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현채 주필
▲ 박현채 주필
세계 각국의 반중 정서가 갈수록 커지면서 급기야 중국이 국제사회에서 왕따를 당하기 시작했다. 특히 전 세계를 혼돈의 늪으로 빠져들게 한 코로나 19에 대한 중국의 책임론이 강력하게 재등장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 이후 동맹국들을 규합하면서 중국을 포위하는 작전을 본격화하자 중국의 고립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중국의 왕따는 스스로 자초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성 싶다. 중국은 덩샤오핑 시대까지만 해도 나름 상식적인 대국이었다. 충분한 힘을 기르기 전에 모습을 드러내고 자랑을 하면 꽃을 피우기 전에 꺾일 수 있다면서 스스로 자신을 완전히 컨트롤 할 수 있을 때까지는 인내심을 갖고 빛을 감춘 채 힘을 기르자는 이른바 도광양회(韜光養晦)를 신봉하면서 자중자애해 왔다. 그러나 수년 전부터 국력이 폭발적으로 강해지면서 돌변, 거의 모든 국내외 문제에서 국제사회의 여론과 정반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중국 관리들도 각종 외교 무대에서 공격적인 갑질을 일삼으면서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그동안 중국은 홍콩 자치에 대한 무자비한 탄압, 대만·인도·호주에 대한 강압적인 외교, 필리핀 등 남중국해 연안 국가들과의 마찰, 화교와 유학생을 활용한 스파이 행위, 다문화 정책을 악용한 교육·언론 분야로의 침투, 중국몽 실현을 위한 미국과 동맹국간 ‘약한 고리’에 대한 집요한 공세 등으로 야금야금 다른 나라의 주권을 빼앗아 왔다. 한국에 대한 태도도 마찬가지였다. 한국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를 배치하자 즉각 한한령(限韓令·한류 금지령)을 발동, 한국산 제품의 불매운동을 일으키고, 관광객의 발길을 끊게 하는 등 시종일관 고압적인 자세로 일관했다.
 
물론 이러한 것들이 자국의 국익에 이롭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그 후과(後果)는 컸다. 중국이 주로 사용한 무기는 교역과 투자였다. 맘에 들지 않는 나라에 “끔찍한 경제적 피해를 주겠다”고 넌지시 협박하면 그대로 통용됐다. 그러나 중국의 이러한 협박에 식상한 나라가 많아지면서 그동안 중국과의 경제협력으로 큰 이득을 봤던 국가들조차 중국에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국제적 여론조사 업체인 퓨 리서치가 지난해 10월 조사한 중국을 싫어하는 세계 각국의 인구 비율을 보면 일본과 스웨덴이 각각 85%로 가장 높았고 호주 81%, 한국과 덴마크 각 75%, 영국 74%, 미국과 캐나다 각 73%, 독일 71%, 프랑스 70% 등이었다. 무척 높은 수준이다.
 
특히 미국은 이 틈을 타 백신 등을 무기로 동맹국들을 규합, 중국을 포위하는 작전을 쓰기 시작했다.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의 군사적 도전에 맞서 일본, 호주, 인도가 참여하는 집단안보협의체 ‘쿼드(Quad)’를 구성했고 여기에 한국, 베트남, 대만 등의 참여도 권유하고 있다. 코로나 19의 기원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요구하며 중국의 고립화를 더욱 촉진시키고 있다. 아니나 다를 까 EU마저도 미국의 주장에 동조, 중극에 코로나 19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나설 정도가 됐다.
 
국제사회의 분위기가 이처럼 변모하자 중국의 시진핑 주석은 지난달 31일 공산당 고위간부를 상대로 한 강연에서 “사랑받을만하고, 신뢰할만하며, 존경받을 수 있는 외교정책을 구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제무대에서 중국을 이해하는 친구들을 많이 만들고, 이들을 연합시켜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겸손하고 솔직하게 세계와 소통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러자 미국의 블룸버그통신은 중국이 자국의 이익을 관철시키려는 무척 공격적인 이른바 전랑외교(戰狼外交 : 늑대외교)를 포기하고 유연한 외교로 전환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보도하면서 미국의 동맹국 규합에 위기감을 느낀 나머지 일대 외교정책의 전환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그러나 시 주석의 이같은 발언이 전랑외교 폐기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중화권을 대표하는 영자지인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에 우호적인 국가를 더 많이 만들기 위해 겸손한 외교를 펼치는 등 방법론적인 변화를 모색하는 것이지 전랑외교 노선 자체를 폐기하는 것은 아니라고 분석했다. 어쨌든 현재 분위기로 보아 앞으로 국제사회에서 갑질을 일삼는 중국의 행태는 상당히 줄어들 것으로 예견된다. <투데이코리아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