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새
넘어가는 해가 나의 그림자를
길게 보도블록 위에 드리운다
블록과 블록들의 틈새로 낮 동안
사람들에 차이고 밟힌 시간들이
스며들어간다
내가 밟은 시간도
들어갔다 들어간 시간들은 땅속을
흐르다가 어디메 쯤 있는 나무
뿌리를 만나 내일 다시 잎사귀에서
보일지도 모른다고 그런 바램을
가지고 우두커니 서서 틈새를
들여다 보는 사이 어스름이 덮여오고
하릴없이 허정허정 가던 길을 마저 갔다
밤새 틈새를 생각하였다 내 영혼도
언젠가는 어느 틈새로 들어갈 지 모른다고
어느 잎새에선가 살랑일지도 모른다고
약력
서울사대부고 19회
서울대학교 농과대학 축산학과 졸업
그레이스 백화점 대표이사 역임(1992~1998)
2013년 문예지에 시부문 등단
희망까지도 틈새로 스며 끝내는 바람결에
어느 잎새에선가 일렁이겠지요.
시가 참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