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현채 주필
▲ 박현채 주필
한국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선풍적인 인기몰이를 하면서 사상 처음으로 전세계를 석권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로 방영된 이 드라마는 공개되자마자 미국시장을 단숨에 압도하더니 넷플릭스가 서비스되는 83개국 TV 프로그램 부문서 모두 1위를 차지했다. 넷플릭스 역사상 가장 높은 기록이다. 넷플릭스가 서비스되지 않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 2016년 사드 배치 이후 방송국이나 동영상 플랫폼에서 한국 드라마나 영화의 방영을 금지시킨 한한령(限韓令)이 내려진 중국에서조차도 불법 다운로드된 영상이 암암리에 유통되면서 '오징어 게임' 열풍이 거세게 불고 있으니 그 위력을 충분히 가늠하고도 남을 만 하다.
 
오징어게임은 빚에 쫓기는 자들이 서바이벌 게임에 초대돼 456억원의 상금을 타기 위해 목숨을 걸고 벌이는 판타지 드라마이다. 게임은 한국인의 어린 시절 추억의 놀이인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달고나 뽑기’, ‘줄다리기’, ‘구슬치기’, 오징어 게임 등과 ‘다리 건너기’로 구성돼 있다. 극한 경쟁에 몰린 현대인들의 상황을 추억의 놀이와 결부시켜 잔혹하고 충격적인 죽음의 게임으로 반영시켰다.
 
<오징어게임>에는 계급·계층의 단절과 갈등에 대한 비판의식이 들어 있다.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영화 '기생충'처럼 사회구조와 메시지가 절묘하게 녹아있다. '기생충'이 그러했듯 '오징어 게임' 속 게임 참가자들과 그들이 게임을 치르는 양상은 지극히 한국적이다. 그러나 이야기를 전달하는 방식은 세계적이다. 이러한 주제의식이 오락적 재미만 추구한 다른 장르물과 차별된다.

생존을 위한 데스게임(Death Game) 콘텐츠는 한국인들에게는 무척 낯설다. 하지만 미국이나 일본 등 해외에선 오래전부터 보편적 소재였다. <오징어게임>이 일본영화 <배틀 로얄>, <신이 말하는대로> 등을 연상시킨다는 이유로 표절 논란이 일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다른 데스게임 콘텐츠와 기본 틀은 같아 보이지만 그 안에서 스토리를 풀어가는 방식은 사뭇 다르다. 이러한 차별성이 세계인들을 매료시킨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인간의 목숨이 걸린 게임을 다루는 데스게임은 고통에 가득 찬 등장인물의 마음을 시각적으로 부각시키기 위해 통상 무채색을 많이 쓴다. 하지만 오징어게임은 유채색 배경과 소품을 사용해 반전의 묘미를 노렸다. 게임이 벌어지는 공간은 청명한 하늘색이고, 참가자들을 죽이는 병정들은 분홍색 옷을 입었다
 
미국을 위시해 영국, 프랑스 등 주요 국가의 유수 매체들은 이 드라마의 흥생 성공 이야기를 다루기 바쁘다. 영국의 BBC방송은 ‘오징어 게임’이 세계적인 인기를 누릴 수 있게 된 요인으로 ▲쉬운 게임이 등장해 규칙보다 각각의 인물에 더 집중할 수 있는 점 ▲사회에서 소외된 인물을 보여줌으로써 젊은 세대의 공감을 이끌어낸 점 ▲어린 시절 즐기던 게임이 향수와 호기심을 자극하는 점 등을 꼽았다. 특히 ‘달고나 뽑기’는 한국인들이 어린 시절 했던 게임으로 그들에게 향수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고 전했다.
 
전 세계적 흥행에 성공하면서, 이 드라마에 나오는 '병정' 캐릭터 의상이 핼러윈 복장으로 불티나게 팔리고 '달고나 뽑기‘가 유행하는 등 소품들이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런가 하면 넷플릭스 주가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주연 배우 소속사 등의 주가도 뛰고 있다.
 
후속편인 “시즌2가 언제 만들어질 지는 아직 미지수다. 하지만 연출을 맡은 황동혁 감독은 최근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시즌2가 시작된다면 경찰의 문제에 초점을 맞추고 싶다"며 프런트맨을 언급했다. 프런트맨은 검은 가면을 쓴 남자들로 게임을 통제하는 진행요원들이다. 그는 "경찰 문제는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해외 뉴스에서도 경찰의 행동이 늦어 더 많은 희생자가 발생하거나 상황이 악화되는 것을 많이 보았다. 평소에 제기하고 싶었던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시즌2 게임으로는 "팽이치기가 기억이 나고, 땅따먹기가 있으며 "우리집에 왜 왔니 등의 게임도 있다”고 말했다.
 
오징어 게임이 세계적 반향을 일으킨 것은 인간의 삶 자체가 이미 지구촌 전역에서 생명을 걸어야 하는 게임이 되어버렸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인 특유의 어린 시절의 순수한 놀이가 자칫 잔인하고 사람을 죽이는 도구로 받아들여지지 않을 까 우려된다. 판타지 드라마를 실제와 혼동, 천진난만한 동심의 황폐화가 우려된다는 얘기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우리의 놀이문화를 세계에 널리 소개, 문화 수준을 한 단계 높이는 계기가 되리라고 본다. 벌써부터 시즌2가 한류 열풍을 계속 이어지게 할지 궁금해 진다. <박현채 투데이 코리아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