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이정하
말없이 마음이 통하고,
그래서...
말없이 서로의 일을 챙겨서 도와주고,
그래서 늘 서로 고맙게 생각하고
그런 사이였으면 좋겠습니다.
방풍림처럼 바람을 막아주지만,
바람을 막아주고는
그 자리에
늘 그대로 서 있는 나무처럼
그대와 나도 그렇게 있으면 좋겠습니다.
물이 맑아서
산 그림자를 깊게 안고 있고,
산이 높아서
물을 깊고 푸르게 만들어 주듯이
그렇게 함께 있으면 좋겠습니다.
산과 물이 억지로 섞여 있으려 하지 않고
산은 산대로 있고
물은 물대로 거기 있지만,
그래서...
서로 아름다운 풍경이 되듯
그렇게 있을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 이 시야 말로 오늘 간 작은 산 모임에 딱 맞는 분위기였다.
추석 손님들을 어제 종일 열심히 대접하고 기어이 작은 산모임에 끼고
싶어 부지런히 따라갔는데.
도봉산 포대능선을 따라 올라가서 결국은 선인봉, 신선암, 만장 봉, 자운암
아찔 할 정도의 수직 절벽 같은 바위들을 다 보고는
사람이 적게 다니는 의정부 쪽 사패산을 다시 넘는 것이다.
한달에 한번 쯤 저 대단한 꼿꼿한 기상의 장엄한 바위들을 보는 것
만으로도 우리들의 삶은 정돈 되고, 잃었던 품위들은 되찾아질것 같은데...
평소 일요일 날 따라가는 건 어렵고 이렇게 특별 보너스로 일요일이
아닌 날 산행만 있어주면 어디든 따라 가고 싶었기에
아슬아슬한 바위도 가파르고 숨 막히는 고갯길도 오르는가 하면 내려가고
내려가는가하면 올라가고,
바위와 몸과 줄이 하나되어 마치 무슨 곡예처럼 열심히 따라갔다.
산이 너무 크니 어디를 둘러봐도 마음은 더욱 넓어지고,
인생이 갑자기 대단히 감미롭다. 어떻게 설명하랴.
가을하늘은 푸르고 화창하고 싱싱하다, 바람은 가을을 말하려는듯 소슬하고,
나뭇잎들은 그 끝에서부터 노릇노릇 물들어가고있다.
쉴새없이 걷다가 잠시 눈길을 주면 코스모스, 망초꽃 무리들, 강아지풀들...
멀리 눈길을 주면 우람하게 조급함 이라곤 전혀없이 빼어난 담대함으로
그 너른 품으로 고스란히 우리를 받아준다.
산은 이렇게 제 일을 하는구나. 가을은 이렇게 오고 우리는
계절이 바뀌는 현장에서
리트머스 시험지에 물들 듯 뭔가 가장 장엄한 물이 드는 것 같았다.
온 몸이 새로운 충전으로 가볍고 , 힘든 노력은 땀으로 그간의
속세의 때를 쏟아내는듯하다.
남녀 7명의 동지들은 갑자기 우리 팀 이름을 굳 프랜드 팀으로 부르며
또 다시 군대 얘기. 학교 다닐 때 선배한테 맞은 얘기.사는 얘기...
깔깔 거리다, 흐흐 거리다, 박장 대소하다가
온갖 스트레스가 다 날라가는거 같다.
회비 5000원에 6시간 장거리 산행으로 그 멋진 바위 타기와
몇개의 정상에 서보다니.
정상 사이의 오솔길의 소슬 바람과 그 길동무로서 서로간에 끈끈한 동지애...
우리는 이 모든 일을 이루어준 권 모모를 이제부터 권신 으로 모시기로 했다.
( 회비 5000원으로 부대지개까지 먹을수 있었음, )
|
단발머리하신 선배 맞으신가요? 총동에 전에 오셨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