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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은의 의학이야기] 절제 없이는 건강 없다, 태양왕 루이 14세

  • 페로타임즈 김해은


 
김해은 한사랑의원 원장 (도봉구의사협의회 부회장)
김해은 한사랑의원 원장 (도봉구의사회 부회장)

아프리카의 사바나의 절대강자, 백수의 왕이라 불리는 수사자는 멋진 갈기와 딱 벌어진 체구에 두려울 것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위엄 있는 자태로 앉아있는 사자 왕의 이면을 보면 실제는 그다지 근엄하지 못하다. 아프리카의 흡혈 파리와 모기에 끊임없이 시달려 잠시도 쉴 틈 없이 이 불청객들을 쫒아야하고, 피부에 기생하는 진드기 같은 기생충의 흡혈로 발생하는 피부염에 종일 시달려야 한다. 그리고 왕좌를 노리는 경쟁자를 경계하기 위해 스트레스와 압박감에 시달려야 한다. 부상을 입으면 가차 없이 왕좌에서 밀려나고 홀로 남은 수사자의 미래는 곧 죽음이다.

 

중세에 태양왕이라고 불리었던 루이14세의 초상화를 보면 겉으로 치장한 의복과 배경으로 권위가 극에 달한다. 춤 잘 추기로 명성을 날린 늘씬한 다리는 금방이라도 무도장으로 달려가 춤을 출 기세이다. “짐이 곧 국가다”라고 선언하였던 절대 강자인 그도 40세를 기점으로 하향 길을 걸었다. 초상화 속에서 루이14세는 흰 담비 털로 안을 댄 황금빛 백합꽃 무늬가 가득한 푸른 망토를 걸치고 있다. 다이아몬드로 장식된 칼과 황금 왕관 등도 태양왕의 절대권위에 어울리게 화려하기 그지없다.

 

루이14세는 엄청난 대식가에 기골이 장대한데다, 평균수명이 20대이던 당시에 드물게 77세까지 장수한 인물이다. 하지만 한편으론 온갖 병을 달고 살아간 사람이었다. 14세에 천연두를 앓았고 이어 성홍열, 홍역을 앓으며 죽음의 고비를 간신히 넘겼다. 그는 천연두의 후유증으로 얼굴에 곰보자국이 생겼다. 성홍열을 앓고 난 다음에는 고열로 머리가 빠져 대머리가 됐다. 그때부터 평생 가발을 썼다. 피부병과 위염, 설사 등 가벼운 질병은 늘 달고 살았다. 평생 편두통과 치통, 통풍, 신장결석, 당뇨 등 만성질병의 고통에서 해방되지 못했다.

 

루이14세는 하루 세끼마다 코스별로 10종류의 요리가 나오는 식사를 아침 3코스, 저녁 5코스를 매일 먹었다. 식민지에서 가져온 설탕으로 만든 과자류나 초콜릿, 사탕을 입에 물고 살았다고 한다. 이처럼 대책 없이 먹어대다 보니 왕은 수시로 소화불량과 설사를 되풀이했고, 여기에 두통과 현기증, 비만, 우울증이 합병증으로 따라왔다. 전의들은 사혈이나 관장을 반복적으로 시행했다. 결국 시의들이 행한 관장과 사혈은 왕의 건강을 해치는 결과를 가져왔다.

중세 프랑스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태양왕 루이14세. 장수하였지만 무절제한 식생활로 중년 이후 병마에 시달렸다.
중세 프랑스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태양왕 루이14세. 장수하였지만 무절제한 식생활로 중년 이후 병마에 시달렸다.

단것을 입에 달고 살았던 까닭에 치아 문제가 심각했다.

루이14세는 10대부터 잇몸에 염증이 생겼고, 30대에는 치아 전체가 썩었다. 결국 상악의 치아 하나만 남긴 채 이를 전부 뽑아냈고, 치아가 없어진 까닭에 왕의 음식은 모두 유동식으로 바뀌었다.

루이 14세의 충치가 문제이기도 했지만 두통을 예방하기 위해 앞니 대부분을 뽑아버렸다니, 시의들이 현재의 의학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오류를 범했다. 그래서 그의 초상화를 보면 이가 없어 합죽해 보인다. 설상가상으로 발치 후 후유증이 생겨 루이14세의 입천장 구개부에 구멍이 나버렸다. 그래서 물을 마시면 일부가 코로 흘러들어가 사래를 유발하였다. 결국 루이 14세는 1685년 이 구멍을 막기 위해 잇몸을 14번이나 뜨거운 쇠로 지지는 대수술을 받았다.

 

왕의 고난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위쪽 문제가 해결되나 싶으니 아래쪽에서 문제가 터졌다. 일 년 후 왕은 항문 근처에 농양이 발견됐고 곧 수술을 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커졌다. 결국 왕은 수차례 농양을 배농하고 불에 달군 쇠로 지지는 수술을 받았다. 오른쪽 발에 통풍이 재발했고 항문의 농양은 직장과 항문 주변으로 구멍이 나는 치루가 됐다. 이때부터 키니네와 독주, 하제 등 온갖 치료법이 총동원됐고 이에 따라서 왕의 몸도 지쳐갔다. 결국 루이14세는 치루 제거 수술을 받았다. 당시에는 마취와 소독이 없는 시대여서 고통스럽고 끔찍한 수술이 진행됐다. 역사 기록은 “왕이 꿋꿋하게 버티며 수술 중 단 한 번도 비명을 지르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태양왕이 고통에 소리를 질렀다고 쓸 수 없었다.

 

루이14세는 통풍이 악화돼 휠체어에 의존하였고, 젊은 시절 한 가닥 하던 화려한 춤꾼의 모습은 더 이상 볼 수 없게 됐다. 결국 1715년 사망할 때까지 골골거리며 각종 병마의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온갖 염증에 시달린 왕의 몸에서는 늘 고름 냄새가 진동하였고 목욕을 하면 흑사병이나 전염병에 걸린다는 잘못된 믿음으로 목욕을 하지 않아 악취가 진동하였다. 화려한 의상과 향수로 감추어진 태양왕의 실체는 고통 그 자체였다.

현대에도 음식과 향락, 그리고 잘못된 상식 때문에 건강을 잃고 고생하다 죽음에 이르는 이들이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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