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농문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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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킷리스트(패러글라이딩)

 

들판엔 가을 걷이도 끝나고 논밭에 떨어진 나락이라도 있을까 하고 참새 몇마리가 기웃거리는데 황량한 벌판이 얼핏 쓸쓸해 보일 수 있는 늦가을.
나뭇잎들은 이미 바싹 마른 가랑잎이 되어 살랑바람에도 바스락거리며 사방팔방에 잔 먼지를 일으키며 딩구는데...
파란 호수처럼 티 하나 없이 맑은 하늘에 커다란 날개를 펴고 창공을 나는 새처럼 하늘 위를 맴돌다 사쁜히 내려앉는 패러글라이더의 모습.
순간 나도 하늘을 날고 싶다는 생각이, 패러글라이딩을 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마음 한켠에 간직되어 있었음을 발견했다.

'여자가 무슨.. 이렇게 나이도 먹었는데'.
쭈삣쭈삣 하다 하고 싶은 걸 많이 놓쳤는데. 세상에 나와 소풍 한번 잘하고 간다는 시를 쓴 천상병 시인처럼 세상 떠날 때까지 할 수 있는 건 해 봐야 하지 않을까?.
소풍은 소풍답게.

캐나다에서 네명이 타는 경비행기를 타고 나이아가라 폭포위를 날아 어디에서 얼마나 많은 물이 모여야 그토록 웅장한 물줄기를 쏟아 내는지 상공에서 내려다 본 적이 있다. 산도 없고 밋밋한 들판처럼 넓고 평평한 곳에서 여러개의 지류가 합쳐져서 낭떠러지에 수직으로 낙하하면서 거대한 물안개를 뿜어  내는 모습을 상공에서 본적이 있다.

경북 문경읍 고요리에 있는 문경활공랜드 해발 866m.
상공에 25분 정도 머물다 지상에 착륙하는데 비용 12만원. 사진 찍는 데 2만원.
동영상 찍는 데 2만원. 합이16만원.
접수를 마치고
"처음인데 괜찮아요?"
" 예. 초보 분들이 많이 오셔서 타요."
"무섭지 않아요?"
"예, 안무서워요. 강사님 설명 잘 들으시고 믿으세요."

두꺼운 바람막이 천으로 만들어진  아래 위가 붙은 묵직한 글라이더 옷.
무릎 보호대, 스키 탈 때 끼는 두꺼운 장갑, 헬멧 등 활공에 필요한 장비를 착용하고 강사와 함께 장비를 실은 트럭에 올랐다. 해발 866m의 산에 지그제그로 만들어 놓은 가파른 산길을 25분 정도 달려 사방에 있는 산들이  모두 내려다 보이는 넓고 평평한 정상에 닿았다.
사방 팔방이 모두 산이다.
트럭에서 내려 내가 사용할 글라이더를 들고 올라가는데 무거워 힘에 부쳤다.
아기 안을 때 사용하는 안장같은 팬츠 비슷한 것을 입고 강사의 장비와 내 장비를 쇠고리로 단단히 연결하고 나서 강사의 설명.

"아래 내려다 보지 마시고 먼데 앞의 산을 보세요. 저하고 같이 걷습니다.  걷다가 몸이 지상에서 떨어져도 공중에서도 헛발질 하면서 걷습니다.

절대 앉지 마세요.
앉으시면 제가 일으켜 드려야 하기 때문에 힘이 듭니다. 줄을 꼭 잡으시고 자, 지금부터 걷습니다. "
건장한 글라이더 강사와 발을 맞춰 예닐곱 걸음을 걸으니 발이 땅에서 떨어져 몸이 공중에 떳다.
허공에서 헛발질을 하는데 저절로 앉아졌다. 재빨리 몸을 세웠다.
조금씩 천천히 오르기 시작하니 눈 아래에 있는 산에는 온통 갈색 융단을 깔아 놓았다.
"이제 앉으세요. 출발하고 잠깐 앉으셨죠?"
"예, 안앉으려 했는데 저절로 앉아지던데요."
"예 잘하셨어요. 바로 일어서셔서. 무서우세요?"
" 아니요."
강사에 대한 믿음 때문일까? 이렇게 편안할 수가 없다. 사다리 네칸 정도만 올라가도 다리가 후들후들 떨렸는데 엄마 품에 안긴 것 처럼 안온하다.
상승기류가 좋아서 활강장이 아득히 내려다 보이고 여러개의 모노레일이 산기슭을 오르는 모습이 산에 붙어서 기어다니는 개미처럼 작게 보인다.
난 기류를 잘타서 가장 높이 올라 왔는데 함께 탄 분들은 까마득한 아래에서 유유자적 하고 있다.
"롤러코스터 좋아하세요?
"그게 뭔데요?"
" 좌우로 흔드는 거예요.
  좋으시면 해드릴게요."
"조금만 해 주세요."
좌우로 흔들기도 하고 스릴있게 30° 기울여서 돌기도 하고, 잘 따라 한다고 칭찬도 하면서 1000m 상공에서 날 즐겁게 해주었다.
" 날씨가 이렇게 좋은 날은 이대로 해 질녁까지 떠 있을 수도 있습니다.
오늘은 날씨 최상입니다. 그제는 날씨가 나빠 못떴지요.
자 이제 내려갑니다.  땅에 닿기전에 제가 말씀드리면두 발을 쭉 펴세요."
드디어 착륙.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했던 경험. 함께 글라이딩을 한 남자분은
"이제야 소원을 풀었네. 언젠가는 꼭 해보리라 했었는데..."
버킷리스트를 하셨다고 행복해하시는 분을 보며 감히 버킷리스트에 넣을 생각조차 못한 난 자신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인생은 한 번 뿐인데....

  • 사무처 2021.01.21 11:52
    저도 한번 타본다 타본다하고 여태 ㅠㅠㅠ
    날좋은 봄에 한번 도전해 봐야겠나요
  • 이강선 2021.01.21 16:01
    겁도 없이 선농 문학방에 들어왔는데 아무도 안계셔서 많이 서먹서먹합니다. 저도 오늘 글쓰기 허락이 내려져 댓글을 쓰는데 아마도 글쓰기 허용이 안되어서 못들어 오시는 건 아닌지요.
    사무처의 도움으로 들어 오실 수 있습니다.
    혼자 있으려니 심심하기도 해서요.
    기다립니다. 어서 오세요.
  • 김진혁 2021.01.21 18:29
    재미 있고 유익한 글 감사합니다. 계속해서 좋은 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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