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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중의 미디어 비평] 미 대선 보도, 한국의 관점에서 접근했어야

  • 김서중


 
김서중 교수 (성공회대학교 미디어콘텐츠융합자율학부)
김서중 교수 (성공회대학교 미디어콘텐츠융합자율학부)

며칠 간 한국 언론의 적지 않은 지면과 방송 시간을 미국 대선 관련 보도가 장식했다. 나름 바이든에서 트럼프로 그리고 다시 바이든으로 이어지는 극적 드라마가 펼쳐졌기 때문에 기사 거리가 될 만 했다고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미국 대통령이 누가 되는 게 왜 우리에게 중요할까? 미국 대통령의 선출이 우리에게 중요치 않다고 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오래 동안 이어진 한미 관계는 물론 트럼프 대통령의 지난 임기 동안 남북 관계, 북미 관계가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경험을 했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며칠간의 언론 보도를 통해서 한미 간의 정치, 경제, 외교, 문화 등등 모든 영역에서 트럼프와 바이든에 따라 어떻게 달라질 것인지를 알게 된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트럼프가 예측 불가한 사람이라는 거, 바이든이 상대적으로 나이가 많다는 거, 바이든이 되면 그 동안 미국의 기본 정책에서 벗어났던 트럼프의 정책이 회귀할 것이라는 거, 탈퇴한 기후협약에 다시 복귀할 거라는 거(승리를 확신한 바이든의 첫 일성!) 정도랄까? 사실 오직 트럼프나 바이든의 당선 가능성만을 확인했을 뿐이었다. 소위 경마저널리즘의 미국 판이었다. 선거일 전후한 시기였으니 그럴 만했다고 이해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다. 선거일 이전 트럼프와 바이든의 선거 유세 기사도 별반 다를 바 없었다.

 

선거는 대표를 뽑는 과정이기도 하지만 정치 학습의 장이기도 하다. 적절한 대표를 뽑기 위해서는 후보자의 인물이나 정책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언론이 선거보도에서 해야 할 가장 중요한 기능이 인물이나 정책 검증인 이유다. 또 바삐 사는 현대인이 선거 기간만이라도 정치가 삶에 미치는 영향, 자신의 이념이나 정책 성향 확인 그리고 자신이 정치, 경제, 사회 영역에서 바라는 정책의 방향 등을 확인하는 경험을 유지함으로써 민주주의 주권자로서 정체성을 유지해야 한다. 즉 정치 학습의 시기인 것이다.

 

작금의 언론보도는 이를 충족시키기는커녕 역행한다는 비판을 받는다. 관심을 자극하는 폭로식 보도, 편파 보도, 추측 보도, 가십성 보도 등이 난무한다. 선거기간 후보자들끼리 무책임하게 제기하는 의혹들이 검증도 없이 선거기사의 제목을 장식한다. 정파적 성격이 강한 언론들이 우호적인 후보와 상대 후보를 구별하여 선택적 보도를 행한다. 편파보도다. 취재 없는 추측성 보도, 정치를 희화화하는 가십성 보도도 선거보도의 단골 메뉴다. 인물 검증, 정책 검증은 뒷전이다. 언론이 검증을 하지는 않는다. 선거야 말로 언론의 존재 필요성을 보여줄 중요한 시기인데 인터넷 상의 책임지지 않는 정보의 유통과 별반 다르지 않다. 취재가 없기 때문이다. 아니 취재할 능력이 없을 수도 있다.

 

그런 언론이 선거라는 대목에 지면을, 시간을 채울 수 있는 가장 큰 호재는 선거 판세일 것이다. 여론 조사 결과를 이리 해석하고 저리 해석하고, 현장 유권자들의 일부 의견을 마치 전체인 양 포장하고, 앞으로 전개될 판세를 예측하면서 지면을 채운다. 소위 경마 저널리즘이다. 각 유권자가 당락의 가능성 여부로 후보자를 선택해야 할까? 당락은 후보자 선택의 결과일 뿐 선택에 필요한 정보는 아니다.

 

하지만 언론이 유권자인 수용자의 호기심을 자극하기 가장 좋은 재료임에는 틀림없다. 유권자를 정치적 권리를 행사하는 주권자가 아닌, 승패 게임을 즐기는 방관자로 전락시킬 뿐이다. 사실 후보자의 인물 검증이나 후보자가 제시한 정책 검증은 선거보도의 기본에 불과하다. 더 중요한 것은 유권자 의제를 의제화하는 것이다. 단순 다수결에 의존하는 경쟁, 다원 민주주의를 넘어서 논의와 토론에 기반을 둔 숙의 민주주의로, 자신의 요구를 적극 펼치는 참여 민주주의로 성숙시키는 과정이 필요하다. 후보자 중심이 아니라 유권자를 중심으로 선거를 재편해야 한다. 유권자가 원하는 의제를 발굴하고 이에 근거하여 후보자를 검증하는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한국 언론의 미대선 보도는 트럼프나 바이든의 승패가 아닌 한국의 관점에서 미국, 미국 대통령의 영향을 평가하고 트럼프나 바이든의 당선 시 한국의 정책 대응을 논하는 것이어야만 했다.

 

※ 김서중 교수는...

서울대학교 대학원 신문학과 박사

現 성공회대학교 미디어콘텐츠자율학부 교수
現 민주언론시민연합 상임공동대표

KBS 이사회 이사(2015~2018), 제28기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공동의장(2014), 제15대 한국언론정보학회 회장(2013), 민주언론시민연합 공동대표(2007), 신문발전위원회 부위원장(2005), 언론중재위원회 위원(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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