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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형의 퍼스펙티브] 교육·창업·일자리 사다리 없이는 대한민국에 미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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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희망 사다리 복원하는 길서울의 한 공무원 고시학원 복도에서 공부하는 취업준비생. 서울 노량진 학원가에는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청년들로 북적인다. [뉴스1]

서울의 한 공무원 고시학원 복도에서 공부하는 취업준비생. 서울 노량진 학원가에는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청년들로 북적인다. [뉴스1]

지난 4일 인구보건복지협회가 20대 청년 1000명(남녀 각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가 발표됐다. 이에 따르면 20대 청년 74%가 우리 사회에서 노력해도 성공하지 못한다고 느낀다고 답했다. 결혼에 대한 인식은 더욱 걱정스럽다. 앞으로 결혼 의향에 대해서는 ‘하고 싶지 않은 편’ 39.3%, ‘절대 하지 않을 것’은 8.0%로 나왔다. ‘꼭 할 것’ 18.7%, ‘하고 싶은 편’은 34.0%에 그쳤다.
 

 

불평등에 좌절하는 청춘들, 연애·결혼·출산 포기
현실에 위축된 젊은이들은 공무원 시험에 매달려
청년들이 올라탈 수 있는 3개 사다리 복원시켜
“꿈은 이루어진다” 외침이 입에서 나오게 해야

IMF 외환위기 시절 한국에 투자해 크게 성공한 세계적 투자자 짐 로저스는 현재의 한국에는 투자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그 이유는 서울 노량진에 가서 청년들이 공무원 시험공부를 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청년들이 도전보다 안정을 추구하는 사회에는 미래가 없다는 말이다.
 
3포 세대 또는 N포 세대라는 자조적인 단어가 유행한 지 오래됐다. 심지어 헬조선(지옥 같은 우리나라)이란 말도 떠돌고 있다. 절벽처럼 막혀 있는 앞길을 한탄하는 말이다. 결혼 기피, 저출산, 높은 자살률 등 국가적 난제가 이와 직결돼 있다. 불과 15년 전에 “꿈은 이루어진다”고 부르짖던 함성은 어디로 갔는지 흔적도 없다. 일제 압박 속에서 민족혼을 일깨우는 강연을 한 도산 안창호 선생은 “낙망은 청년의 죽음이요, 청년이 죽으면 민족이 죽는다”고 말했다. 현재 대한민국의 가장 큰 과제는 어떻게 하면 청년들에게 희망을 불어넣느냐 하는 점이다.
  
젊은 세대의 계층 이동 가능성 더 낮아
 
사회를 구성하는 사람 간 부의 분배는 통상적으로 평등하게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분배의 불평등이 존재하면 필연적으로 사회는 계급으로 구분된다. 개인이나 집단이 어느 사회적 위치로부터 다른 위치로 이동하는 현상을 ‘사회 이동’이라고 부른다. 특히 ‘세대 간’ 이동성은 부모와 자식 세대에서 계층 간 변화가 발생하는 정도를 말한다. 다시 말해 자식이 부모가 속해 있던 계층을 벗어나 더 좋은 계층으로 이동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그래픽=최종윤 yanjj@joongang.co.kr

그래픽=최종윤 yanjj@joongang.co.kr

세대 간 이동성은 부모의 소득과 자식의 소득 변화를 보면 알 수 있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한국 사회에서 세대 간 계층 이동성이 낮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 사회조사(2016년)에 따르면 ‘본인 세대’의 계층 이동 가능성이 높은 편이라는 응답은 2009년 37.6%에서 2015년 22.8%로 크게 하락했다. 다음 세대의 계층 이동 가능성에 대해서 높은 편이라는 응답도 2009년 48.3%에서 2015년 30.1%로 뚝 떨어졌다. 여기서 본인 세대의 계층 이동성은 응답자 자신의 이동 가능성을 말하고, 다음 세대의 이동성은 미래 자식 세대의 가능성에 대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사람은 현재 상태보다 변화의 방향에 더욱 민감하게 느낀다. 이상의 조사 결과를 보면 불평등의 실체보다 사회 이동성에 대한 불안감이 더욱 큰 것을 알 수 있다. 미래세대가 자신들의 미래를 암울하게 생각하는 이유는 부모 세대의 경우보다 자신들의 사회 이동성이 감소하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사회 계층이 굳어져 가고 있다고 느낀다는 말이다. 사회 계층 이동에는 크게 세 가지 사다리가 있다.
  
공교육 정상화돼야 교육 사다리 복원
 
첫째, 교육은 가장 전형적인 사회적 신분 이동 수단이다.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도 거의 교육에 의한 신분 상승을 말한다. 하지만 현재 한국 사회에는 부모의 재력과 교육 수준이 자식의 교육에 영향을 미치고, 다시 취업과 사회적 신분에 이어진다는 믿음이 존재한다. 그래서 좋은 부모를 만나지 못했으면, 희망이 없다는 말이 된다. 교육의 기회를 공정하게 제공해 교육 사다리가 회복되게 해야 한다. 젊은 영혼에 상처를 주는 입시 비리와 편법을 철저히 단속해야 한다.
 
교육 사다리 복원은 공교육 정상화, 다양한 진로 교육, 학력 차별 금지 등에 의해 가능하다. 한국 사회는 지나치게 학벌이 중요시되는 사회다. 필자는 대학을 졸업한 지 40년이 되었지만, 아직도 어느 대학 출신이라는 말을 듣는다. 젊은 시절 한때 공부한 것, 특히 대학 입시 날 하루 컨디션이 일생을 좌우하는 경향이 있다. 현 정부가 시행하는 블라인드 채용제도는 그런 면에서 매우 좋은 제도라 생각한다. 한 걸음 더 나아가 공문서에 학력을 기재하지 않게 하는 것도 고려해 볼만 하다고 생각한다. 또 최근 다양한 재능을 발휘하여 성공의 길로 가는 현상은 희망적이다.
  
한국 30대 부자 중 창업자 20% 불과
 
두 번째의 이동 사다리는 창업을 통한 성공이다. 과거에는 제대로 교육을 받지 못했더라도 좋은 아이디어와 성실성으로 사업을 성공시켜 사회적 신분 변화를 이룬 사례가 많았다. 그러나 지금 한국 상황은 달라졌다. 미국과 중국은 말할 것도 없고, 일본에서도 자수성가해 부자가 되는 사례가 많다.
 
2015년 CEO스코어에 따르면 일본의 50대 부자 중에 80%가 창업자인 데 비해 한국에서는 30대 부자 중 창업자는 20%에 불과하다. 사업 성공으로 신분 상승을 이루는 사례를 많이 보는 국가에서는 젊은이들이 계속 도전한다. 수십만의 젊은이들이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한국과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다.
 
성실성과 기술만 가져도 사업을 펼치고 성공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창업 지원 정책, 투자에 대한 창업자 연대보증 금지, 실패 용인, 패자 부활, 대·중소기업 상생 등이 관련돼 있다. 현 정부가 강력히 추진하는 중소기업 지원과 창업 지원책은 매우 적절한 것이다. 성실하게 실패한 사람이 절망하지 않고 다시 재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미국에서 벤처기업으로 성공한 사람들은 평균 2.5회 실패 경력자라는 통계는 정말 깊이 새겨들어야 한다. 최근 창업에 대한 열기가 조금 일어나고 있는 것 같아서 그나마 다행이다.
  
정규직·비정규직 중간 단계의 일자리 처우
 
세 번째, 기업에 취직하여 승승장구 성공할 수 있는 길이 열려있어야 한다. 우선 청년 실업률 10%가 앞을 가로막고 있다. 취직한다 해도 정규직과 비정규직,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의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차별하고 있다. 한번 비정규직으로 입사하면 정규직으로 바꾸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그리고 한번 중소기업의 직원이 되면 대기업으로 이직하는 길은 별 따기와 같다.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서는 회사들이 두려움 없이 직원을 뽑을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 정규직에 대한 보장성이 너무 강하기 때문에 직원 뽑기를 꺼리는 회사들이 많다. 노동 유연성이 너무 적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산업 규모가 모든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할 수 없는 처지라면, 일자리의 보장성과 처우를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중간단계(중간직)로 통일할 필요가 있다. 이것은 매우 어려운 문제다. 그러나 이 상태로 방치하면 정규직과 비정규직, 실업자의 3중 구조는 계속될 것이다. 기존 직원들에게는 기득권을 인정해주고, 신규 직원부터 적용하면 타협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한다. 조금씩 양보해서 중간직으로 통일해 놓으면 우리 자식들은 더 좋은 세상에서 살게 될 것이다.
 
불평등 앞에 좌절하는 청춘은 연애도 결혼도 출산도 포기하고 있다. 위축된 젊은이들은 공무원 시험에 매달리고 있다. 청년들이 올라탈 수 있는 사다리를 복원시켜야 한다. 청년들의 입에서 외침이 다시 터져 나와야 한다. “꿈은 이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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