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농문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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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괭이와 호미 *
 
" 夫婦 " 란 두 글자가 한자로는 이렇듯 다르지만..
우리는 같이 쓰고,  같이 발음한다.
 
" 부부 ! "
이... 같은 모양의... 깊은 뜻을 지니고
다정히 선 두 글자는
또한 같은 운명의 굴레를 준다.
 
" 부부 ! "
우리가 부부라 함은, 부부 되었음은...
실로 엄청난 무서운 약속이다.
참으로... 무겁고, 질기고, 오랜  약속이다.
어떤 이유로든 쉽게 해약할 수 없는 성질의 것임을
우리는 너무도 잘 알고있다.
 
그럼에도... 이 세상 천지 간, 더구나 타향의 하늘 아래
믿고 의지할 오로지 한 사람 뿐인... 상대방인 "부" 를
더는 믿을 수가 없고, 의지 할 수가 없어서..
그 엄청난 약속을 깨거나 또는 가슴 앓는 이들의 얘기를
간혹 남의 일같지 않은 아픔으로 듣게된다.
 
결혼이란...
어느 화창한 봄날 아침
일구어야할 밭 이랑에 괭이와 호미를 들고 들어선
한 조가 된 남녀의 모습에 비할 수 있을 것이다.
 
남자는 당연히 괭이를 들 것이다.
그것은 무겁고 운동 양이 크며 굳은 흙을 파헤쳐내는
선구적이고 박력있는 도구이기 때문이다.
 
여자는 당연히 반쪽 하트 모양으로 외로 곱게 휘어진
흙덩이를 부수고, 땅을 고르고, 잡초를 뽑아내는
내조적인 호미를 들 것이다.
 
성공적인 결혼..  행복한 부부의 그 일차적 요건은
우선 이 괭이와 호미의 조화를 뜻하는 것이 아닐까?
 
세상에는 남성적인 여자도.. 여성적인 남자도 많이 있다.
그래서 호미를 누가.. 괭이를 누가 드느냐가
구태여 문제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다만, 호미 든 남자의 자격지심이나
괭이 든 여자의 자만심이
문제 될 수있을 다름이다.
 
괭이나 호미의 일은 그 어느 것이
더 힘들고 중하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서서하는 괭이의 일이 운동 폭이 넓고 무거워서..
또 새 흙을 앞장 서서 파내야하기에 힘이 든다면
쪼그리고 앉아서 앉은뱅이 걸음으로 잔돌을 고르고,
잡초를 뽑고, 땅을 고르게하는 일은
뒤에 도울 손이 없어 더욱 허술해선 안된다.
 
부지런하고 성실한 괭이가
알뜰하고 차분한 호미를 요구하고..
소박하고 다감한 호미가
겸허하고 관용있는 괭이를 필요로하는..
우리는 상부상조의 한 숙명의 옷을 입고 있다 할 것이다.
 
우리는 우리가 자라면서 냄새 맡고 만져 온 흙이 아닌
낯 선 땅에서의 밭 일구기에
서로가 격려하며 있는 지혜와 힘을 다 한다해도
우리의 이상하는 선에 달하기가
결코 쉽지는 않은 여건에 있다.
 
그런데...
위안 받고싶은 괭이를 호미는 눈 흘기고,
보호 받고싶은 호미를 괭이는 밀어 제낀다.
서로가 아프고, 춥고, 허기지는 안타까운 일이다.
 
동천의 해는 어느 덧 중천에 와 있고,
머지않아 어두울 것이다.
그 어둠이 깔리도록 우리는 우리의 책임된 운명의 밭을
부지런히 일구어 가야만 할 따름이다.
 
그리하여 영원한 휴식에 들기 전
밤 하늘의 달과 별을 후회없이 바라 볼 수 있다면..
우리는 매우 행복되고, 아름다운 삶 속에 있었다고
자위해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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