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전 근대적으로 산다...
夏至 전에 일년치 마늘을 사야 된다던가,
추석 전에 고추를 사야 맏물 고추를 산다던가,
올 고추 값은 얼마인가 하는 일들이 이제는 우리 나이 또래 친구들
사이에서 조차 더 이상 화제 꺼리가 되지를 못한다.
보통 여성들도 골프장의 예약이 어쩌구 하면서 이제 여성들이 더 이상 가사
노동에 시달리면서 전전긍긍하던 시절도 이미 옛이야기가 된듯도 하다.
세상이 하도 편하고 급박하게 변해 가니 고추도 가루로 만들어 파는걸
사서 먹는다던가 아니면 아예 담구어 놓은 김치를 사서 먹든가 하는게
이제 흉허물이 되지를 않는다.
고추장 된장까지도 모두 만들어 놓고 파니 돈만 있으면 밤에 자다 말고
뛰어 나가도 24시간 영업점에서 조차 얼마든지 사서 먹고 살수 있는 좋은
세상이 되었다. 예전 같으면 꿈도 못 꾸던 일들이기도 하다.
그러나 나는 아직도 그런 문화에 익숙치가 않다.
아무리 오래 두어도 곰팡이가 나지 않는 된장과 고추장.
원산지가 어딘지, 병든 고추에 물감을 들인것인지 어쩐지..
얼마나 방부제를 넣었길래 일년 내내 두어도 벌레가 안 생기는 고추가루.
그런 고추 가루로 만든 김치는 아닌지....
조금만 깊이 생각하면 도저히 믿음성스럽지가 않아서 덥석 사서 먹게
되지를 않는다.
우연찮게 두어번 사서 먹어 본 김치가 맛도 없을 뿐더러 사고 보니
이미 시어 버려서 재미를 못 보기도 해서 그렇기도 하다.
이 고추는 잘 말렀나??
너무 안 맵거나, 너무 매워도 않되는데.... 하면서
고추의 중간 허리를 짤라서 고추의 맛을 혀끝으로 보면 혀끝이 알알하게
매우면 사탕을 사서 먹어 가면서 ( 단걸 먹으면 매운게 조금은 사라진다.)
추석 전에 고추를 사야만 된다는 지금까지의 불문율을 지키기 위해서...
올해도 예외 없이 나는 지난번 모란장날 장에 가서 고추를 샀다.
그리고는 이제 틈나는 대로 일일이 하나하나씩 물행주로 닦아서 햇볕에
다시 잘 말려서 방아깐에 가서 빻야 되고....
요즈음 같은 세상에 그 어인 아집일까 ??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이 아집 ....!!
그러나 이렇게 힘들여 마련한 고추와 마늘로 만든 김장 김치로
마음 편하게 먹으면서 온가족이 건강 할수만 있다면 그 이상 더 보람된
일이 어디 있을까!! 하고 스스로를 위로를 하면서....
나는 아직도 전 근대적인 생활 방식을 버리지를 못하고 있다.
나는 좀 모자라는 사람인가 ?? ^^
04년 9월 26일 이용분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