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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용의 재계춘추(財界春秋)] (24) K-조선의 부활, 다시보는 정주영의 혜안

  • 권오용 한국가이드스타 상임이사(전 SK그룹 사장)


 
- ‘무에서 유를 창조한’ 정주영의 기업가정신에서 시작한 한국 조선산업
- 1분기 전세계 발주물량의 절반 수주…세계최강 위상 되찾아
- 끊임없는 구조조정과 기술혁신의 결과…한국경제 나가야할 길 제시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조선소 건설자금 조달과 선박수주를 위해 갖고갔던 울산 미포만 사진 및 선박설계도(사진 위)와 어록. 한국 조선산업을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사람이 정주영이며 오늘날 세계1위의 한국조선산업은 이 사진과 설계도, 그리고 거북선이 그려진 500원짜리 지폐에서 시작됐다고 해도 크게 틀린 말이 아니다. (사진=현대중공업 홈페이지 캡처)  

지난 3월23일 에버그린(Evergreen)선사의 에버기븐(Ever Given)호가 중국에서 출발해 네덜란드 로테르담으로 향하다가 수에즈 운하에서 좌초돼 뱃길을 가로막았다. 이 사고로 422척의 선박이 운항차질을 빚어 전세계가 해운대란에 휩싸였다. 에버기븐호를 건조한 회사는 일본의 이마바리(今治)조선, 사고직후 해운업계에서는 이 배를 한국 조선회사가 건조했으면 이런 사고가 일어났을까 하는 격한 반응이 있었다.
 
올 1분기 세계 선박발주량 1024만 CGT중 52%인 532만 CGT를 한국 조선업체들이 수주했다. 이는 지난해 동기대비 9.7배 증가한 것이자 2008년 이후 13년만의 최대규모다. 감으로만 전해지던 한국 조선업계의 봄날이 수에즈운하 좌초사고로 완연히 다가왔다.
 
한국의 조선산업은 누가 뭐래도 현대그룹 창업주인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을 빼고는 이야기 할 수가 없다. 현대에서 세계최대 규모의 조선소를 건설하겠다고 했을 때, 모두가 불가능한 일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당시만 해도 대한조선공사가 건조한 1만7000톤급 선박이 국내서 가장 큰 배였다. 경험과 기술없이 26만톤급 초대형 선박을 만드는 조선소를 짓는다는 계획은 무모해 보였다. 

하지만 정주영 창업자는 특유의 ‘개척정신’을 바탕으로 울산 미포만을 조선소 부지로 선정하고, 차근차근 계획을 현실화시켰다. 그는 1971년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당시 영국 바클레이은행과 4300만달러(약 510억원)에 이르는 차관도입을 협의했다. 하지만 바클레이측의 최종 답변은 ‘NO’였다. 

정주영 창업자는 포기하지 않고 선박 컨설턴트 회사인 A&P애플도어(A&P Appledore)의 찰스 롱바톰 회장을 찾아갔다. 그는 바클레이 은행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있는 업계 거물이었다. 롱바톰 회장 또한 차관 상환능력에 대해 의심을 품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러자 정주영 명예회장은 500원짜리 지폐를 꺼내서 지폐에 그려져 있는 거북선을 가리키며 “한국은 16세기에 철갑선을 만들었다. 영국보다 무려 300년이나 이르다”며 롱바톰 회장을 설득했다. 끈질긴 설득 끝에 롱바톰 회장은 현대가 대형 조선소를 지어 독자적으로 경쟁력 있는 선박을 건조할 수 있다는 추천서를 바클레이 은행에 써줬다.
 
현대는 결국 차관을 제공받기로 했지만 영국 수출신용보증국(ECGD) 승인이라는 더 큰 산을 넘어야 했다. 영국에서는 은행이 차관 제공을 결정해도 ECGD의 승인을 얻어야 했다. ECGD는 차관을 가져간 나라가 원리금을 상환하지 못하면 영국 정부가 책임지고 보상해주는 제도였다. 이 때문에 ECGD의 기준은 매우 까다로웠다.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LNG(액화천연가스)운반선과 초대형 컨테이너선. 국내 조선업계는 끊임없는 구조조정과 기술혁신으로 한때 중국에 내줬던 세계1위 자리를 되찾았다. (사진=현대중공업)

ECGD는 현대의 조선소 건설 계획과 원리금 상환 능력을 인정했지만 선박을 구매할 사람이 있다는 확실한 증명을 갖고 와야만 승인을 내겠다고 통보했다. 선박 수주를 위해 수소문하던 중 롱바톰 회장에게 소개받은 선박 브로커로부터 그리스 선엔터프라이즈(Sun Enterprise)의 조지 리바노스 회장이 값싼 배를 구하고 있다는 정보를 얻게 된다. 

정주영 창업자는 유조선 설계 도면과 백사장 사진, 축척 5만분의 1 지도를 갖고 리바노스 회장을 찾아가 설득한 끝에 초대형유조선(VLCC) 2척을 수주하는데 성공했다.

2016년 6월 현대중공업 울산 본사에서 열린 명명식에 참석한 리바노스 회장은 오찬 자리에서 “40년전 나를 찾아와 ‘반드시 좋은 배를 만들어내겠다’고 한 정주영 명예회장의 모습을 또렷하게 기억한다. 자신감 넘치는 모습이 내 마음을 움직였고, 최고의 선박으로 약속을 지켰다”고 회상했다.

1972년 울산 미포만 백사장. 정주영 명예회장을 비롯한 현대중공업 임직원과 주한 외교사절,  울산시민 등 50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울산조선소 기공식이 열렸다. 이날 정주영 창업자는 세계 조선사상 전례가 없는 초대형 조선소와 2척의 유조선을 동시에 건설하겠다는 사업계획을 발표하며 모두들 놀라게 했다.

약속은 지켜졌다. 2년후 TV를 통해 울산조선소 준공식 겸 초대형 유조선 1호선 ‘애틀랜틱 배런(Atlantic Baron)’호와 2호선 ‘애틀랜틱 배러니스(Atlantic Baroness)’호의 명명식이 생중계됐다. 

선박을 까다롭게 평가하기로 소문난 리바노스 회장조차 선박 품질에 만족해했다. 이날은 조선 세계1위 국가, 조선 세계1위 기업의 타이틀을 갖게 된 시발점이 됐다. 

하나의 산업이 세계 1위까지 오르는 데는 오랜 노력과 투자가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 조선산업의 부활은 너무나 값지다. 끊임없는 구조조정과 기술혁신이 한때 중국에 내줬던 세계 1위의 자리를 찾아오게 한 비결이 됐다. 그리고 K조선의 막대한 전후방 연관효과로 우리 제조업, 한국경제는 다시 한 번 부활의 기대를 가지게 됐다.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는 요즘 ‘무에서 유를 창조했던’ 정주영 명예회장의 기업가정신과 국내 조선업계의 세계 최강을 향한 집념과 혁신 노력은 박수받아 마땅하다.  

권오용은
고려대를 졸업했으며 전국경제인연합회 국제경제실장•기획홍보본부장, 금호그룹 상무, KTB네트워크 전무를 거쳐 SK그룹 사장(브랜드관리부문), 효성그룹 상임고문을 지낸 실물경제와 코뮤니케이션 전문가다. 현재 공익법인 한국가이드스타 상임이사로 기부문화 확산과 더불어 사는 사회 분위기 조성에 힘쓰고 있다. 저서로는 대한혁신민국(2015), 권오용의 행복한 경영이야기(2012),가나다라ABC(2012년), 한국병(2001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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