈 장독처럼
          웅웅 내 몸의 적막이 울었다


          - 권대웅 詩集『조금 쓸쓸했던 생의 한때』중에서 -
          *

          어린 날
          장독대에 담긴 추억이
          그립고도 정겨워
          詩 한 편 더 찾아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