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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동맹, 불안하다[동아 시론/김성한]

출처: 동아일보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장 
 

볼턴 회고록서 韓美 대북정책 괴리 드러나… 트럼프는 ‘전략적 소신 없는 인물’ 평가
‘B급 서커스’ 연상시키는 한미관계 현주소, ‘동맹 힘으로 北비핵화’ 대전제 유효한가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장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회고록 가운데 한반도 관련 부분을 읽고 나면 모골이 송연해진다. 한미 양국의 ‘엉성한’ 대처로 인해 핵과 경제를 다 가지려는 북한의 책략에 거의 넘어갈 뻔했기 때문이다. 물론 회고록은 개인적 주관이 개입되어 오해나 논란의 소지가 다분하다. 독자로서는 전후 맥락을 파악해 역사의 물줄기가 어디로 흐르고 있었는지 판단할 수밖에 없다.

가장 큰 우려를 자아내는 부분은 청와대와 백악관의 대북정책이 북한을 비핵화한다는 목표와 한참 동떨어져 있었다는 점이다. 2018∼2019년 전개된 미북 비핵화 정상 외교가 한국 정부 주도로 시작되었지만 볼턴의 눈에는 문재인 정부가 북한 비핵화보다는 남북관계 개선에 더 주력하는 것으로 비쳤다. 한국 정부 관계자가 “북한에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고 불가역적 핵 폐기(CVID)를 밀어붙였고 비핵화 의지가 있는 것으로 본다”고 얘기했지만 볼턴에겐 진실과 거리가 멀었다. 2019년 2월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이 실패로 끝난 직후 한국 정부가 “영변 핵시설 폐기가 불가역적인 비핵화의 첫 단계로 볼 수 있다”고 북한의 입장을 두둔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의 미북 정상회담 제안을 충동적으로 수용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역시 참모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하노이에서 영변 핵시설과 대북제재를 맞바꾸고 화려한 보도사진에 만족했을 것으로 보인다. 핵심 제재 해제로 인해 영변 핵시설 폐기 이후 북한을 완전한 비핵화로 이끌 수 있는 유일한 평화적 수단이 사라졌을 것이다.
 
 

또 하나, 회고록의 인상적인 부분은 일본의 입장이다. 2019년 4월 26일에 미국 워싱턴을 방문한 아베 신조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하노이 ‘노딜(no deal)’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대북제재 유지가 중요하고 시간은 미국 편이므로 북한에 양보하지 말 것을 요청했고 트럼프 대통령이 이에 동의했다. 이러한 일본의 입장이 사실이라면 반박하기 힘들다. 일본은 북한의 핵 보유 의지가 절대로 변하지 않을 것이고, 6자회담에서 사용한 ‘행동 대 행동’ 방식은 실패했기 때문에 비핵화 조치를 우선시해야 하며, 대북제재를 유지하는 가운데 중거리탄도미사일도 폐기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북한의 속내를 어느 정도 파악한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까지 일본과 유사한 관점에서 대북정책을 펴오고 있다. 우리가 일본과 역사 논쟁을 하면서도 안보 문제에 관해 일본과 협력하지 않을 경우 한미 공조가 우리 뜻대로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 미국은 한미일 안보 협력의 관점에서 한미관계와 미일관계를 평가하기 때문이다.


역시 볼턴 회고록의 최대 하이라이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예측 불가능하고 전략적 소신이 결여된 인물이라고 평가한 점이다. 외교를 ‘리얼리티 쇼’ 정도로 인식하고 있다는 평가는 볼턴의 개인적 감정이 개입됐다고 하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비핵화보다는 자신의 재선에 대한 유불리를 놓고 행동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를 자아낸다. 최근 방송 인터뷰에서 볼턴이 미국 대선 직전인 10월에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공학적 계산하에 3차 미북 정상회담에 나설 가능성을 언급한 점은 한숨이 나오게 한다.

 

게다가 회고록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한미군 철수 카드를 검토하라고 했다는 대목에선 고개를 젓게 된다. 미 국무부와 국방부가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를 ‘지연 전략’으로 거부했다는 것이 볼턴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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