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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 김지형 교수의 책 <Heroes and Toilers>를 읽고

김수자(재미 소설가)

 

내가 이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사람으로부터 <Heroes and Toilers>라는 이름의

 

책 한 권을 증정 받았다책 첫 장에 ‘아버지 어머니께... 아들 지형 올림. 11.05.2018’이라

 

고 적은 책이다이 책을 위해 저자가 오래 준비했다는 것은 알았지만 막상 책을 손에

 

들고보니 그 무개가 만만치않았다.

 

<Heroes and Toiler, Works as life in Postwar North Korea 1953-1961,

 

Cheehyung Harrison Kim, Columbia Univercity Press, New York> 하드 보드

261 페이지.

‘전후 북한의 노동 생활 1953-1961’이라는 부제가 달린 이 책은 현 하와이 대학 김지형 교수의

 

저술로 뉴욕 컬럼비아 대학 프레스에서 출판 했다.

 

 

 

영문으로 쓰여진 이책은 전문 학술 서적으로 영어를 모국어로 하지 않는 나 같은 사람들이 읽기에는

 

버거운 책 임에 틀림없다책 제목을 <영웅들과 노동자들이라고 번역 해 봤다그리고는 첫머리

 “acknowledgements”를 읽기시작했다.

 

The ideas in this book began to come together some time ago. Many people have shaped.

 

To start, I thank the monk Cheorung for those alpine lessons in metaphysics.

 

During the Dallas years, Nikki......이 책을 쓰게 된 동기는 수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많은

 

사람들이 떠올랐다그 시작은 나의 틴이 시작될 무렵 산사에서 만난 철웅 스님으로부터 배운

 

형이상학적인 인문에서 비롯되었다.” 첫머리부터 내가 아는 사람들의 이름이 줄줄이 나오기

 

시작했다저 대구 팔공산 성전암에서 수행하던 철웅스님의 이야기부터달라스에서 고등하교 다닐 때

 

그 말썽 많고 탈 많던 아이들의 이름이 나오면서 그들의 모습이 생생하게 떠오르기 시작했다.

 

 

 

나는 그 어느 책에서도 이런 ‘머릿말 acknowledgements’을 본 적이 없다처음에는 그저 미소를 

지으면서 읽다가 나중에 하하하 큰 소리로 웃고 말았다그는 그가 만난 사람들 하나 하나를 기억하고 

그들을 다 자신의 책 앞머리에 올려 치하 했다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의 책 머리에 등장하였는지 

세어보았다총 307명의 이름이 등장하고 연구기관 11곳이 머릿말에 올라있다.

 

 

 

이게 무슨 뜻인가저자가 세상에 태어나서부터 줄곳 보아왔던 내가 아는 저자는 이런 사람이다저자는 

사람을 의심없이 좋아하는 humanist저자는 미국의 사학자로서 북한을 보는 시선이 어떠한가를 짐작케한다

전후 1952-1963 사이 북한에는 어떤 일이 일어났는가그는 그 간의 일을 사실적으로 기술하고 분석하는 

학자적 양심을 보이고있다역사는 결국 사람들의 이야기이다저자는 전후 북한사람들이 겪은 고통과 희망을 

이야기하며 그 누구도 배경이나 환경 설명없이 이해하거나 비난하는 일은 정당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그는 인간존중휴머니즘을 강조하기 위해 이 책을 쓴 것은 아닐까.

 

 

 

저자는 전후 북한 사회를 개의 장으로 나누어 서술과 비평을 동시에 전개 해 나갔다저자는 본론으로 

들어가기 전 소개하는 글 앞에 칼 맑스의 글을 인용했다.

 

Machinery is the surest mean of lengthening the working day . -Karl Marx, Capital-’

 

‘기계의 정확한 의미는 노동시간의 연장이다. - 칼 맑스 -’

 

 

 

이 책을 읽으려면 최소한 칼 맑스의 <자본론>을 읽었거나 그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된다이 책은

 

칼 맑스로부터 레닌스타린모택동 그리고 전후 김일성에 의한 북한식 사회주의 경제체제와 그 중심에 있는 

북한 사람들의 노동의 연구가 기본으로 되어있기 때문이다나는 이 책을 내 구미에 맞춰 북한 사람들의 삶의 

모습에 포커스를 맞춰 읽어나가기로 했다저자는 북한 사람들의 전후 복구 작업에 대한 생각과 그들의 의지가 

어떠했는지를 알기 위해 비날론공장(Vinalon Factory)의 철강 노동자 전차련 이야기부터 시작한다전씨는 

이른 아침부터 40 미터나 되는 공장 굴뚝 속으로 들어가 땀을 쏟으며 쇠망치를 휘두른다. “낡은 시설이지만 

그렇다고 일을 해내지 못한다면 어떻게 우리가 이 어려운 시기의 철강 노동자라고 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하며.

 

 

 

이 노동자는 년 후 비날론 공장이 완공 되었을 때 당 최고위원회가 주는 ‘노동영웅(Labor Work) 상’을 받았다

저자는 전차련의 예를 통해 질문 하고 있다전 후 북한 사회에서 노동 (Work)이란 무엇인가노동영웅의 뜻은

국가 또는 정부는 노동과 어떤 관계를 갖는가전차련이 몸과 마음을 바쳐 철강 노동자로 헌신하는 것은 영웅적인 

것인가이런 행동은 개인적인 것인가사회주의에서 생산은 무슨 뜻인가개인의 생산은 사회주의 생산과 어떤 관련을 

맺는가등등저자는 전후 북한이 겪은 역사적 사실을 세세히 지적 하며 위의 질문에 답을 해 간다. 1,2 차 북한의 

경제계획김일성을 비롯한 만주 빨치산들의 당 장악김일성의 ‘주체사상’선전선동천리마운동 등자료와 증언을 

통해 관찰한다.

 

1장 – 일노동의 역사적 고찰

 

저자는 이 장에서 백석(월북시인 1912-1996 , 소설가번역문학가본명은 백기행토속어를 많이 쓰는 천재시인으로 

평가 되고있다.)의 시를 인용했다.

 

<> ‘이른 봄’ 백석

 

‘이 골안 사람들의 그 붉은 마음들은/언제나 이른 봄의 결의로 긴장으로/

 

일터에 나서나니....’ 노동을 봄의 결단에 비유한 시다.

 

제 장 국가 주도 노동

 

전후 북한 사람들의 삶은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전후의 피해를 복구하는 과정에서 정부는 노동을 주도했고 사람들은 

정부 주도의 노동 정책에 따랐다저자는 세계사에 나타난 노동의 역사적 고찰을 한

 

다음 전 후 북한 사람들이 해 낸 노동과 관련을 지었다.

 

제 장 일상의 노동과 생산

 

전 후 북한 사람들의 삶은 생산 그 자체였다이 시기 북한은 철기계무기선박 광산,전기화학건설경공업 등 

모든 분야에 걸쳐 생산에 주력하는 시기였다북한사회는 이미 김일성 일인 지배 체제하에 들어갔고 일반 사람들은 

매일 복습되는 당의 정책이나 수령의 지시에 따르게 된다.

 

제 4장 북한 사람들의 일상을 6개 파트로 분석

 

소설미술필름음악등을 통해 북한사람들의 일과 열망과 꿈이 무엇이었던가를 관찰하고 있다예술가들은 

당 노선이나 김일성의 주체사상에 기초하여 작업을 해야만했다소설 ‘용광로는 숨쉰다’는 철강 노동자들이 낙후된 

공장건설을 하면서 일어나는 갈등과 노력과 의지를 그렸다그들은 김일성의 생각에 충실할 뿐 대립하지않았다.

대립하지는 않았지만 그냥 참고 일만 했던 것은 아니었다그들은 사회주의의 속박 속에서도 생활의 리듬을 찾고 

개인의 행복 추구를 꿈꾸기도 했다.

 

제 장 비날론 시 사회주의자들의 생산주의

 

1954년 북한은 함흥,청진원산사리원,강계남포등 지역을 재건설 지역으로 선정하고 재개발에 들어갔는데 특히 

함흥에 동양 최대규모의 비날론 공장 건설에 착수한다이 공장은 일본의 한국 강점기에 세워진 간장공장으로 매우 

낙후된 시설을 갖고있었다인건비가 싸다는 이유로 만들어진 이 공장을

 

재건하는 데는 리승기같은 과학자가 있었고 자신들의 희생을 무릅 쓴 노동자(Labor Heroes)들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비날론 공장(Vinalon Factory)의 주역 리승기는 1905년 전라도 담양에서 출생하고 교토대학 화학과를 

나온 수재였다비날론(Vinalon)은 무연탄과 석회석을 이용하여 만든 폴리비닐 알코올에서 얻어 낸 합성섬유이다

비날론은 1939년 일본 과학자 사쿠라 이치로리승기가와카미 히로시가 처음 개발하였으나 이 섬유의 본격적인 

생산은 월북한 리승기의 시험생산으로부터 시작된다. 1961 함흥에 대형 비날론 공장이 완공되자 리승기는 당최고

위원회에서 주는 노동영웅 상을 수상했다그가 발명한 새 합성섬유 비날론으로 북한 여성들의 옷이 가볍고 편리해져 

옷의 혁명을 가져온 것이다. 1995년 김정일이 그의 90세 생일을 축하했으며 1996년에 사망평양 애국묘지에 묻혔다.

 

 

 

저자는 리승기 같은 과학자 뿐아니라 비날론 공장을 짓기위해 희생한 노동자들을 잊지않았다.

 

1961년 41일 함흥에 폭풍이 불어닥쳐 비날론 공장의 굴뚝세우기 작업을 중지할 수 밖에없었다.

 

그러나 리휘상을 비롯한 그들 노동자들은 일을 멈출 수가 없었다. 5월 노동절을 기념 하기위해 완공을 서두르고 있을 

때였다. 5 미터만 더 올리면 40미터의 굴뚝이 완성되는것이다. 10명으로 짜여진 그들은 몰아치는 폭풍 속에서도 

벽돌을 등에 지고 날라 공장의 뼈대가되는 굴뚝을 완성하였다불사조라고 자칭했던 그들은 13일만에 굴뚝을 

완공을 하여 “붉은 깃발이 나붓낄때까지 굴뚝에서 내려오지 마라”고 한 김일성의 말을 실현했다.

 

 

 

장계창 스토리: 1961년 북한의 5월 노동절을 앞두고 비날론 공장 굴뚝의 완공을 서두르고 있는데

 

폭풍우가 몰아닥치는 이상기온으로 작업을 할 수 없었다시멘트를 만들기 위해 송천강으로부터 모래를 배로 운송 

해야 되는데 강이 얼어붙어 배가 꼼작을 못하고 있을 때였다이때 장계창이 얼어붙은 강의 얼음을 깨기 시작했다

그 자신이 얼음이 되어 얼음을 제거하자 뱃길이 생겨 모래를 운송할 수 있었다.

 

고두만 스토리보일러 기술자 고두만은 제주도 출신이다고두만은 굴뚝에 재와 진흙이 쌓여 보일러가동이 

어려워지고 있음을 감지했다김일성은 언제나 어떤 환경 속에서도 건설은 게속 되어야 한다고 강조 해 왔다

그렇다. 조국을 위해 내 한몸 바치리라고두만은 작업복 위에 천으로 온 몸을 두르고 뜨거운 굴뚝으로 들어갔다

이때 굴뚝의 온도는 섭씨 300(572F)도였다그는 불구덩이 속으로 들어가 재와 진흙을 퍼내기를 다섯 차레나 

하였다그러자 서서히 굴뚝의 연기가 제대로 나오기 시작했다.

 

리인식 스토리: 22 세의 리인식은 군인이었다리인식은 어떻게 공화국의 영웅이(Hero of the republic)되었는가

리인식은 아세테이트 직조 공장을 시찰 하던 중 기계의 피댓줄이 엉키고있었다이 것을 보고 리인식은 밧줄로 자신의 

몸을 감아 피대가 감기지않게 하였다라인식의 몸이 기계에 거의 다 으스러질때 쯤기계들이 원활하게 돌아갔다

공장의 위기를 몸으로 막아낸 영웅이었다.

 

 

 

이들 노동 영웅들의 이야기를 읽으면서는 나는 눈물이났다비날론 건축의 노동영웅들은 대부분 야외에서 일하는 

막 노동꾼들이었다학술서적을 읽으면서 눈물을 흘린 적이 있던가과학적 고찰을 토대로 하는 학술서적에 감상이라니... 

스스로 믿기지 않았지만 사실이었다비날론 공장의 상징인 40미터나되는 굴뚝을 맨손으로 쌓아올린 노동자들의 

이야기는 이 책의 첫머리와 말미를 장식한다.

 

저자는 책의 첫머리에 전차련이라는 철강 노동자를 등장 시켜 용광로에서 망치를 휘두르는 장면을 도입했다

그리고는 비날론 공장의 완공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노동영웅들을 등장시켜 이 책을 마무리하고있다

이 책은 장편소설의 구성법을 구사하고있다전문 학술 서적이 소설적 구성을 갖고있다는 것이 새롭다.

 

 

 

결어 :흔히 세인들은 북한의 빈민기아개인숭배,인권 문제를 이야기 하지만 실은 이런 문제는 북한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저자는 지적한다자본주의를 대표하고 부유하다는 미국에도 기아선상에 있는 어린이들이 얼마던지 

있는것이다저자는 일본인 비평가 가라다니의 이론에 찬성을 보내고 있다인간사회의 문제는 상호 협력관계 

(Association)로 해결 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저자는 인간사회의 문제는 교실 안에서나 교실 밖에서

사회에서 또는 국제 사회에서 끊임없는 대화로 협력관계를 이끌어내야한다고 주장한다북한사회를 바라보는 

저자의 시선은 날카로우면서도 휴매니티라는 통로를 열어놓았다그는 비날론 사건들을 통해 나타난 노동영웅들의 

행동을 휴머니즘의 관점에서 보고 있다위험을 무릅쓰고 헌신하는 일은 누구의 명령이나 지시로 되는 일이 아닌

 인간본연의 휴머니즘에서 나오는 것이기때문이다.

 

 

 

이 책이 놀라운 것은 ‘주 note’가 엄청 많다는 사실이다542개의 주가 있다

( Bibliography: 147, Index 12 page). 저자는 전후 북한의 모습을 꼼꼼하게 살폈고 치밀하게 써나갔다

저자는 남아 있는 역사적 자료라던가 증언들을 통해 진실을 찾아가는 필그림이었다의사가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환자의 병력을 알아야하는 것 같이 어떤 나라를 알기 위해서는 그 나라의 역사를 알지않으면 안된다고 

역설하고 있다책을 덮으며 불란서의 작가 앙드레 모르아의 말이 생각났다. “개인이 자기 나름대로 자신의 인생을 

영위하듯 국가와 민족에게도 이러한 자유의사가 있는 법이다. …. 역사는 미래를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를 

연구하여 미래에 영향을 미쳐 상속 할 수 있는 인자를 서술하는 것이다. “

 

 

 

김지형 교수의 책 <Heroes and Toiles> 출판을 축하하며 앞으로 계속 비중있는 집필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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