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현채 주필
▲ 박현채 주필
중국 제2의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그룹의 파산설로 요동치던 글로벌 금융시장이 다소 진정되는 모양새다. 홍콩 증권거래소에 상장돼 있는 헝다 주가는 23일 17% 급등하며 거래를 마쳤고 글로벌 증시와 가상화폐 시장도 반등에 성공했다. 코스피도 이날 장 초반에는 1%가량 하락했지만, 위험자산 선호심리 강화와 헝다그룹 디폴트 우려 완화 등이 긍정적으로 작용하며 낙폭을 줄였다..
 
이날은 헝다그룹이 미달러 채권 이자 8350만 달러(약 993억원)와 위안화 채권 이자 2억3200만 위안(약 425억원)을 지급해야 하는 날이었다. 그러나 헝다가 공고를 통해 2억 3200만 위안의 위안화 채권 이자 지급 문제를 해결했다고 발표하면서 위기감이 수그러들었다. 시장은 헝다가 실제로 이자를 지급한 것이 아니라 채권보유기관과의 협상을 통해 이자 전체 또는 일부의 지급시한을 늦추는 임시방편을 동원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헝다그룹의 부채 위기가 수면 위로 본격 부상한 것은 지난 8월부터다. 헝다로 부터 공사 대금을 지급받지 못한 하청업체와 자재 공급업체들의 소송이 꼬리를 물고 있다는 소식이 외신을 통해 전해지면서 투자자들이 경계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헝다 사태는 2008년 전세계 금융위기를 일으킨 리먼브러더스 파산 사태를 연상시킨다. 리먼 사태와 마찬가지로 부동산 버블이 큰 원인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헝다 사태를 리먼과 다르게 보는 시각도 있다. 중국 정부가 지냔해부터 부동산 시장의 과열을 진화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부동산 개발업체들의 부채 감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위기가 촉발된 것이어서 리먼 사태와는 발생 배경이 다르다는 것이다. 특히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23일 시중 채권 등을 사들이는 역매입 방식으로 1,100억 위안(약 20조 원) 규모의 유동성을 공급한 것이 주목된다. 이는 수십조 원에 달하는 헝다 발행 채권을 사들인 현지 지방은행을 상대로 돈을 풀어 갑작스러운 자금 경색을 막겠다는 것으로 헝다그룹발(發) ‘부채 위기 확산’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헝다가 이같은 간접적인 방법으로 유동성 위기를 완전히 해결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헝다그룹의 채무 규모가 무려 3000억 달러(약 355조 원)나 되기 때문이다. 이 중 은행과 신탁 등 금융기관에서 빌린 자금 규모만도 5천718억 위안(약 105조원)에 달하는데 이 중 절반 가까이가 올해 안에 만기가 도래한다. 이 밖에도 '숨은 채무'가 상당한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단기적으로 이자 지급 시한 연장 등의 우회적인 방법을 통해 파산을 모면할 수는 있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미국의 블룸버그 통신은 "이번 일부 이자 지급 방식이 헝다에 관한 새로운 부정적 뉴스가 나오지 않도록 하는 데는 도움이 되겠지만 회사의 장기적인 재정 건전성에 관한 우려를 잠재우지는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더구나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이 연내에 결정되고 금리 인하가 내년으로 앞당겨 질 것으로 예상되는 것도 악재가 되고 있다.
 
중국의 부동산 섹터는 경제의 29% 비중을 차지하는 주요 성장동력이다. 따라서 헝다와 같은 대형 개발사가 파산할 경우, 건설업은 물론 경제 전반에 유동성 경색을 초래해 연쇄 부도 사태를 초래할 것으로 우려된다. 당장 헝다가 건설 중인 아파트 완공이 지연되면서 150만명에 달하는 계약자들이 커다란 재산상의 피해가 예상된다. 중국 가계 자산 가운데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40%에 이른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부동산 시장 전반의 약세 흐름이 민간 소비까지 연쇄적인 충격을 일으킬 것이 확실하다. 이는 결국 실물경기와 금융시스템의 위기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물론 미국 등 주요국가들은 헝다의 부채와 연관성이 거의 없어 파급 효과가 제한적일 것으로 사료된다. 헝다가 파산하더라도 리먼브러더스 도산 사태처럼 금융 폭풍의 도화선이 될 것 같지는 않다는 얘기다. 하지만 헝다 사태로 중국 경제 전반이 악영향을 받을 경우, 중국과의 통상 규모가 무척 큰 한국 경제로서는 감당해야 할 피해는 적지 않을 것으로 우려된다. 이에 따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중국의 실물경제와 금융시스템을 무너뜨리지 않으면서 부동산 시장의 과열을 진화하는 데 '신의 한 수'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박현채 투데이코리아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