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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용원의 밀리터리 리포트]4차 산업혁명 전도사 이광형 KAIST 총장의 국방정책 조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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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용원  조선일보 논설위원·군사전문기자 bemil@chosun.com2022-03-22 오후 5:37:19

 
 
▲ 이광형 KAIST 총장 photo KAIST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국방 분야에서도 4차 산업혁명 기술을 활용한 드론, 로봇, 인공지능(AI) 등이 화두가 되고 있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우크라이나군의 드론이 러시아 무기를 파괴하는 데 위력을 발휘하는 등 전쟁 양상이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괴짜 교수’로 널리 알려진 이광형 KAIST 총장은 국방 분야에도 깊은 관심을 보여온 것으로 유명하다.
   
   이 총장은 군 장성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 프로그램을 KAIST에 개설하고 민군 협력 연구소를 개설하는 등 군과도 긴밀하게 소통해왔다. 이 총장을 지난 3월 10일 서울 KAIST 도곡캠퍼스에서 만나 4차 산업혁명과 한국군의 과제, 북한 핵·미사일 위협 등에 대응하기 위한 한국형 독침무기 개발 전략 등에 대한 얘기를 들어봤다.
   
   - 인구절벽에 따른 병력 대폭 감축과 이에 따른 전력 손실을 인공지능 등 4차 산업혁명 기술로 보완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은데, 어떤 식으로 접근하는 게 바람직할까. “이미 전투는 병사가 하지 않고, 기계가 하는 시대로 접어들었다. 전쟁이 일어나면 휴전선에 있는 병사가 총 한 방 쏴보기도 전에, 전쟁의 판도가 결정나 버리는 시대가 됐다. 미사일 등으로 국가의 주요시설이 파괴되면 실질적인 전쟁은 끝나버린다. 국방력은 병사 숫자가 말해주지 않고, 첨단무기를 얼마나 보유하느냐에 달려 있다. 인구감소로 병역자원이 줄었다고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첨단무기를 개발하고, 이를 잘 활용하는 인력이 있으면 걱정 없다. 앞으로 국방인력 확보는 첨단무기 개발인력, 첨단무기 활용인력 양성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이 인력들은 전문성이 중요하기 때문에 장기 복무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장기 근무가 가능한 직업군인이 이를 맡아야 한다고 본다. 미래 국방에서 단순 전투병은 징병제로 조달하고, 전문인력은 모병제로 확보해야 한다. 그리고 전문인력 부문은 여성도 잘할 수 있는 분야이기 때문에 이제 여성도 군인 신분으로 국방연구에 참여해야 한다.”
   
   - 몇 년 전부터 군에서도 4차 산업혁명 기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이 주제를 포함하지 않으면 세미나가 안 된다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다. 하지만 드론·로봇 등 각론에 들어가면 실제 도입하는 데 있어 곳곳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외부 전문가 입장에서 보기엔 어떤가. “민간 첨단기술을 전투 현장에 도입할 때 부딪히는 어려움은 통신과 에너지 공급에 열악한 지역이라는 점이다. 열악한 환경에서도 정상 작동하도록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개발자들이 전투환경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군은 요구사항을 정확하게 정의해서 개발자들과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
   
   - 2019년 5월 신문 칼럼에서 당시 KAIST에서 열린 ‘인공지능 드론 학술대회’ 등에 참석한 군인, 장군들의 열기에 감동받았다고 했는데, 4차 산업혁명에 대한 군 간부들의 관심이 지금도 변함이 없다고 보나. “저는 지금도 군 장성들의 학구열에 감탄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국방 미래가 밝다는 것을 말한다. 이제 숫자로 싸우는 전쟁이 아니라 기술로 싸우는 시대가 왔음을 인식하고, 그 변화에 적응하기 위하여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2차 세계대전 때 영국이 독일의 핵심표적 145개를 파괴하는 데 2년이 걸렸다. 1991년 걸프전에서는 미국이 이라크의 핵심표적 198개를 파괴하는 데 24시간이 소요됐다. 그러나 지금은 핵심표적 1500개를 파괴하는 데 1시간이면 충분하다. 이제 전쟁의 패러다임이 바뀌었다. 방위사업청, 국방과학연구소 등도 마찬가지로 이러한 변화에 대한 인식이 미래지향적으로 바뀌었다고 본다.”
   
   - 우리 국방예산이 50조원을 돌파해 이제 일본 국방비와 비슷한 수준이 됐다. 방사청 소관 국방기술 연구개발(R&D) 예산도 올해 처음으로 1조원을 넘게 됐다. 그런데도 북한의 핵·미사일 등 비대칭 위협에 계속 끌려다니는 모습이고 이에 대한 국민의 불신도 높다. 그 원인은 무엇이고 어떻게 개선해야 한다고 보는가. “그동안 우리 국방 연구개발은 어떤 위협이 예상되면 그에 대응하는 무기를 개발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그러다 보니 항상 북한에 주도권을 빼앗기고 따라가는 형국이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그러나 앞으로는 패러다임을 바꾸어야 한다. 우선 우리가 북한에 비해 월등히 앞서 있는 과학기술 수준과 경제력을 충분히 활용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제·산업 분야 기술은 세계적인 수준이다. 특히 4차 산업혁명으로 일컬어지는 민간 분야의 첨단 신기술을 최대한 빨리 군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위협에 대응해 군에서 필요한 과학기술을 찾아서 연구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과학기술계가 선도해 미래 신기술을 활용, 국방에 필요한 능력을 만들어 제공하도록 해야 한다.”
   
   - 북한의 비대칭 위협과 관련, 한국형 상쇄전략과 독침무기 개발에 대한 여론도 강해지고 있다. 한국형 독침무기로는 고위력 미사일 등의 탄도·순항미사일, 레이저무기 등의 고에너지 무기, 양자 무기, 사이버 무기 등이 거론되고 있다. 우리가 북한에 우위를 가질 수 있는 국방과학 기술 분야는 무엇인가. “우리가 북한에 비해 우위를 가질 수 있는 분야는 많다고 본다. 우리 미사일은 전 세계가 경탄할 정도의 정확도를 자랑하고, 탑재중량도 획기적으로 증대시킬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레이저 무기도 세계적인 수준이다. 그러나 이는 대부분 광섬유레이저 방식으로, 위력을 무한정으로 늘리기에는 한계가 많다. 새로운 레이저 발생 및 증폭원리를 적용해 초고출력 레이저를 만들 수 있는 연구가 필요하다. 적어도 탄도미사일을 곧바로 요격할 수 있는 수준의 레이저 개발이 중요하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5G, 스마트폰을 포함한 모바일 서비스, 인공지능 능력은 세계에서 부러워하는 수준이다. 이러한 능력을 군에서 활용하여 국방 초연결, 국방 초지능, 국방 초융합 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면 어떠한 위협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지능화된 정밀무기와 정보감시 자산을 초연결해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알고리즘이 구축된 초지능 클라우드의 지원을 받아 대응해 나간다면 전쟁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무기를 개발할 수 있을 것이다.”
   
   - KAIST는 육군연구소, 육군인공지능센터 개설 등 육군과의 협업도 강화하고 있는데 그 실태와 발전 계획은. “KAIST는 국방과학을 연구하기 위하여 을지연구소를 설치했다. 이 연구소는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센서 기술을 이용한 한국형 첨단무기 개발에 주력할 것이다. 기존에 우리나라 국방연구는 선진국을 따라가는 것이었다. 하지만 우리 스스로 신무기 개념을 정립해 완전히 패러다임을 바꾸는 새로운 무기체계도 개발해낼 것이다. 다행히 이러한 KAIST의 구상에 방위사업청과 국방과학연구소도 뜻을 같이하고 있다.”
   
   - 신문 기고에서 전문연구요원을 줄이는 데 대해 비판했는데 병력감축에 따라 병역특례 제도는 원칙적으로 폐지 또는 대폭 축소하겠다는 게 정부 기본 방침이다. 과학기술 발전과 병역의무 형평 사이에서 지혜로운 솔루션은 없을까. “한 사람의 고급 두뇌를 어디에 활용하는 것이 더 효율적인지 생각해 보면 답이 보인다. 첨단무기를 개발할 수 있는 전문연구요원을 일반 병사로 활용한다는 구상은 20세기로 되돌아가는 발상이다. 현재 국방과학연구소에는 전문연구인력 배정이 없어졌다는 말을 들었다. 완전히 거꾸로 가고 있는 것이다. 임진왜란 때 조총을 만들어야 할 기술자를 징집해서 활을 쏘게 하는 꼴과 같다. 21세기에는 오히려 국방연구 인력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 16세기 율곡 선생의 ‘10만 양병설’이 21세기에는 ‘10만 연구병설’로 바뀌어야 한다. 10만의 연구전문 병사를 양성해야 한다. 이 연구하는 병사는 모병제 개념을 적용해 장기 복무하며 첨단연구와 첨단무기 활용의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
   
   21세기는 지정학(地政學)에서 기정학(技政學)으로 변하고 있다. 국제정치가 지리적 요소에 의해 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기술적 요소에 크게 영향을 받고 있다. 이념 중심의 국제정치 시대가 가고, 이제 국익에 의해 국제관계가 정해진다. 국가 이익을 공유하는 국가가 우방이 된다. 국가 핵심산업의 가치사슬을 공유하는 나라가 우방인 것이다. 소재·부품·장비의 공급 사슬을 공유하는 나라가 동맹국이 된다. 현재 미국이 한국의 손을 굳게 잡은 이유는 한국이 미국에 필요한 반도체와 배터리 산업을 쥐고 있기 때문이다. 국가 안보는 국방에 의해서만 담보되는 것이 아니라, 첨단기술과 산업도 중요한 요소가 됐다. 우수한 인적자원을 연구개발에 투입하는 것이 국가 안보에 더욱 도움이 된다.”
   
   - 최근 호주 K9 자주포 수출 계약 체결에 이어 UAE 천궁2 요격미사일 최종계약이 성사되는 등 방산 수출 낭보가 잇따르고 있다. 새로운 먹거리, 신성장 동력으로서의 방위산업을 어떻게 보는가. “대한민국 방산의 쾌거라고 생각한다. 방산은 전 세계에서 매우 큰 산업이다. 예를 들어 우리가 잘하고 있는 조선은 전 세계 시장 규모가 2020년 기준으로 약 1260억달러이고, 반도체 산업이 4400억달러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는 2018년 기준 전 세계 무기 시장 규모를 2840억달러로 보고 있다. SIPRI 집계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16~2020년 무기수출국 순위 9위에 올랐지만 이렇게 큰 시장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2.7%밖에 되지 않는다.
   
   한국 입장에서 무기산업은 일거양득의 산업이다. 우리나라는 특수 상황에 처해 자주국방을 해야 하는 입장이다. 그러니 당연히 국가안보 측면에서 무기 개발과 생산이 필요하다. 그러면서 동시에 세계시장이 크기 때문에, 산업적인 측면에서도 중요하다. 이와 같이 일거양득인 산업을 소홀히 할 수 없다.”
   
   - ‘괴짜 교수’로 유명한데, 국방 분야에도 원래 관심이 많았나. “KAIST 교수로서 국방은 무엇보다 우선 순위가 높은 분야다. KAIST는 언제나 국가가 어려움에 처하면 앞장서서 기술보국(技術報國)을 실천하고자 한다. 2019년 일본이 반도체, 디스플레이 소재 관련 무역 공격을 할 때, KAIST 교수진 140여명은 자발적으로 소재부품 지원단을 구성해 중소기업을 돕기 위하여 발 벗고 나섰다. 2020년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될 때는 교수진 45명이 나서서 방역기기 개발을 시작하여, 이동형 음압병동, 음압방호복 등을 개발했다. 기술 국방이 중요해지는 21세기를 맞이하여 KAIST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다.”
   
   - 정문술 회장으로부터 615억원의 후원을 유치하고 문술대학원 설립 등 많은 업적을 남겼다. 그 비결은 무엇인가. “교수 생활을 하면서 좋은 후원자를 만나게 된 것은 운이 좋았기 때문이다. 또한 눈앞의 이익을 바라지 않고, 돕다 보면 더 큰 보상으로 돌아오는 경우도 많이 있는 것 같다. 운 좋게 좋은 후원자를 만나서, 바이오뇌공학, 과학저널리즘, 지식재산, 미래학 등 새로운 학문 분야를 개척할 수 있었던 것이 큰 보람이다.”
   
   - 끝으로 국가안보와 과학기술 등에 대해 더 하고 싶은 말은. “21세기 국가안보는 국가의 총체적인 노력에 의해서 가능하다. ‘지정학’ 시대가 가고 ‘기정학’ 시대가 왔다. 국가안보를 위해 일반병사, 지휘관, 첨단무기 운영팀, 첨단무기 개발팀, 국가전략산업 등 모든 분야가 균형을 이루며 총력 합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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