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랑 받는 민속 공예품 단지들..."
오늘 나는 가을 고추장을 담기 위해 단지 밑에 조금 남은 고추장을 퍼내어서 작은
단지에 옮겨 담으면서 우리 집 여러개의 종류도 다양한 단지들을 둘러 보았다,
장을 옮겨 담으려고 빈 단지를 물로 속과 겉은 깨끗이 씻어 내다보니 금이 가서
테를 맨 철사에 손가락이 스쳐서 그만 손에 상처가 나 버렸다.
이들도 몇 십년을 쓰다보니 만고풍상을 겪어서 어느 날인가 우리가 늙듯이 그만
골탕이 들어서 이리 된 모양이다
결혼을 하고 나서 친정 어머니께서 첫 살림이라고 고추장을 담아서 주셨던
광택도 없고 충청도식의 좀 세련되지 않은 키가 납작하고 손잡이도 투박하게
생긴 이 단지를 볼려니 이미 오래 전에 고인이 되신 친정 어머니 생각이 간절하다.
그래서 내가 이 헌 단지를 옛날 도자기 지니듯이 그냥 가지고 있기도 하다.
맨 처음 샀었던 갸름하고 모양새는 좋은 그야 말로 스타일이 좋은 큰 단지는
한쪽 면이 아주 심하게 울퉁불퉁 곰보다. 어떻게 그런 곰보 단지를 내가 사게
되었는지 이해가 안간다. 그걸 살적에 그당시 이십대 어린 살림꾼인 내가
장사가 그쪽을 뒤로 놓아서 못 보거나, 가격이 조금 쌌었는지...
지게꾼이 우리집에 지어다 준 기억까지는 나는데, 알고는 안 샀을 이 단지는
깨지기 전에는 항상 그대로인지라 곰보가 아닌쪽을 앞으로 보이게 해 놓고
간장을 해마다 담구곤 했었는데 그런대로 장맛은 좋았다.
그 이후 아이들을 낳아서 키우다 보니 먹세가 한참 많아진 시절에는 김치도 많이
담궈야 되어서 더 많은 단지들을 사들이게 되었는데 그 속에는 동치미 국물김치.
총각김치, 배추김치등 몇독을 담아서 겨울에 땅에 묻다 보니 여러개의 김치 독을
샀는데 아이들이 다 커 버린 요즈음에는 아파트 앞 발코니의 가운데에
정식으로 구운 오지 뚜껑을 쓰고는 분재나 돗나물과 돌단풍이 심긴 분재와
아이 비가 심긴 분에 늘어진 이들 넝쿨을 머리에 이고는 단지들을 계속 더욱
사랑하게 된 나의 관심속에 가까이에 늘어서서 있다.
아주 큰 물 단지는 우리 큰 아이와 나이가 같은데 첫 아이를 낳아서 키우던 그
옛날, 집도 아주 멋 있고 지대도 별로 높지도 않은곳에 있었는데 그 동네 전체가
수압이 약한지 꼭 밤에만 물이 나와서 기저귀를 빠는 물을 담기 위해서 샀던 것이다.
그 당시 60년대에는 수돗물 사정도 좋지 않을 뿐더러 전기불도 밤 12시가 지나면
나가 버리고,,,특선이라야만 밤 새도록 오던시절, 나라사정이 아주 어려운 시절이었다.
지금은 수돗물을 미리 받아놓고 소독약 기운이 없어진뒤 꽃들에게 물을 주기도
하고 비상수로 받아 놓고 쓰기도 한다.
보통때 먹는 물의 찌꺼기도 갈아 앉힐겸 단지에 담아 놓고 먹으면 좋은 흙으로
구운것이니 샘물을 먹는것 처럼 기분도 좋고 숨쉬는 단지라 건강에도 좋을것 같다.
그래서 요즈음 젊은 주부들이 혹시 이런 단지가 생길 기회가 있으면 투박하지만
그런대로 그 옛날 우리의 조상 도공의 정성스러운 숨결이 담긴
이들 민속공예품들을 가까이에 두고 조금쯤 사랑해 보기를 권하고 싶다.
이제 살림을 하는 우리 아이들에게 이 단지에 물을 받아 놓고 먹도록 하나씩
나누어 줄 생각이다.
개인 주택에서 아파트로 이사를 가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인정사정 없이 버려지는
이들 단지들을 보노라면 .....
마치 우리의 정든 마음의 고향을 마구 버리는것 처럼 보여서
마음이 언짢아 지곤 한다.
2003년 10월 12일 씀
04년 9월 17 일 이용분 ( 7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