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농문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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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킷리스트( 스킨스쿠버)

 

"따르릉, 따르릉."
핸드폰이 없던 시절 반들반들 윤이 나는까만 색의 집 전화가 울렸다.
"여보세요? 누구세요?"
" 선배님, 저 살았어요.
  선배님 덕분에 제가 살았어요."
",그게 무슨소리야?"
" 얼마전에 제가 아침에 출근하는데 다리가 무너졌잖아요? 성수대교가요. 그런데 제가 탄 차가 한강으로 떨어지는 바람에 ...
"아이구, 큰일날 뻔했네. 그래서 지금은 괜찮아? 다치진 않았구?"
"예, 괜찮아요. 그래도 지금 상담은 받고 있어요."
"아이, 천만다행이다."
" 제가 그동안 카플을 하고 출근을 했었거든요. 다섯명이 탔어요. 근데 저 하고 둘만
살았어요. 차가 달리다 다리 중간에서 강 아래로  툭 떨어지는 거예요. 처음엔 저도
정신을 잃었죠. 정신을 차려 보니까 차에 물이 들어오기 시작하데요. 앞이 캄캄했어요. 그런데 그 순간 스킨스쿠버 할 때 바닷속이 생각 났어요.

30m아래 바다에서 헤엄치다 바다 위로 올라오곤 했는데 '이깟 한강 쯤이야' 하는  자신감이 생기데요.
차 문을 열려니 안열려요. 갑갑해서 유리창을 조금 열고 있었거든요.그날 따라 안전벨트도 안했고요. 유리창을 아래로 내리고 창문으로 나와서 숨을 참고 물위로 올라 왔어요.
우리 그때 잠실 5m풀에서 스노클 끼고 연습했잖아요. 5m 아래까지 내려갔다가 바닥을 짚고 다시 올라오는 훈련을요. 숨을 참으며....
"그래,  그런데 안다쳤다니 정말 다행이다. 참 잘했다."
"근데 두사람은 못나왔어요."
백선생의 통화 목소리가 갑자기 울음으로 변했다.
"저도 그땐 다른 사람 생각할 겨를이 없었어요."
"그래, 그 상황이면 누구라도 그랬을 거야. 자기 잘못 아니야."
백선생과 함께 근무하다 내가 전근한 상태여서 그 상황을 몰랐었다. 그리고 내 일이 아니어서 관심이 없었던게 사실이다.
그 사고 후에 백선생은 강남으로 발령을 받았단다.

1994년10월21일 아침 출근시간대에 서울에 있는 다리가 무너졌다.
강남 압구정과 강북 성수동을 잇는 '성수대교 한 가운데' 상부 트러스 48m가 무너져 내렸다. 이사고로 32명이 사망하고 17명이 다쳤다.
생각해 보니 성수대교 붕괴 사고가 난지 벌써  27년이 넘었다
당시에 건설 분야에 만연되어 있던 부실공사와 부실감리, 안전 검사 미흡이 집중적으로 폭로되었다.

사고 책임을 지고 그 당시 서울시장인 이원종씨가 사임을 했고 신문과 TV가 한동안  시끄러웠었다.
성수대교 붕괴사건이 있은 지 3년만인 1997년 7월에 새로운 성수대교가 완공되어 지금에 이르렀다.
지금 한강의 다리는 38개인데 성수대교가 무너질 무렵에는 20개의 다리가 있었다.

스킨스쿠버 강습이 있다는 소리를 듣자마자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신청하리라 마음먹었다. 난 가끔 앞뒤 생각없이 무모하게 일을 저지를 때가 있다.

그래서 또 가끔 반성도 하지만. 2주간 집중적으로 수영을 배우고 5m 풀에서 훈련을 해야하고 시험을 통과해야 라이센스를 준단다.

"백선생, 수쿠버 강습 함께 받자. 응?"
" 전 자신이 없어요."
"나도 자신없지. 그러니까 배우자고."
"생각해볼게요."

며칠 후 조퇴를 하고 스킨스쿠버 신청을 하러 갔는데 백선생 생각이 났다.

그땐 핸드폰이 없고 무선 호출기 '삐삐" 가 있었던시절이라 공중전화로 전화를 걸었다.
"백선생, 나 스쿠버 신청하러 왔는데 어떻할래?"
"글쎄요."
"글쎄가 뭐야. 내 맘대로 신청한다.
" ... ..."
"신청비도 내가 낸다."
"... ... ..."
어거지로 내 맘대로 신청을 하고 왔다.
내가 억지를 부렸지만 함께 연수를 받고 5m 풀에서도 잘 해내서 함께 라이센스를 받았다.

세계 어디를 가도 이 라이센스를 보여주면 다이빙 할 때 산소 탱크, 등 장비를 빌릴 수 있단다.
70cm가 넘는 오리발, 스노클, 몸매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아래 위가 붙은 고무 슈트, 부츠, 장갑, 물에 젖지 않는 커다란 가방. 얼굴을 반쯤 가리는 물안경의 세배 정도 되는 커다란 마스크 등 일반 수영장에서 사용하는 것 보다 size가 훨씬 크다.
장비값도 만만치 않다.
동해나 제주도로 다이빙을 하러 가려면 골프치는 비용에 댈 것도 아니다.
그렇게 어거지로 배운 게 백선생을 살렸다.
일요일 아침이면 잠실까지 나를 장비와 함께 실어다 준 우리집 남자. 고맙다.
제주도에서 다이빙을 할 때 어쩌다 입에서 마우스 피스가 빠졌다.
갑자기 머릿속이 하얗고 아무 생각이 안나 마우스 피스를 다시 물면 되는데 그걸 못하고 물을 먹기 시작 했다.

당황해 하는 나를 본 남자 후배가 얼른 베스트(바람조끼)에 바람을 넣어 날 물 위로 올렸다.
"혼자 가실 수 있으세요?"
고개를 들고 보니  아득하게 먼 곳에 우리를 태워 온 배가 보인다.
"그래요. 고마워요. 혼자 갈 수 있어요."
베스트 덕분에 배영 할 때 처럼 뒤집어서
커다란 오리발만 차도 갈 수 있다.
산소 탱크 꼭지가 뒷머리를 꼭꼭 찌른다.
다이빙은 위험하기 때문에 항상 2인1조로 행동하는게 철칙이다.
우리가 여기 오기 전전날에도 대학생 다이버가 목숨을 잃었단다. 파도에 쓸리면 산소 탱크가 생명을 위협한다.
그 뒤론 남자가 다이빙을 못하게 해서 지금은 장비가 다 삭았다.
그때는 스킨스쿠버가 버킷리스트가 아니었지만 지금 생각하니 버킷리스트가 되었겠구나 생각된다.

지금껏 살아 있으니 행운아라고 해야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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