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현채 주필
▲ 박현채 주필
불과 7개월여 만에 정말로 반갑지 않은 손님이 또다시 찾아왔다. 지난 10일 충북 음성군의 한 메추리 농장에서 조류인플루엔자(AI)가 확진됐다. 곧바로 인근에 위치한 육용오리 농장에서도 양성 판정이 나와 긴급 살처분 작업이 진행됐다.
 
올해는 예년보다 AI가 훨씬 더 기승을 부릴 것으로 전망된다. 발생 시점이 지난해보다 한 달가량 빠른데다 유럽과 아시아에서 고병원성 AI가 창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AI는 겨울을 넘겨 새 봄이 돼서야 잠잠해진다. 지난해보다 AI 기간이 한 달이나 더 길어지게 됐으니 그 만큼 방역 노력과 피해가 커질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게다가 올해는 유럽과 아시아에서 AI가 창궐, 올겨울 우라나라에서 고병원성 AI가 기승을 부릴 것으로 예상된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올 상반기 유럽 야생조류에서 발생한 고병원성 AI는 전년 대비 무려 44배나 늘어났고 아시아에서도 3.1배 증가했다. 또 바이러스 유형도 매우 다양해져 유럽은 1종에서 6종으로, 아시아에서는 3종에서 4종으로 늘어났다. 그동안의 분석에 따르면 유럽과 아시아에서 AI가 유행할 때면 감염된 철새들의 이동으로 어김없이 국내에서도 피해가 크게 났다.
 
AI는 워낙 빠르고 광범위하게 전염돼 제대로 막기가 힘들다. 가뜩이나 코로나19 사태로 다들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AI까지 발생해 국민들 삶, 특히 축산농가들의 고통이 가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AI가 발생하면 으레 달걀과 닭고기 대란이 일어나고 음식점과 사료산업, 육류가공업 등 연관 업종의 연쇄 피해로 이어진다.

특히 이번에는 달걀 파동이 심히 우려된다.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4월까지 109건의 AI가 발생, 전체 산란계의 24%가 살처분됐으나 아직까지 충분한 복구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통계청의 ‘2021년 3분기 가축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9월1일 기준 국내 산란계 마릿수는 7072만마리로 지난 3월 6211만마리보다 약 14% 늘었다. 그러나 지난해 같은 기간의 7385만마리와 비교하면 300여만마리(-4.2%)가 적어 달걀 공급량이 여전히 부족한 상태다.
 
이에 따라 정부가 달걀을 수입해서 공급하고 있는데도 달걀값은 여전히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1일 기준 달걀 1판(대란·30개)의 전국 평균 소비자가격은 6939원으로 지난해 겨울 고병원성 AI 발생 이후 가장 높았던 6월 평균가격 7679원과 비교할 때 10%가량 떨어졌다. 하지만 이는 평년보다 여전히 비싼 수준이다. 한 때 계란 한판 가격이 1만원을 웃돌자 정부가 부랴부랴 할당관세 0%를 적용하면서 3억개가 넘는 달걀을 수입했는데도 역부족이다.
 
실정이 이러하니 AI 재확산으로 또다시 산란계가 대거 살처분될 경우 그 파장이 무척 클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달걀 수요가 크게 늘어난 데다 사룟값 인상으로 생산비가 높아져 당분간 큰 폭의 가격 변화를 기대하기가 어렵다. 이로 인해 달걀 파동 장기화 등 '에그플레이션(egg+flation)' 압박이 고조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젠 AI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근본대책이 강구되어야 하겠다. 정부가 방역대책을 강화하고 있는데도 해가 갈수록 피해가 심해지는 등 현재의 방역방법이 한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AI가 만연할 때마다 확고한 대책없이 가금류를 살처분하는 것만이 능사인지 답답하기만 하다. 백신 정책 등을 다시 한번 꼼꼼히 살펴보고 하천과 갯벌 등 환경과 조류의 생태 파악을 하는 쉽게 하는 시스템을 갖추는 등 유효한 사전 대비책을 세우는 것이 장기적으로 AI 피해를 줄일 수 있는 근본대책이 되지 않을까 사료된다. 이와 함께 전염병에 약할 수밖에 없는 지금의 밀식 사육 방법을 바꾸는 등 가축의 사육환경을 개선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돼야 하겠다. <투데이 코리아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