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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경제 SPECIAL=외교광장]코로나바이러스가 집어삼킨 핵비확산 논의

  • 이서항 한국외교협회 부회장
  • 승인 2020.04.27 09:04


 
2020 NPT 검토회의 연기가 시사하는 것

이  서  항

 

 

‘세계적 대유행(pandemic)’이 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COVID-19)가 마침내 국제평화와 안보의 중요 기둥으로 여겨지는 핵비확산조약(NPT: Treaty on the Non-proliferation of Nuclear Weapons)의 정기 검토회의(Review Conference)마저 집어삼켰다.

 

범세계적 차원에서 핵무기 감축과 핵확산 금지 등의 문제를 논의하는 제10차 NPT 검토회의가 본래 올해 4월 27일부터 5월 22일까지 4주간의 일정으로 미국 뉴욕의 유엔총회장에서 개최될 예정이었으나 최근 기승을 부리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위험 때문에 연기가 결정된 것이다.

 

이번 제10차 2020 NPT 검토회의의 의장예정자인 아르헨티나의 구스타보 즈라우비넨(Gustavo Zlauvinen) 대사는 지난 3월 중순 NPT 검토회의의 2021년 4월을 넘기지 않는 조건에서의 연기를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을 포함한 191개 회원국들에게 제안했으며, 유엔도 3월 27일 이 같은 연기를 공식 확정한 것이다(https://www.un.org/en/conferences/npt2020 참조).

 

널리 알려진 바와 같이 NPT는 기존 핵무기 보유국(NWS)의 핵무기 감축, 비핵국(NNWS)에 대한 핵확산 금지, 그리고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 확대 등을 3기둥으로 하여 1970년 3월 발효된 세계 평화와 안보를 떠받치는 중추적인 국제조약이다. NPT는 발효이후 매 5년마다 열리는 정기 검토회의를 통해 회원국의 핵 확산 억제와 관련된―그리하여 국제안보에 공헌하는 중요한 조치들과 약속을 채택해 왔다.

 

예를 들어 1995년 제5차 회의에서의 NPT 효력 무기한 연장, 2000년 제6차 회의에서의 포괄적 핵실험금지조약(CTBT) 발효 이전까지의 핵실험 동결 등 핵무기 위험제거를 위한 13개 현실적 조치 채택, 2010년 제8차 회의에서의 핵무기 감축과 핵비확산을 위한 64개 행동조치(action steps) 채택 등이 바로 그것이다.

하지만 NPT는 검토회의 시 구체적인 합의문이나 조치의 채택이라는 성과없이 끝나버린 경우도 여러 차례 있다. 지난 2015년 개최된 제9차 회의에서도 핵감축 및 핵무기 확산금지와 관련된 어떠한 약속도 이루어내지 못했다. 당시 합의실패의 주요 원인은 이스라엘의 핵비무장화를 겨냥한 중동지역 비핵지대(NWFZ) 설립에 대한 당사국 간의 합의미달이 가장 큰 사유로써 이러한 실패는 NPT가 추구하는 세계적 차원의 핵확산 금지와 관련하여 인류에게 던진 ‘실망(disappointment)’과 ‘재앙(disaster)’으로까지 표현된 바 있다.

 

이 때문에 올해 NPT 발효 50주년을 맞아 열릴 예정이던 제10차 검토회의에 대한 국제사회의 기대와 희망은 어느 때보다도 컸었다. 특히 지난번 회의에서는 합의에 실패했었더라도 앞으로 핵무기 사용 시 초래될 위험성을 강조한 ‘인도주의적 호소(humanitarian pledge)’에 대한 회원국들의 공감이 핵비확산 합의의 새로운 동력이 될 것으로 예상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인한 NPT 검토회의의 연기는 안보문제와 관련하여 우리에게 몇 가지 중대한 시사점을 던져준다.

첫째, 국제평화와 안보 증진의 기둥이 되는 범세계적 핵무기 감축과 핵비확산 논의를 연기시킨 것은 결국 80~100㎚(1㎝=1000만㎚)도 안 되는 초미물(超微物) 바이러스라는 사실이다.

이 같은 현실은 최근 일부 승조원의 바이러스 감염 때문에 해상에서의 작전을 중단하고 속절없이 멈춰서버린 미국・프랑스의 거대한 핵 항공모함의 사정과 별 차이가 없다.

 

둘째, 이번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는 직접적 군사력 사용이 아닌 이른바 ‘비전통적 안보위협(non-traditional security threat)’의 위력을 여지없이 보여주고 있다. 멈춰선 항공모함의 사례가 보여주듯 초미물 바이러스 앞에서 거대한 물리적 군사력은 꼼짝없이 당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최근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일본의 대응을 설명하면서 아베 총리가 ‘제3차 세계대전’이라는 표현을 쓴 것도 그저 웃어넘길 수 있는 과장만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셋째, NPT 검토회의의 연기가 주는 또 다른 시사점은 우리의 최대 안보 관심사가 되는 북핵문제를 국제적으로 다룰 수 있는 논의의 장(場)이 당분간 닫혀 버렸다는 사실이다. 북핵문제는 이란 핵문제와 함께 NPT 검토회의에서 다뤄지는 주요 지역문제 중의 하나이다. 그동안 6자회담은 물론 북・미 간 회담도 열리지 않는 상황에서 NPT 검토회의와 같은 국제적인 북핵문제 제기의 기회와 토론의 장(場)이 비록 일시적이라도 닫힌 것은 우리에게는 큰 아쉬움이 아닐 수 없다.

이상과 같이 코로나바이러스 사태와 관련한 NPT 검토회의의 연기가 주는 시사점은 매우 엄중하다. 바이러스 미물(微物)과 같은 비전통적 안보위협에 대한 근본적인 사고의 전환과 새로운 접근이 필요한 동시에 역설적으로 코로나사태 때문에 자칫 가려질 수 있는 북핵문제의 시급성과 심각성을 다시 한 번 깨달아야 할 것이다.
     
■이서항 한국외교협회 부회장은 외교안보연구원 교수・연구실장・주뭄바이 총영사를 지낸 후 2015~2019 기간 동안 한국해양전략연구소장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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