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현채 주필
▲ 박현채 주필
인구 감소 시대가 전개되기 시작했다.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지난해 사망자가 출생자 수보다 많아 인구가 자연 감소세로 반전됐다. 오는 2029년부터 인구가 줄어들 것이라는 통계청 전망보다 무려 9년이나 앞당겨졌다.   

전쟁이 나는 등 특별한 상황이 전개되지 않았는데도 인구가 감소한다는 것은 재앙이다. 미래학자들은 저출산.고령화 속의 인구감소 현상은 핵폭탄보다 더 무서운 재앙을 후손들에게 안겨줄 것이라고 경고한다. 인구가 줄어들면 노동력 부족과 소비 감소를 불러와 경제 활력이 위축되고 잠재성장률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지금은 젊은이 5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하면 되지만 약 20년 뒤에는 젊은이 2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하게 돼 재정이 급속히 부실해지고 건강보험과 국민연금 등도 고갈 위기에 처하게 된다. 

 인구 자연감소를 막기 위해서는 출산율을 높이는 방법이외에 달리 길이 없다. 사망률을 낮추는 데는 한계가 있을뿐더러 설사 낮추는데 성공한다 하더라고 고령인구가 많아져 국가 부담만 커지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가임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의 수인 합계출산율이 0.84명(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역대 최저이자 세계 최저 수준이다. 세계 평균인 2.4명과 유럽연합(EU) 국가의 평균인 1.59명과 비교해 큰 차이가 난다. 설상가상으로 올해는 코로나19의 장기화와 변종 바이러스 출현으로 한계출산율이 더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은행은 최근 코로나 사태로 ‘3포’(연애.결혼.출산 포기)가 늘어나 2022년엔 합계출산율이 통계청 전망치인 0.72명보다 더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부도 일찌감치 이 같은 저출산을 예견하고 2005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발족시키고  2006년부터 ‘저출산.고령사회 기본대책“을 만들어 추진해 왔다. 그동안 쏟아 부은 예산만도 200조원이 넘는다. 그런데도 출산율이 높아지기는 커녕 오히려 세계 유례가 없을 정도로 낮아졌다. 정부 대책이 완전 실패작으로 끝난 셈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생산가능인구 감소로 노동인력이 줄어들고 있는데도 청년들의 일자리는 부족했고 집과 전세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아 스스로의 힘으로 보금자리를 마련하기가 하늘의 별따기 만큼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일자리가 없으니 결혼을 못하고 결혼을 했더라도 자녀 1명을 대학까지 보내는데 3억원 가까이 소요되고 안정적으로 거주할 집이 없으니 출산을 꺼리는 것이다. 젊은이들 스스로 ‘결혼을 해 아이를 낳고 싶다‘는 생각이 들도록 여건이 바뀌어야 하는데 정부가 영아수당, 육아휴직급여 지급 등 단기땜질 정책으로 일관하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이다. 

 이젠 사고의 발상을 전환할 때가 됐다고 본다. 단기적이고 근시안적인 대책으로는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없다는 것이 입증됐다. 집값 폭등, 양육과 교육비 부담, 일과 가정의 양립 등 결혼과 출산을 가로막는 요인들은 단기적으로 해결 가능한 것이 아니다. 사회 환경과 구조를 근본적으로 뜯어 고치지 않고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 긴 호흡으로 일관성 있게 추진해야만 비로소 가능한 일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가 포퓰리즘 정책에서 시급히 벗어나야 한다. 목전의 표만을 의식해  인구가 감소하는데도 지금처럼 공무원 수를 늘리거나 노조 기득권 지키기로 사실상 신규 일자리 창출을 막고 시급한 연금 개혁을 차기 정권으로 미루는 등의 사고로는 실효성 있는 대책이 나올 수 없다. 

 주요 선진국들 증에서는 우리보다 인구가 훨씬 적은데도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고 다부지게 살아가는 나라가 많다. 더구나 지금은 많은 인력이 필요하지 않는 4차 혁명 시대다. 인공지능과 로봇이 노동을 대체할 수 있는 언텍트 시대가 도래했다. 급한 마음에 무작정 엄청난 돈을 투입해 억지로 출산율을 높이려는 실효성 없는 정책보다는 이민 확대를 통해 자생력을 확보하는 등 보다 현실적인 방안을 다각적으로 강구하는 것이 바람직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투데이 코리아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