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현채 주필
▲ 박현채 주필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가 코인 광풍에 휩싸여 있다. 우선 국내 상황을 보면 20,30대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회사원은 물론이고 가정주부들까지 투기성 투자에 나서고 있다. 미처 부동산 투기에 나서지 못해 ‘벼락거지’를 면하거나 ‘인생역전’을 위해 거액의 빚을 내 투자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다 보니 국내 가상통화가 해외보다 5~10% 비싸게 거래되는 ‘김치 프리미엄’까지 생겨났다.
 
최근 암호화폐 시장의 하루 거래금액은 주식시장 거래금액을 웃돌 정도다. 시중 유동성이 폭발적으로 밀려 들다보니 대장주로 불리는 비트코인은 지난해 말 3000만원선에 머물렀던 1코인 가격이 한때 8000만원선을 넘기도 했다. 미국의 개발자들이 장난삼아 만들었다는 도지코인은 연초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우리 모두의 암호화폐”라고 추켜세우면서 급등하기 시작, 올해 들어 4000% 이상 폭등했다.
 
암호화폐는 적정가격을 제시할 합리적인 근거가 없다. 미국이 암호화폐를 미래 주력산업으로 성장시키기 위해 가장 큰 거래소인 코인베이스를 지난 14일(현지시간) 나스닥에 직상장시키고 전기차 업체인 테슬라와 시사주간지 타임(TIME)이 비트코인 결제를 허용하기로 했다. 하지만 가격 변동성이 워낙 커 아직 사용가치가 불분명하고 가치 저장 수단으로도 불안정하다. 암호화폐 옹호론자인 일론 머스크가 SNS를 통해 줄곧 도지코인을 띄웠다는 점 외에는 값이 오를 만한 이유가 없다.
 
그런데도 개미들이 빚까지 내 가며 가상화폐 쪽으로 무섭게 이동하고 있으니 후유증이 우려된다. 한 마디로 돈 놓고 돈 먹기 식이다. 그러다 보니 100개가 훨씬 넘는 가상자산거래소들이 난립하고 있고 거래소들은 앞 다퉈 이런저런 코인들을 상장시키고 있다. 그 결과 가상화폐 거래가 환치기, 다단계, 자금세탁 사기 등 불법 행위에 악용되면서 각종 부작용이 급증하고 있다. 심지어 어떤 거래소가 안전하고 어떤 거래소가 위험한 지를 평가하는 잣대도 전무해 버젓이 영업하다 폐업하고 야반도주하는 거래소도 있다.
 
이에 따라 급경한 가격 변동에 따른 리스크는 투자가 개인이 지더라도 적어도 투명하고 안전한 거래가 이루어지도록 정부가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정부로서도 고민이 많다. 암호화폐 거래를 어떻게 감독하고 규제할 것인지에 대한 국제적인 합의가 없어 우리가 먼저 방침을 정하기 어렵다는 것이 첫 번째다. 또한 암호화폐 거래를 직접 감독·규제하겠다고 나서면 암호화폐 시장을 제도권으로 정식 인정하는 신호가 될 수 있어 이것도 고민이라는 것이다.

가상 화폐는 유망 미래산업인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블록체인은 각종 자료처리와 서비스, 공급네트워크 관리 등에 활용될 수 있는 유용한 기술로 안정성까지 갖추고 있어 국가의 명운을 좌우할 핵심기술로 간주되고 있다. 가상화폐를 규제하면 이 기술발전이 더딜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블록체인 기술은 육성하되 암호화폐 투기는 근절한다”는 모호한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이다.
 
코인 어떻게 다뤄야 할지를 놓고 갈팡질팡하기는 해외도 마찬가지다. 블록체인 업계는 암호화폐가 “가치저장 기능이 있는 디지털 금(金)”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에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은 아직가지는 “내재가치가 없는 투기적 자산”으로 판단하고 있다. 다만 미국은 은행이 ‘스테이블 코인(가격 변동성을 줄인 코인)’으로 지급결제를 할 수 있도록 허용했고, 일본은 암호화폐 거래소의 이용자 보호 의무를 법에 담는 등 일부 전향적 조치가 이뤄지고 있을 뿐이다.
 
급기야 미국이 자금세탁 등 불법행위를 좌시할 수 없다면서 조사에 나서자 우리도 6월까지 범정부 차원의 특별단속을 벌이기로 했다. 불법거래 연루가 의심되는 이상거래를 잡아내고, 거래소의 이용약관이 공정한지 들여다보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 가상화폐 가격이 급락세를 보였다. 지금으로서는 정부 당국자의 발언 한마디 한마디가 가격 조정의 빌미가 되고 있는 상황이다.
 
앞으로 가상자산이 어느 쪽으로 향할 지는 아직 미지수다. 신기루로 막을 내릴 수도 있고, 새로운 화폐로 자리 잡을 수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가상화폐가 언제든 거품처럼 사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사기만 하면 무조건 오른다는 식의 ‘묻지마 투자’를 해서는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거래자들은 이익이 자신의 몫이듯, 손실도 결코 다른 사람이 책임져주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박현채 투데이 코리아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