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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진단] 중소기업, 코로나 와중에 ‘주 52시간제’ 까지.... 중소기업에 대기업 기준 강요

  •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

 
주 52시간 근로시간 준수를 위해 내년부터 일요일 영업을 하지 않는다는 공고를 붙인 하나로마트 / 페이스북
주 52시간 근로시간 준수를 위해 내년부터 일요일 영업을 하지 않는다는 공고를 붙인 하나로마트 / 페이스북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프로크루스테스(Procrustes) 침대’는 어떤 절대적 기준을 정해 놓고 모든 것을 거기에 맞추려는, ‘획일적 기준’의 폐해를 말할 때 흔히 인용된다.

프로크루스테스는 다른 도적들과는 달리 지나가는 나그네를 극진히 대접하고 잠자리까지 제공한다. 그리고 자신에게 ‘모든 이에게 사이즈가 맞는 침대가 있다’며 나그네를 눕힌 다음 침대보다 키가 크면 남는 다리를 잘라버리고, 침대보다 키가 작으면 침대 길이에 맞춰 늘리는 방법으로 나그네를 살해한다.

주 52시간 근로제는 전형적인 프로크루스테스 침대다. 각양각색의 근로형태와 근로유형에 관계없이 모든 근로자는 주 52시간 일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내년 1월부터 근로자 50~299인 기업에도 주 52시간 근로제를 적용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올해까지는 주당 최대 68시간까지 일을 할 수 있었다.

68시간을 분해하면, 기본근로 주당 40시간, 평일 연장 최대 12시간, 휴일 최대 16시간이다. 하지만 내년에는 ‘연장과 휴일을 합해’ 최대 12시간까지만 허용된다. 휴일 16시간이 없어지는 것이다. 2021년 7월 1일부터는 근로자 5~49인 기업에도 주 52시간 근로제가 적용된다.

 

중소기업계는 준비 부족을 이유로 연말 종료되는 계도기간 연장을 호소했으나 묵살됐다. 이제 내년부터 대한민국의 ‘모든 기업과 근로자’는 주 52시간 근로제를 적용받게 된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은 ‘근로천국’으로 전 세계의 선망의 대상이 될 것이다. 우스갯소리로 ‘한국으로의 이민 행렬’이 줄을 이을 것이다.

불편한 질문을 던진다.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돼 곤경에 빠진 많은 중소기업들이 계도기간 연장을 바랐지만 이를 일축하고 내년부터 주 52시간제를 강제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정책은 무릇 ‘과학과 시간’을 조합하는 예술이다. 코로나가 기승을 부리는 지금이 주 52시간을 밀어붙이는 적기 (適期)인지 묻고 싶다. 정책을 오기로 시행해서 되겠는가.

 

통계오독이 빚은 치명적 인식오류: 한국은 ‘과로(過勞) 미개(未開) 사회’

 

주 52 근로시간제도는 도입 초기부터 논란이 많았다. 근로시간은 기본적으로 경제 주체가 선택하는 ‘자율영역’이기 때문이다. 법으로 규제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법제화의 명분은 과잉근로를 방지해 건강권을 지키고 ‘삶의 질’을 높이자는 것이었다. ‘사전적 명분’은 모든 규제가 그렇듯이 그럴듯하다.

하지만 과유불급(過猶不及)을 조심해야 한다.

주 52시간제를 도입하기 위해 제도권 내 좌파들은 현실을 과장했다. 정치인, 관료, 언론종사자들은 이구동성으로 한국 사회를 ‘과로의 미개(過勞未開)’ 국가로 몰고 가 낙인찍었다.
 

 

한국은 과연 그들이 주장하는 것과 같이 과로로 중독된 미개사회인가? 통계를 보자.

<표 1>은 국가 간 근로자당 연평균 ‘실제근로시간’을 비교한 것이다. 통계청(KOSIS)과 OECD 자료이기 때문에 더 이상의 통계자료는 없다.

<표 1>에서 보듯이 한국과 멕시코 그리고 그리스는 장시간 노동을 하는 나라이다. 미국, 프랑스, 독일은 상대적으로 연간근로시간이 짧은 나라다. 국제비교 이전에 한국의 통계를 보자. 2015년 연간평균 근로시간은 2,083시간이다. ‘주 52시간 근로시간제가 도입되기 전’부터 근로시간은 감소했고, 2019년에는 1,967시간으로 줄었다.

 

멕시코와 그리스는 같은 기간 연간 근로시간에 큰 변화가 없다. 한국을 과로국가로 규정하는 데는 신중해야 한다.멕시코 그리스 한국과 달리, 미국과 유럽 국가들의 연간 근로시간은 ‘유의미’하게 작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통계를 작성하면서 붙인 주석(註釋)을 면밀히 살필 필요가 있다. ‘연평균 실제 근로시간’(average annual hours actually worked per worker)은 ‘연간 총(總)실근로시간을 연간 평균 취업자 수’로 나눈 것이다.

 

총(總)실근로시간(total hours actually worked)은 소정근로기간 내의 모든 실근로시간, 연장근로시간, 작업장에서의 대기 및 준비시간 등을 합친 것이다. 그리고 취업자 수에는 ‘전일제(full time) 및 시간제(part time)’ 근로자가 포함된다. 2가지 점에 주의해야 한다. 평균근로시간에는 이미 연장근로시간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기 전에도 이미 연장근로시간이 포함된 평균근로시간은 감소했다.

미국과 유럽의 연평균근로시간이 작은 것은 ‘근로자 한사람이 그만큼 일을 적게 해서가 아니라 시간제 근로자(part timer)가 많아서, 즉 분모의 값이 커짐’에 따라 평균적으로 연근로시간이 작아진 것이다. 최근 한국의 연평균근로시간이 낮아진 데는 ‘시간제 근로자의 비중이 높아진’ 것도 일정 부분 기여한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전일제(full time) 근로자의 근로시간을 단축해 연평균근로시간을 낮추려‘ 했다면 이는 번지수를 크게 잘못 찾은 것이다. 주 52시간제를 강제하지 않아도 시간이 가면서 연평균 근로시간은 단축될 것이다. 시간제 근로 유형이 다양해지기 때문이다. 근로시간 단축은 ’일과 여가의 선택‘에서 문화적으로 접근해야 할 측면이 강하다.
 

‘50~299인 중기 90% 이상 준비가 됐다’는 고용부 실태 조사 믿을 수 있나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11월 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50~299인 기업 주 52시간제 현장 안착’ 관련 브리핑을 하면서 “지난 1년간 정부의 정책 지원과 노사가 함께 노력한 결과 주 52시간제 준비 상황이 크게 개선됐다”며 “금년 말에 예정대로 계도기간을 종료한다”고 했다.

내년 1월부터 중소기업 사업주도 주 52시간제를 준수하지 못하면 2년 이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 벌금형을 받게 된다.

 

이 장관은 2021년 1월 시행 근거로 ‘전수조사(全數調査) 결과를 공개했다. 고용노동부는 2020년 6~8월까지 50~299인 사업장 2만4179곳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했다. 실태조사 결과, 조사 대상 기업의 91.1%가 내년 주 52시간제를 준수할 수 있다고 답변했고, 81.1%는 이미 주 52시간제를 준수하고 있으며, 16.7%는 준비 중이라고 답했다.

고용노동부 실태조사에 앞서 11월 초 ‘중소기업중앙회’가 중소기업 500곳을 대상으로 파악한 실태조사에서는 ‘주 52시간제를 적용할 준비가 안 된 기업 비중이 39%’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부의 9%와 비교하면 네 배를 넘는다. 계도기간 연장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56%였다. 같은 현상에 대해 하늘과 땅 만큼의 인식 차이가 존재하는 것이다.

 

고용부의 실태조사 결과를 신뢰하기에는 허점이 많다. 우선 ‘전수조사라는 주장’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하는 한 협동조합 이사장은 “회원사 사장 가운데 조사했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는 이가 많다”고 했다.

나중에 고용부는 조사 대상의 60.8%인 1만4699개 기업이 응답했으며, 나머지는 설문에 응하지 않거나 전화 연결이 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설문에 응하지 않은 사업체를 빼고 준비된 기업의 비중을 계산했다면’ 이는 통계를 의도적으로 왜곡한 것이다. 설문에 응답하지 않은 기업은 준비가 부족해서 일 개연성이 그만큼 높다.
 

코로나로 외국인 근로자 입국 급감

 

주 52시간제를 관리·감독하는 근로감독관이 소속된 고용부가 조사를 맡았다는 점도 신뢰도를 떨어뜨린다. ‘준수할 수 없다’고 응답하면 해당 기업이 요주의 대상으로 분류돼 집중 조사받을 것으로 우려한 중소기업들이 ‘준수 가능’이라고 답하거나 조사에 불응했을 개연성이 높기 때문이다.

주 52시간제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제조업 조사 비중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중기중앙회 조사 대상 500개 기업 중 제조업체는 350개였지만, 고용부 조사에선 제조업 비중이 31.9%에 불과했다. 고용노동부 실태조사에서 ‘주 52시간 규제가 제조업에 미치는 영향’이 그만큼 과소평가되었을 개연성이 높다.

주 52시간제가 적용되면 제조업의 근간인 주조·금형·용접·표면처리 등 뿌리기업들은 인력난에 처할 것으로 예상된다. 뿌리산업은 외국인 고용 비중이 높다. 올해 코로나 사태로 외국인 입국이 이뤄지지 않아 공장 가동률이 급감하고 있다.

<그림 1>에서 보는 바와 같이 올들어 중소기업에서 외국인 인력이 필요하다고 신청한 규모는 2만1600여 명(10월 말 기준)에 이른다. 하지만 실제 입국한 외국인 인력은 2200여 명에 그쳤다. 신청 규모의 10.2% 수준이다. 코로나가 창궐한 4월 이후에는 아예 입국자가 없었다. 직원을 더 뽑고 싶어도 인력난으로 뽑을 수 없는 형편이다.

뿌리산업은 잦은 이직(移職) 탓에 내국인은 쓸래야 쓸 수가 없다. 싫든 좋든 외국인 근로자에 의존해야 한다. 설상가상으로 내년에는 50~299인 기업도 주당 52시간 근로제가 본격 시행되어 기존의 외국인 노동자를 십분 활용할 수 없다. 만약 코로나가 진정되어 업황이 ‘V자 반등’을 한다 해도 눈뜨고 지켜봐야 한다.

선박수리업 같은 업종은 특성상 수주가 몰리면 납기를 준수하기 위해 철야와 휴일작업을 해야 한다. 52시간제를 강제하면 납기를 맞추기 어려워진다. 그러면 일감을 포기해야 할 때도 있다. 조선업 수주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컴퓨터게임 및 소프트웨어 개발 근로자는 업무 특성상 같은 시·공간에서 공동으로 작업을 수행해야 할 필요는 없다.

영감이 떠오를 때 일을 해야 하는 근로자에게 ‘획일적인 근로시간 규제’를 가하는 것은 생산성을 꺾는 자해 행위이다. 근로자 본인에게 ‘총(總)근로시간 범위’ 내에서 자율근로를 허용하는 것이 순리이다. 주 68시간 근로는 보기에 따라서는 장시간 노동일 수 있다. 하지만 1년 내내 주당 68시간 일하는 것은 아니다. ‘휴식 없는 근로시간 지속 상한’을 정하는 정도의 규제로 접근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탄력근로제 등 제도 보완 없는 근로시간 단축

정부가 올 초 50~299인 사업장에 대한 주 52시간제를 실시하면서 1년간 계도기간을 둔 것은 ‘탄력근로제’ 입법이 무산된 데 따른 보완책이었다.

탄력근로제는 일이 몰리는 성수기에 근로시간을 늘리고 비성수기에 근로시간을 줄여 단위기간 내에서 법정 근로시간을 지키는 제도다. 2019년 ‘경제사회노동위원회’는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3개월에서 6개월로 확대하는 방안에 합의했지만 20대 국회에서 법 개정이 무산됐다.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연장은 보완대책이지만 국회 통과가 기약이 없다. 중소기업은 퇴로마저 막힌 형국이다.

300인 이상 대규모 사업장의 주 52시간 근로제에 시비를 걸 필요는 없다.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쪽이 선도를 해야 한다. 하지만 50~299인은 사정이 다르다. 50인 미만과 300인 이상의 사업체를 ‘같은 프로크루스테스 침대’에 눕히는 것은 정책 독선이다. 일부 사업체는 규제를 피하기 위해 49인 이하로 기업을 쪼개는 것을 고민하고 있다.

주 52시간을 강제하면 야근·특근 감소로 임금이 줄어들게 된다. 일할 수 있을 때 일을 더해 경제적 이득을 누리겠다는데 국가가 이를 막아서는 안 된다. 국내 중소기업계에는 아직 노동집약 업종이 많다. 이들에게 강제적 근로시간 단축은 큰 경제적 손실을 가져다 줄 것이다. 지금도 심각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격차를 더 악화시킬 수도 있다. 주 52시간제는 300인 이상 기업이면 충분하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
신시내티대 경제학 박사
전 한국하이에크소사이어티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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