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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약 대권후보 1위로 부상한 윤 총장
시대 과제인 '미래와 통합' 비전은 있나
이젠 정치여부를 명쾌하게 밝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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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한국일보 자료사진

 

차기 대권주자 지지율 1위에까지 오른 윤석열 검찰총장은 이제 우리나라에서 가장 정파적 인물이 됐다. 그가 살아 있는 권력도 두려워하지 않는 이 시대의 '참 검사'인지, 금도를 넘나들며 대상에 따라 정의의 잣대를 달리하는 구 시대의 '정치 검사'인지는 더이상 중요하지 않다.

윤 총장이 무엇을 하든 안하든 현 정부 열성 지지자들에겐 악이자 적폐이고, 적극 반대자들에겐 선이자 희망이다.

 

현 정부가 임명한 권력기관장이, 절대 정치에 휩쓸려서는 안되는 현직 검찰총장이, 여권도 아닌 야권의 독보적 대권주자로 꼽히는 현실. 정치에선 어떤 일도 일어날 수 있다고 하지만, 설마 이런 황당극이 펼쳐질 줄은 몰랐다. 이건 '뉴노멀'도 아니고 그냥 '애브노멀'이다.

기본적으론 야권의 인물난이다. 오죽하면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최재형 감사원장까지 청와대와 조금이라도 각을 세운 현 정부 고위인사는 모조리 대권주자로 오르내릴까. 막 탈당한 전 여당 의원, 5분 사이다발언 외엔 기억나는 퍼포먼스가 없는 야당 초선 의원조차 서울시장 유력후보로 거론되는 게 지금 보수 야권의 현실이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해도 추미애 법무장관이 아니었다면 절대 여기까지 오지는 않았다. 독설과 인사권과 수사지휘로 누를 때마다 윤 총장의 지지율은 튀어 올랐다. 식물 총장을 만들수록 인기가 더욱 치솟았다. 조국 장관 파동 이래 그는 줄곧 여권의 공적이었지만, 대권 후보 심지어 1위로까지 끌어올린 건 분명 추 장관이다.

윤 총장이 정말로 대선에 뛰어들지는 모르겠다. 지지율 고공행진은 거품이고 착시라는 분석도 많다. 다만 잠재적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것과, 일시적이라도 지지율 1위에 올라선 것은 차원이 다르다. 이낙연-이재명 양강구도를 깼을 뿐 아니라, 국민의힘 지지층의 3분의 2를 빨아들이며 홍준표 안철수를 현격하게 압도했다. 이쯤되면 그도 내심 대통령을 꿈꾸게 되지 않을까.

 

나는 지금 우리 사회에 가장 절실한 것, 때문에 다음 대통령이 반드시 가져야 하는 덕목을 '미래'와 '통합'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너무도 긴 시간 동안 과거와 부딪쳐 왔다. 아버지의 명예회복을 위해 정치를 시작했던 박근혜 전 대통령은 반공보수와 산업보국의 1970년대식 정서에 머문 채, 재임 내내 국가의 시계를 과거로 돌리려 했다. '촛불의 사명=적폐 청산'으로 규정했던 현 정부는 지금까지도 과거와의 끝없는 싸움을 이어오고 있다. 그 결과 국민들은 피로해졌고, 사회는 갈갈이 찢어져 두 나라 사람들처럼 살아가게 됐다. 기후변화, 4차 산업혁명, 일자리 위기, 인구 감소, 고령화 등 세상은 현기증나게 돌아가고 있는데, 우리는 언제쯤 미래를 얘기할 수 있을지, 그러기 위해 우리 사회에 통합보다 중요한 게 또 뭐가 있을지.

가치 판단을 최대한 배제하고, 윤 총장하면 떠오르는 연관 이미지는 '단죄'다. 그는 두 명의 전직 대통령을 단죄했고, 재벌 총수와 판사들을 단죄했다. 우리 사회는 이미 너무도 많은 단죄를 했다. 검사는 기본적으로 과거와 싸우는 사람들이기도 하지만, 윤 총장에게서 과거의 단죄를 넘는 미래와 통합 비전은 느껴지지 않는다. 이 지지율이 공허하게 느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루빨리 이 비정상적 상황은 정리되어야 한다. 진정 정치를 하려 한다면 지금 뛰어들어 미래와 통합의 행보를 걷는 것이 옳다. 그게 아니라면 대권에 뜻이 없다고 다시 한번 공개적으로 밝혀 여론조사기관들이 설문후보에서 빼도록 해야 한다. 어떤 경우든 명쾌하게 정리하는 게 그를 기대하는 국민들에 대한 도리이고 함께 일하는 검사들에 대한 배려다. 추 장관도 즉각 멈춰야 함은 말할 것도 없다.

 

이성철 콘텐츠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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