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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으로 폐간·복간 역사 함께한 김도현 전 차관  (출처: 영남일보 김상현기자, 2019.4.19)

“받아들일 건 받아들이는 성찰적 좌파와 성찰적 우파가 돼”

 

 
                 (13회) 김도현 전 영남일보 논설위원이 1980년대 영남일보 폐·복간 당시 상황을 회상하고 있다.

김도현 전 문화체육부 차관(76)은 1971년 영남일보에 입사해 폐간과 복간을 전후한 시기에 논설위원실 소속 기자로서 주로 사설과 칼럼을 썼다. 폐간 후 복간 사이 기간엔 전두환 정권에서 재야 정치인들의 민주화운동 조직체였던 ‘민주화추진협의회’(민추협)에서 기관지 ‘민주통신’의 주간·기획홍보실장·집행위원을 맡았다. 1989년 복간한 영남일보에 재입사해 2년여 논설위원으로 재직했고, 이후 다양한 사회활동과 정치를 하면서 김영삼 대통령 시절에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차관급), 문체부 차관 등을 역임했다.

김 전 논설위원을 지난 16일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내 영남일보 서울지사에서 만났다. 전날 늦게까지 퇴계 이황의 귀향길 320㎞를 걷는 ‘위대한 발자취, 경(敬)을 따르다’에 이틀 동안 동참하고 왔다고 했다. 퇴계가 선조에게 70여 차례나 상소를 쓴 뒤 허락을 받아 고향 안동으로 귀향하는 노정을 재현한 행사다.

▶2008년에 정계를 떠났는데, 어떻게 지내십니까.

“돈벌이는 없는데 바쁘기는 굉장히 바빠요(웃음). 재활장애인시설에서 봉사도 하고, 고향 안동과 관련된 일도 하고 있어요. 또 죽기 전에 써야 할 책이 있어서 집필을 하고 있는데, 열심히 하고는 있지만 생각보다 진도가 잘 나가지 않아요. 얼마 전엔 하도야마 전 일본 총리와 한일문제를 논의하는 자리도 가졌고요. 나머지 시간은 친구들과 만나 한 잔 하고 그러죠.”

▶창작판소리 활동에도 관심이 많다고 들었습니다만.

“아, 그러잖아도 지금 임진택 명창이 ‘세계인 장보고’ 창작판소리를 만들어서 공연하고 있어요. 임 명창이 3~4년 전에 ‘창작바탕 12바탕 추진위원장’을 하라고 해서 크게 도움은 못됐지만 ‘백범 김구’ ‘다산 정약용’ ‘남한산성’ 등의 작품을 하기는 했죠.”

김 전 논설위원은 1965년 굴욕적인 한일협정 체결에 반대했던 학생운동을 이끌던 ‘6·3 세대’의 대표적인 인물이다.

▶당시 같이 활동했던 분들은 자주 만나는지요.

“이부영, 현승일, 송철원, 김병길 등을 만나죠. 이명박 전 대통령은 자주 만나는 사이는 아닌데, 6·3 때 나와 감방을 마주보고 4~5개월 있었어요. 그 친구는 미리 석방됐고 우리는 좀 늦게 나왔죠.”

▶그분들과 만나면 나라걱정을 많이 하나요.

“정치 얘기를 직접적으로 하는 건 별로 없고, 농담이나 잡담으로 하는 정도죠. 제가 대구경북 사람한테 바라는 게 있다면 한 단어로 ‘성찰’(省察)을 강조하고 싶어요. 우파든 좌파든 자기 신념이나 취향에 따라 선택하는 건 좋으나 우파는 우파대로, 좌파는 좌파대로 그 파가 아니더라도 받아들일 건 받아들여야죠. 성찰적 좌파나 성찰적 우파가 됐으면 좋겠어요. 자기를 되돌아 볼 줄 알아야 정치가 성숙해질 뿐 아니라 시민생활도 무르익는 법이죠. 그렇지 않고 매몰돼 한가지 주장만 해선 안 됩니다. 큰 문제들, 예를 들어 남북문제, 복지문제 등도 성찰적 태도를 가져야 합니다. 중요 논리나 신념을 바꾸라고 할 순 없는 거고, 쉽게 바뀌지도 않죠. 하지만 자신을 되돌아 보는 게 중요합니다.”

▶성찰적 좌파나 성찰적 우파가 되면 선을 넘는 일은 없을 것 같군요.

“서로를 인정하게 되고 상대방 주장에도 경청해야 될게 뭐가 있나, 취해야 할게 뭐가 있나, 내 주장의 잘못은 뭔가를 생각하게 될 겁니다. 원래 난 그런 경지에 못들었지만 학문이나 지식은 비판적 사고에서 시작해야 되고, 비판적 사고는 곧 성찰적 사고입니다. 내 논리에 허점이 뭔가, 잘못이 뭔가를 생각하는 데서 시작하는 거죠.”



김 전 논설위원은 영남일보 폐간과 복간을 전후해 두 차례 논설위원을 지내며 풍부한 독서량과 사회경험에 바탕한 식견과 혜안으로 날카로운 필봉을 선보였다.

▶전두환 신군부에 의한 영남일보 폐간 과정을 지켜보셨겠군요.

“1971년부터 논설위원으로 있었는데, 그해 말 ‘국가보위에관한 특별조치법’(국보법)이 발효됐어요. 국가비상사태에서 국가의 안전과 관련되는 내정·외교 및 국방상의 조처를 사전에 취할 수 있도록 비상대권을 대통령에게 부여하는 법령이었는데, 사회가 상당히 위축됐죠. 그때 글을 안 쓰다가 75년부터 80년 폐간 직전까지 근무했어요. 폐간 전에 강제 해직이 된 거죠.”

▶언론이 억압받던 박정희 대통령 시절이었는데, 분위기가 어땠나요.

“그때 신문에 종사하던 분들께도, 지금 종사자들한테도 결례일 수 있지만 존립 문제 때문에 일정한 정도는 관청과 타협을 해야 했죠. 관에서 필요로 하는 걸 도와주기도 하고… 좋게 말하면 도와주는 거죠(웃음). 일본 말로 ‘쪼징’이라고 하는데, 도청에서 행사하면 기사를 잘 써주기도 하고.”

▶본인도 그런 기사를 썼겠네요.

“과거 영남일보에 계시던 김진화 선생 자제분이 와서 아버지에 관한 글을 써달라고 한 적이 있었죠. 그때 생각난 건데 언론이 쪼징기사를 불가피하게 쓰고 만들어야 할 때가 있지만 김진화 선생이 나한테 쪼징기사를 쓸 기회를 주지 않았어요. 나를 ‘보호’하기 위해서였죠. ‘당신은 젊으니 앞으로 무슨 일을 할지 모르는데, 이런 기사는 내가 맡아 쓰겠다’…직접 말을 하시진 않았지만 어려운 쪼징기사는 그분이 써주셨죠. 지금도 고맙게 생각합니다.”

▶당시 시국과 관련한 이슈는 어떻게 다뤘습니까.

“독자를 늘리고 신문 판매부수를 올리려면 독자들의 취향이나 구미에 맞는 기사를 써야하는데, 그러다보면 자연히 비판기사가 흥미를 끌었죠. 다방거리에서 공론이 일어야 부수가 늘어나기 때문에 많은 제약 속에서도 정부 비판 기사나 논설을 다루려고 했습니다. 그 시절에 DJ(김대중 전 대통령)가 나중에 국회의원이 된 측근 인사를 통해 명함에 메모를 해서 나한테 보내기도 했죠. 관에 협조하는 쪼징기사를 쓰기도 하지만 비판 기사나 논평을 쓰기도 한 거죠. 그러면서도 시민생활의 질을 높이는데 기여하는 기사를 만들었으면 해서 문화특집부장도 1년인가 2년 맡은 적도 있고요. 그럴 때는 생활의 질에 대한 좌담도 하고 소비자 문제를 연재하기도 했습니다.”

▶그 시절에 이미 ‘웰빙’ 개념을 도입했군요.

“당시 우리나라에선 ‘생활의 질’이란 말을 쓰지 않았는데 일본에선 쓰기 시작했죠.”

▶영남일보에서 일하다가 해직된 이후 민추협 활동을 하신 거네요.

“1987년 6월항쟁 때 민추협 시위나 글을 기획하기도 했죠. 성유보라고 경북고 나오고 동아일보, 한겨레에서 활동한 친구인데 민통련을 대표해서 일했고 나는 민추협을 대표했고, 이명준은 가톨릭, 황인성은 개신교를 대표했죠.”



김 전 논설위원은 이 대목을 설명하면서 두꺼운 책 한 권을 건넸다. 6·10민주항쟁 30주년을 맞아 2017년에 펴낸 ‘6월항쟁과 국본’이다. 김도현과 성유보, 이명준, 황인성, 이명식이 공저자인데 자신들이 겪은 6월항쟁을 기록한 책이다.

▶그러다 1989년 영남일보가 복간할 때 다시 참여한 거군요.

“(당시) 이재필 사장이 다시 글을 쓰라고 하더군요. 서울지사에서 2년인가 3년인가 썼죠. 도중에 대우 언론재단의 지원을 받아서 1년 동안 독일에 갔죠. 독일에 있으면서 주변의 프랑스, 영국, 스웨덴을 다니며 ‘세계의 지방자치제도’를 영남일보에 연재했죠. 자료도 없고 해서 지금보면 부끄럽지 싶지만….”

▶지방자치제도가 DJ 때 도입됐는데 그 전에 그런 기사를 썼네요.

“머지않아 우리나라에도 도입이 되겠다는 생각에 쓰게 된 거죠. 쓰다보니 우리 교포들은 자기가 사는 곳에 뿌리가 닿지 않아 그런지 잘 모르더군요. 그래서 현지에 있는 지방자치단체를 찾아다니며 묻고 기사를 만들었는데, 잘못 쓴 것도 많을 거라 생각이 드네요.”

▶기억하는 영남일보는 어떤 신문이고 어떤 신문이 돼야 합니까.

“영남일보는 어떤 재벌이 만든 게 아니고 유지, 뜻이 있는 여러 사람이 모여 시작했죠. 6·25전쟁 중에도 간행이 끊어지지 않고 대구경북에선 최초 창간이었습니다. 4·19 후에는 굉장히 진보적인 신문이었어요. 민족일보보다 더 진보적이었는데, 옳았는지는 모르겠지만 대학생 시절의 영남일보 논지를 기억하고 있어요. 박정희 전 대통령이 돌아가시고 서울의 봄까지는 잘 만들어보려고 노력했고 인기도 좋았어요. 그런데 나중에 강제 해직되고 두어달 뒤 폐간이 되고 말았습니다. 지금과 같은 정보의 홍수 시대엔 진짜 정보가 뭔지를 언론이 가려줘야 합니다.”

 

대담= 송국건 서울취재본부장

정리·사진= 김상현기자 shkim@yeongnam.com


◆ 약력 △1943년 안동 출생 △안동 동부초등, 안동사범병설중, 서울사대부고, 서울대 정치학과 △영남일보 논설위원·문화특집부장(1971 ∼1980), 민추협 집행위원, 영남일보 논설위원(1989∼1991) △민주평통 사무처장 △문화체육부 차관 △디지털사상계 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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