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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이 만난 사람] 섬유산업연합회장

임기 마치는 성기학 영원무역 회장

"코로나 쇼크 길것…2등은 배고프고, 3등은 생존고민 각오해야"  코로나 충격 외환위기 10배 

공급망 복구가 韓섬유 살길

10년후 바라는 영원무역은
합법·윤리경영 준수하면서
업계 상위수준 유지하는 것

6년 이끌었던 섬산련 회장직
이상운 효성 부회장에 `바통`
섬유산업 재도약 이끌어주길

  • 김경도, 이윤재, 심상대 기자
  • 입력 : 2020.07.21 17:22:58   수정 : 2020.07.21 20: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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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 담 = 김경도 유통경제부장
 
성기학 영원무역 회장이 지난 20일 서울 중구 영원무역 명동빌딩에서 아웃도어 브랜드 노스페이스 샘플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주형 기자]
사진설명성기학 영원무역 회장이 지난 20일 서울 중구 영원무역 명동빌딩에서 아웃도어 브랜드 노스페이스 샘플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주형 기자]
대문을 들어서는 순간 요한 슈트라우스의 왈츠가 들린다. 정원 한쪽에 핀 분꽃은 소박하고 정겹다. 마당 어귀에서 활짝 웃으며 "어서 오세요"라면서 들어오라고 손짓하는 모습이 보통의 할아버지와 닮았다. 6년간 한국섬유산업연합회를 이끌어온 성 회장을 지난 17일 저녁 서울 종로구 동숭동 사택에서 만났다.
 
1967년 대학교 2학년 때부터 거주해온 집으로 이곳에서 세 딸을 낳고 키웠다. 오디오 마니아로 알려진 그답게 사택은 앤티크 전축과 라디오로 가득 차 하나의 갤러리 같은 모습이었다. 성 회장은 "차기 섬산련 회장으로 이상운 효성 부회장이 선임됐다"며 "후임자가 일을 잘할 수 있도록 정리해주는 것이 내 역할"이라고 말했다. 인터뷰는 동숭동 사택, 명동 사옥 등에서 총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됐다. ―섬산련 회장 임기가 끝나가는데.

▷차기 회장이 선출되면 바로 인수인계를 하는데 내가 시간을 더 달라고 했다. 임기까지 연합회 주요 이슈를 모두 문서로 정리해 신임 회장의 `퀵스타트`를 도울 생각이다. `레임덕` 방지를 위해 협회에는 마지막까지 업무를 제대로 하라고 했다(웃음). 강남구 대치동 섬산련 건물을 재건축하지 못한 것이 조금 아쉽다. 공사 과정에서 고용도 창출되고 완공 후 더 많은 사람에게 좋은 일터를 제공할 수 있겠다 생각되기에 더 아쉽다. 현재는 리모델링을 거쳐 사용 중이며 관리에 신경을 쓴다. 공장에 형광등이 1만개가 있으면 그중 하나라도 작동이 안 되면 안 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국내 섬유산업 문제와 해결 방안은.

▷섬유생산업으로 보면 인건비와 전기료가 가장 중요하다. 공장을 상시 가동하면 피크타임 전기료를 내야 하는데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 감당할 수 있는 전기료나 향후 안전성을 위해서라도 원전 정책을 재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인건비는 비용이 많으면 노동유연성이 높아져야 하고 비용이 적으면 유연성이 낮아도 그런 대로 경쟁력이 있는데 우리는 그렇지 못하다. 최저임금을 갑자기 많이 올리는 것도 문제이지만 우리 기업이 보유한 예전 복잡다단한 임금체계를 정리한 다음 인상을 추진해야 했다.

―국내 섬유산업에서 아쉬운 점은.

▷1990년대 생산비가 급격히 오르는 과정에서 재봉 업무를 해외로 보낼 수밖에 없었던 점이다. `순망치한`이라고 봉제산업이 축소되면서 서플라이 체인(공급사슬)에 문제가 생겼다. 한국은 서플라이 체인을 모두 갖춘 세계적으로 드문 사례인데, 서플라이 체인이 무너지면 우리가 갖고 있는 엄청난 가치의 `지식재산(Intellectual Property)`도 다 잃게 될 것이다. 군납(軍納)을 예로 들면 섬유부터 실, 원단, 봉제까지 국내에서 다 맡아 할 때 국내 섬유산업이 발전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나고 원활한 공급체계를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미국 등 세계 주요국도 그렇게 하는데 단지 비용을 고려한다는 명목으로 중국 등 해외에서 원단을 가져와 염색, 가공, 봉제만 국내에서 하니 유사시에는 국방 연구·조달에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오는 10월 국제섬유생산자연맹(ITMF) 총회가 열린다.

▷서울에서 주관해 전 세계에 우리 섬유를 널리 홍보하고 새로운 사업 기회를 모색하고자 했으나 코로나19 사태 때문에 잘 안 될 것 같아 안타깝다.

―섬산련 차기 회장에 이 부회장이 선임됐다.

▷이 부회장은 탁월한 섬유 엔지니어이자 경영자다. 국내 섬유산업에 대단한 업적을 세웠다. 특수 가공된 폴리에스터, 나일론을 파이버부터 생산하고 엘라스틴, 탄소섬유 등 독보적 기술로 세계 시장을 선도함은 물론 국내 섬유산업에서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이러한 첨단기술을 국내 중소·중견기업과 협력해 섬유산업에 새로운 발전 기회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처음으로 기업 오너가 아닌 전문경영인이 선출된 것도 의미가 깊다. 업계 니즈를 정부에 잘 전달해 적극적인 지원을 이끌어낼 수 있기를 기대한다.

―코로나19 충격을 과거 외환위기와 비교하면.

▷일부 호황 업종을 제외하면 문제의 심각성은 열 배 이상이라고 느낀다. 외환위기는 한국 등 일부 국가 문제였고 그 상황만 끝나면 회복이 되지만 코로나19 사태는 다르다. 세계적으로 수요가 줄어 물건이 덜 팔리면 생산·공급도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다. 내년이 지나봐야 그 후 상황이 예측 가능하지 않겠나 생각되지만 글로벌 섬유 수요가 20~30%는 감소하지 않을까 걱정된다. 일부 업종은 잘되는 곳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곳은 망할 수밖에 없으니 이른 시일 안에 새로운 경영방식이나 사업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

―코로나19 상황에서 회사는 어땠나.

▷영원무역은 방글라데시에서 40년 동안 공장을 운영했는데 2분기에 적자가 나는 건 올해가 처음이다. 코로나19 `셧다운`으로 생산을 못 하고, 바이어는 선적을 중단시키고, 선적한 물품의 대금 지급을 지연하는 등 세 가지 악재가 동시에 겹쳤다. 매출과 이익률에서 급격한 감소가 없도록 노력 중이다.

―경영환경 변화에 대처한 방식은.

▷우리는 비디오 콘퍼런스에 익숙해 디지털 전환 등 변화에 잘 적응했다. 영원무역은 20년가량 영상회의 장비 수십 대를 마련해 해외 오피스와 업무를 진행해왔다. 변하지 않는 진실은 현금흐름(Cash Flow)을 충분히 유지하는 것이다. 어떤 위기가 닥치더라도 극복할 수 있는 안정적 경영이 필요하다. 재주를 너무 많이 넘다 보면 넘어지게 돼 있다.

―10년 후 영원무역은 어떤 모습으로 있을 것 같나.

▷나는 직원들에게 혁명적인 미션을 주문하지 않는다. 다만 업계에서 상위 수준의 이익을 오랫동안 내는 것이 중요한데, 그 과정 자체는 합법경영·윤리경영이 없이는 불가능하다. 꼭 1등을 하라는 건 아니지만 2등은 1등보다 먹을 게 적고 3등은 살아남기를 고민해야 한다는 것을 명심하라고 한다.

■ "우리땐 어려워도 기회 많았는데…지금 청년 보면 미안한 생각들어"
고조부때부터 代이어 기부
누군가의 희생·양보 있어야
사회 번영 이어갈수 있어
 
1년 365일 중 200여 일의 해외 출장. 코로나19 사태 이전 성기학 회장은 국내보다 해외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았다. 그러나 요즘 그는 `의도치 않게` 삶의 여유를 어느 때보다 많이 누리고 있다. 단골 오디오 가게에 매일같이 들르고 손주 줄 학용품을 사기 위해 대형마트도 간다.

―동숭동 사택은 어떤 의미인가.

▷당시엔 서울대가 이곳 대학로에 있던 시절로, 대학교 2학년 때부터 살던 집이다. 아버님께서 일찍이 물려주신 집을 지금까지 가꾸고 보존하고 있다. 과거에는 집 마당에 그네가 있어서 집이 우리 아이들과 그 친구들의 놀이터였다. 말 그대로 가족들의 추억이 평생 고스란히 남아 있는 곳이다.

―여유 시간은 어떻게 보내는지.

▷올해 3월 22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돌아온 게 최근 마지막 출장이다. 이렇게 오래 한국에 머문 적이 없다. 요즘 퇴근길엔 명동 단골 오디오 가게에 매일 들르고 종종 앤티크 오디오 제품을 구입한다. 오랜 친구들과 여유도 즐긴다. 주말엔 서울대도 찾는다. 내가 건립 비용을 기부하고 주관해서 건설 중인 `우석경제관`이 거의 완공돼 가는데 잔소리를 많이 한다.

―기부 활동을 이어가는 철학은.

▷1876년 병자년 대기근 당시 경남 창녕에 계시던 고조부께서 땅을 팔아 인근을 구휼했다. 굶는 사람이 많다는 이유로 가족에게는 세끼를 꼭 챙겨 먹는 것도 금지시켰다. 조부 역시 형편이 어려운 인재를 많이 지원하고 길러냈다. 선친께서도 인재가 세상을 구한다고 생각하셔서 도움이 필요하면 빚을 내서라도 지원했다.
 사회의 안정과 번영은 누군가의 희생 없이는 유지할 수 없다는 것을 선조에게서 배운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청년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얘기는.

▷지금 상황을 보면 현재 직장을 구해야 하는 젊은 청년들에게 가장 미안하다. 우리 세대가 역경과 어려움 속에서도 세계 산업과 경제가 발전하는 과정에서 기회가 많은 시대를 보냈다면 다음 세대는 정체된 사회에서 소박한 일자리마저도 구하기 힘든 상황이라 가슴이 아프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본인의 분야에서 전문성과 경쟁력을 발전시키는 인재에게는 분명히 기회가 있다고 생각한다.

▶▶ He is…

△1947년 서울 출생 △1965년 서울사대부고 졸업 △1970년 서울대 무역학과 졸업 △1974년 영원무역 설립 △1984년 영원무역 대표이사 회장 △1992년 골드윈코리아(현재 영원아웃도어) 설립 △1998년 무역의 날 1억달러 수출의 탑 △2008년 금탑산업훈장 △2014년~ 한국섬유산업연합회장 △2018년~ 국제섬유생산자연맹(ITMF) 회장
[정리 = 이윤재 기자 / 심상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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