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현채 주필
▲ 박현채 주필
국내 코로나19 누적 확진자가 1100만 명을 넘어서 국민의 20% 이상이 확진됐다. 확진자가 100만 명을 넘어선 지 불과 47일 만에 10배인 1000만 명이 더 늘어났다.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속도로 코로나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확진자가 급증함에 따라 사망자와 위중증 환자 수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23일에는 470명이 사망, 지난 17일의 429명을 깨고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의료계에선 앞으로 사망자가 하루 1000명까지 치솟을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위중증 환자 수가 지난 8일 1000명 선을 넘더니 17일째 네 자리 수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방역당국은 이달 말쯤 위중증 환자가 2000명 내외로 발생할 수 있다고 예측했으나 전문가들은 이보다 많은 2500~2700명까지 나올 수 있다고 내댜봤다.
 
이로인해 병원과 요양시설은 현재 전쟁터를 방불케 하고 화장장도 시설 부족으로 난리를 겪고 있다. 일부 유족은 화장장을 구하지 못해 어쩔 수 없이 7일장까지 치르고 있는 실정이다. 급기야 정부가 수도권과 광역시 등 대도시 중심으로 적용해 온 ‘화장로 1기당 7회 운영기준’을 전국 60곳 모든 화장시설로 확대했다. 정부는 또 병원 영안실과 장례식장의 안치 냉장고 부족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임시로 안치 공간을 더 늘리기로 했다.
 
이젠 당장 먹는 치료제의 재고도 바닥을 드러내고 있고 애플리케이션 등을 통한 비대면 진료 연결도 하늘의 별 따기처럼 어렵다. 대증요법 치료제인 일반적인 해열제와 감기약 조차 동이 나 구하기 힘들다.
 
게다가 25일부터는 60세이상 고령층과 면역저하자도 확진시 집중관리군이 아닌 일반관리군으로 분류되기 시작했다. 스스로 건강상태를 점검해 동네 병의원에 연락하고 처방을 받아야 한다. 물론 본인이 희망할 경우 집중관리군으로 관리받을 수 있긴 하다. 하지만 원칙적으로 고위험군도 더 이상 관리되지 않는다.
 
문제는 코로나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해외에선 인구의 20%가 감염력을 갖게 된 때부터 코로나 유행이 감소세로 접어들었다고 한다. 이에 따라 우리 정부도 정점 시기를 16∼22일로 예상했다. 하지만 전파력이 오미크론보다 30% 더 강한 스텔스 오미크론 점유율이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높아지면서 정부 예측을 훨씬 뛰어넘는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유행 정점까지의 기간이 늦어지고 규모도 커지지 않을 까 우려된다.

해외에서도 스텔스 오미크론이 맹위를 떨치면서 확진자가 다시 늘어나고 있다. 누적 확진자가 전체 인구의 30% 전후인 영국이나 미국에서도 확진자가 증가하는 추세로 돌아섰고 40%를 넘은 이스라엘에서는 약간 증가했다. 다만 확진자 비중이 50%로 매우 높은 덴마크에서만 계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이로 미루어 앞으로 1~2주내에 정점이 올 것이라는 정부 예상과는 달리 우리나라도 적어도 40% 전후가 되어야만 유행에서 벗어나지 않을까 예측된다. 현재 20%선을 넘어섰으니 앞으로도 1000만 명은 더 감염돼야 한다는 얘기다.
 
이런 위기 상황인데도 정부는 지난 21일부터 사적모임 허용 인원을 8명으로 늘리는 등 거리두기를 추가로 완화했다. 이러한 조치는 국민에게 "다소 안심해도 좋다"는 메시지를 줄 수 있어 접종 시간 경과에 따른 면역 감소와 밀집된 환경 등과 겹치면서 코로나 확산세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우려된다.
 
정부는 또 재택 치료자가 200만명에 육박하고 있는데도 확진은 알아서 셀프 검사하고, 증상이 심하면 약 사먹으라는 게 전부다. 사실상 정점이 지나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코로나 19는 감염에서 회복된 후에도 후유증이 심각하다. 후유증으로는 두통, 기침, 가슴이나 복부 통증, 만성피로, 관절통, 근육통, 미각과 후각 상실, 폐와 심장의 기능 장애, 불면증, 어지럼증, 사고력이나 집중력 저하, 감정 기복 등이 보고되고 있다. 아직까지 이러한 증상들과 코로나와의 인과성이 확실히 규명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감염됐던 많은 환자들이 이런 증상을 호소하고 있다. 후유증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회복서비스를 제공하는 의료기관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희망이다.
 
정부는 섣부른 낙관론을 버리고 지금부터라도 방역망 구석구석의 허점을 찾아내 재정비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정부의 고충도 충분히 이해는 가지만 항상 최악을 가정해 대비하고, 과학적 데이터를 근거로 삼으면서 국민들과 소통하는 방역체계를 갖춰야 하겠다. <투데이 코리아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