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프리즘] 기업의 앞서가는 노력
- 권오용 한국가이드스타 상임이사, 전 에스케이 사장
지난달 열린 한미정상회담은 우리 기업의 역할이 눈에 띄게 두드러졌다는 점에서 큰 차별성이 있었다.문재인 대통령은 정상회담 후 “기업의 앞서가는 결정이 없었다면 오늘도 없었다”며 성공의 비결을 기업에 돌렸다.
나라가 부도가 났던 1998년 외환위기 당시에도 기업은 앞서가는 결정을 했다. 당시 정부가 예측했던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28억 달러, 그러나 재계는 500억 달러까지 흑자가 가능하다고 봤다. 대우그룹의 김우중 회장은 밖에 나가 보니 돌멩이도 수출되겠다며 재계의 노력을 결집했다. 결국 그해 416억 달러, 이듬해인 1999년에는 284억 달러의 국제수지 흑자를 일궈냈다. 국민들의 금 모으기로 생긴 달러까지 더해 2001년 우리나라는 국제통화기금(IMF)에서 빌린 돈을 모두 갚고 경제주권을 회복했다.국제수지 500억 달러 흑자는 수치상의 목표가 아니라 위기 극복의 도화선이자 국민적 자신감의 회복이었다.
미국 비자를 취득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만큼 힘들었던 시절이 있었다. 세종로에 위치한 주한 미국 대사관 담벼락에는 침낭까지 챙겨 노숙하는 진풍경도 보였다. 대기표에 5만~10만 원의 웃돈이 얹혀져 암거래가 될 지경이었다. 한미 재계회의의 조석래 회장은 이를 국민적 자존심의 문제로 봤다. 미국의 10대 교역국인 한국에 대한 부당한 대우라고 보고 우리나라 기업들이 나가 있는 미국 현지의 상·하원 의원들에게 서한을 보냈다. 그가 비자면제 프로젝트를 청원한 것은 1996년, 마침내 2008년 10월 17일 미국 정부는 비자면제 프로그램의 신규 대상국가로 우리나라를 포함시켰다. 12년 만의 성사였다. 국민들의 짓눌린 자부심을 회복시키는 데 ‘기업의 앞서가는 노력’이 있었다고 할 수 있다.
기업의 앞서가는 결정이 항상 옳았다는 것은 아니다. 또 모두가 성공했던 것도 아니다. 환경은 지금도 기업이 풀어야 할 커다란 사회문제이며 반(反)기업 정서도 쉽게 극복되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 앞에 놓인 미완의 숱한 과제는 기업의 참여를 기다리고 있다. 어떻게 보면 세계가 기업의 노력을 도와주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기업의 앞서가는 노력이 국익 창출이라는 뜻밖의 성과를 도출해 낸 것처럼 우리는 언제 어디선가는 분명히 그 이득을 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