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현채 주필
▲ 박현채 주필
1년 8개월여 만에 0%대 기준금리 시대가 막을 내렸다. 한국은행은 25일 올해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3개월만에 0.25%포인트 추가 인상했다. 이에 따라 기준금리가 0.75%에서 1.0%로 올라가면서 지난해 3월부터 열린 0%대 시대가 끝이 났다.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한 것은 가계부채가 지속적으로 확대되면서 자산가격이 상승, 금융 불균형이 계속 이어지고 있고 10월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9년 9개월 만에 최고치인 3.2%를 기록하는 등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달 초부터 시행중인 미국의 테이퍼링이 높은 인플레 압력과 고용 상황 호조로 당초 계획보다 빨라져 내년 4월초 종료되고 이에 따라 미국의 금리인상도 당초 내후년에서 내년으로 앞당겨질 가능성이 높은 것도 추가 인상의 또다른 이유가 되고 있다.
 
금통위는 이날 금리 인상을 단행하면서 추가적인 금리 인상도 예고했다. 이는 기준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통화량 증가속도가 유지되고 있고 실질 기준금리가 여전히 마이너스 수준을 나타내고 있는데다 주택가격도 계속 오르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내년 1월에 열리는 다음번 금통위에서 연속적으로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할 지에 대해서는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이번 금리 인상은) 긴축이 아닌 정상화이며 내년 1분기 인상을 배제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면서도 “추가 조정 시기는 코로나19의 전개 상황 및 성장·물가 흐름의 변화, 금융불균형 누적 위험, 주요국 통화정책 변화 등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판단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요즘처럼 코로나19가 다시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가계부채가 최고치를 경신하고 글로벌 공급망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 시기에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 경제회복의 탄력이 둔화되지 않을 까하는 우려다. 특히 정부가 코로나19 억제를 위해 비상계획을 발동, 방역조치를 다시 강화하기라도 하면 소비 위축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최근 국책연구원인 한국개발연구원(KDI)는 “가계부채가 불어난 상황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경기 회복이 저해될 수 있어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며 “금리인상에 대한 부채증가율의 반응도 크지 않아 금리 인상만으로 부채증가세를 단기간에 제어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요즘같이 가계부채가 상당히 많을 때 금리 인상이 단행되면 금융소비자들의 가처분 소득이 줄면서 민간 소비의 위축을 가져와 경제성장률에 부정적 영향이 나타날 것이라는 얘기다. 그러면서 KDI는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면 경제성장률이 3분기 동안에 걸쳐 0.15%포인트 하락한다는 연구결과도 제시했다.

또 다른 문제점은 1845조원으로 불어난 가계 빚에 대한 우려다. 정부의 대출 규제 강화로 가계부채 증가율이 2년만에 둔화되고 증가폭도 축소되긴 했으나 3분기 말 가계신용 잔액은 전 분기보다 36조7000억원(2.0%)이나 늘어났다. 누적 부채는 1844조9000억원으로 역대 최대치이자 지난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1837조원을 뛰어넘는 규모다. 특히 시장금리가 기준금리보다 휠씬 빨리 상승하고 있어 이번 기준금리 인상이 차주들에게 예상보다 큰 이자 부담을 안길 수 있다. 그런 면에서 한계기업이나 한계가구의 동향을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 하겠다.

한은은 이번 기준금리 추가인상으로 차주들의 이자 부담이 5조8000억원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1인당 연간 이자 부담은 지난해 말 271만원에서 약 30만원 늘어난 301만원으로 추정됐다. 만약 내년에 기준금리가 1.75%까지 오른다면 1인 평균 이자 부담액은 최소 80만원 이상, 평균 100만원 이상 커질 전망이다.
 
그렇지만 이번 금리인상의 후폭픙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채권이나 주식시장에는 금리인상이 기정사실로 굳어져 이미 선반영된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금융위가 15개월 만에 기준금리 인상을 결정한 지난 8월에도 주식시장은 크게 놀라지 않았고 앞으로 금리를 또 한 차례 더 올려도 유동성이 크게 훼손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투데이 코리아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