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사람은 백조라고 하면 당연히 흰색의 깃털로 생각하고 검은색의 백조가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실제로 호주 서부에서 검은색 백조가 발견될 때까지 검은 백조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때까지 사람들이 보았던 모든 백조가 흰색이었기 때문에 검은색 백조가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생각할 수 없었다. 하지만 검은 백조를 실제로 발견한 순간부터 그 믿음은 잘못된 것으로 되어 버렸다. 그래서 전혀 예상할 수 없었던 일이 실제로 나타나는 경우를 블랙스완 이라고 부르게 됐다.

이 용어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나심 탈레브라는 학자가 2007년에 '블랙스완'이란 책을 발간한 이후부터이다. 탈레브는 그 책에서 블랙스완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대부분 사람들의 예상을 넘어 예외적으로 일어나는 사건이다. 일단 발생하면 엄청난 변화를 초래할 만큼 충격적이다. 일부 기업이나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 시장 전체의 변화를 수반하는 것이다.

중국 우한에서 처음 출현한 코로나19가 지금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전염성과 독성이 강하고 감염 속도가 빨라 전 세계 인류를 엄청난 충격과 공포 속으로 밀어 넣고 있다. 수천만명이 병에 걸리고 수백만 명이 사망한 상황으로 백신이 개발된 후에도 그 기세가 여전하여 불안한 상황이다. 어느 날 갑자기 도둑처럼 찾아오는 불가항력의 재앙을 막을 방법은 사실상 없다. 단지 도둑이 들어오기 전에 미리 예방하는 방법밖에는 없다. 만일 막을 수 없다면 피해를 줄이고 빨리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둬야 한다.

코로나19와 같은 블랙스완을 어떻게 하면 지혜롭게 극복할 수 있을까? 병을 앓아 나은 사람이나 예방접종을 받은 사람은 항체를 얻어 그 병에 다시 걸리지 않는다. 국가와 사회도 마찬가지다. 국가와 개인 모두가 한번 경험한 위기에 대해서 대처할 능력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탈레브는 “그 어떤 뛰어난 모형도 블랙스완을 예측할 수 없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위기의 형태나 크기를 예측하기보다 위기에 강한 체질로 무장하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눈에 안대를 착용한 실험자에게 커피 맛을 분석하게 했다. 2천원짜리 커피 2개를 놓고 한쪽은 2천원짜리 커피라고 하고 맛을 보게 했고, 다른 한 쪽은 1만원짜리 커피라고 설명하고 평가를 부탁했다. 대부분의 실험자는 1만원짜리 커피가 더 향기롭고 뒷맛이 좋다고 평가했다. 코와 입의 감각 수용체를 통한 정보는 좌뇌로 수집되어 좌뇌에서 분석되고 통합된다. 뇌로 들어온 정보는 똑 같지만 선험적인 경험에 의해서 비싼 것이 맛이 좋다는 선입견으로 정보를 재편집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거짓말을 꾸미고 그대로 믿는 과정을 겪는다. 이런 착각을 이용한 상술이 많다. 상품의 실제 가치보다 높게 가격을 책정하면 오히려 잘 팔린다. 이런 오류에 빠지지 않으려면 선입견을 깨고 객관적인 사고를 훈련해야한다. 이런 상술은 정치판에도 효과가 크다.

정부에서 확보한 두 종류의 코로나19 예방접종에 대한 호불호가 엇갈린다. 미국산 H제품은 면역획득율이 100%고 부작용이 거의 없으나 영국의 A제품은 면역획득율이 90%이고 뇌정맥동 혈전증이 발생하여 기피하는 대상이다. 영국에서 2천만명 중 79건, 유럽에서 3400만명 중 169건이 발생하였다. 수십만 분의 일의 확률이지만 거의 모든 국민들이 A제품을 불신하고 있다.

그러나 제품이 개발된 지 1년이 아직 경과되지 않아 두 제품의 면역획득율과 부작용의 근거가 충분하지 않고 통계적 유의성을 갖는지 아직 의문이다. 혈전증은 실제로 위험한 합병증이고 폐색전증이나 내장정맥 색전증이 발생하면 치명적이지만 각각 1례가 보고되고 있다. 그러나 이 색전증 발생률은 다른 질환 환자에서 발생하는 유병율보다 훨씬 낮다. 혈전으로 인한 혈소판 감소증은 코로나19로 입원한 환자의 1/5에서, 중환자실로 입원한 환자의 1/3에서 발생하는 빈도를 보인다. 예방접종을 하여 코로나19에 걸리지 않는 것이 혈전증보다 더 안전하다.

A제품의 장점은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운송과 보관이 용이하여 군중면역을 획득하는데 H제품보다 용이하다. 지난 겨울 독감백신을 접종할 때 언론이 근거가 희박한 부작용을 확산시켜 시민이 접종을 거부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여기에 정부와 대척점에 있는 세력도 가세하여 국민들에게 많은 혼란을 야기하였다. 정부 또한 전문가 집단을 불신하고 정치적으로 판단하였다.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예방접종을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하여 국민전체를 위험에 빠뜨린다면 치열한 전쟁에 작전도 없이 병사를 밀어 넣는 무능한 지휘관과 다를 바가 없다. 인류를 위협한 수많은 전염병에서 인류를 구한 가장 유용한 수단은 예방접종뿐이었다. 블랙스완효과는 선입견과 아주 밀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