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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1.10 19:03

백일몽 텍스트피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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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일몽 텍스트피싱

                                                                                                                                             

                                                                                                                                          구 자 문 
  필자는 지금까지 모르는 사람과 펜팔을 한다든지 SNS를 통해서 대화한 적이 별로 없는 것 같다. 1960~70년대만 해도 10대 후반이나 20대 초반의 젊은이들이 펜팔을 하다가 결혼으로 골인하거나, 미국에 사는 또래들과 서툰 영어로 펜팔을 하고 선물을 주고받음을 보고 듣기도 했었다. 필자가 군대 갔을 때도 일부 동료 병사들이 젊은 여인들과 펜팔을 하고 또 시도하는 것을 보았었다. 하지만 필자가 그러한 방면에 신경을 크게 쓰지 않은 것은 개인시간에 음악듣고, 영화보고, 사색하고, 글을 쓰는 등 개인적인 성향과 관련이 있었다고 본다. 또한 부친께서, 일제강점기 고교생이나 대학생들이 영어사전을 첫페이지부터 다 외우며 페이지를 한장 한장 씹어 먹는다는 말씀을 그대로 실천은 못했지만, 작은 영어사전 하나를 품에 지니고 다니며 모든 단어에 줄을 그어 외우며 한권을 다 마치기도 했었으니까.   

 

  지금 우리는 1970년대와는 다른 세계에 살고 있다. 테크놀로지도 크게 발전했지만 우리의 라이프스타일도 크게 변했으니까... 이제는 스마트폰을 통해 국내외 사람들과 대화만이 아니라 많은 품질 좋은 음악/영화감상, 물건구입, 동호회활동, 건강 및 활동 모니터링, 수많은 자료 획득 등이 가능하다. 물론 좀 더 큰 모니터를 통해 페이스북이나 다른 SNS를 활용하기도 한다. 물론 필자도 여기에 동참은 하지만 그리 활발하지도 않고 재빠르지도 못함을 고백하는 바이다. 컬럼은 자주 써서 지역신문에 10년 넘게 게재하고 있지만, 페이스북 같은 것은 개설은 했지만 글을 올리는 경우는 1년에 두어 번 정도일 뿐이다. 그것도 한글아닌 영어로 올리니 한국사람들도 크게 초대되지 않았고, 몇몇 제자들과 해외대학 및 필자와 관계있는 외국인 졸업생들이 친구로 되어 있을 뿐이다. 

 

  그런데 얼마 전 페이스북으로 한 외국인이 그것도 중년의 아름다운 여인이 친구신청을 해왔다. 동양인인데도 유창한 영어로. 이러한 적이 없지는 않았지만, 대부분 중동에 파견된 미국 여자군인이거나 베트남 등지에서 보내는 호텔 등을 선전하기 위한 미끼들인 경우가 많아 별로 대꾸한 적이 없었다. 사실 페이스북 활동을 제대로 하지 않으니 아는 이들의 친구신청도 요즈음에는 거의 수락한 적도 없으니 말이다. 

 

  이 친구신청도 우연히 발견하게 되었는데, 어쩐 일인지 큰 생각 없이 'Yes'를 누르게 되었고, 즉각 답장이 오는 게 아닌가. 웬일이지? 궁금하지만 아주 기본적인 대화로만 대꾸했는데, 다른 이메일과 연락방법을 알려 주는게 아닌가? 막상 대화의 내용도 참신했다. 몇 시간 후에는 주어진 기본 정보를 바탕으로도 그 사진의 주인이 누구인지를 알게 되었는데, 필자는 모른 척하고 연락이 오면 간결한 대꾸만을 해주었었다. 영어로 ‘시’ 같은 로맨틱한 문구를 구사하는 그 사람이 대단한 로맨티스트로 보여졌고 구체적 요구를 안했어도 내 도움을 필요로 하는 것 같이 느껴지기도 했었다. 

 

  그는 캐톨릭이며 크리스천을 좋아한다고 했고, 거짓말하는 게 제일 싫다고 했고, 한국에서 살고 싶다고도 했다. 그러니 은근히 그 대화가 기다려질 것이 아니겠는가? 그런데 한 일주일 지나니 한국을 방문할 테니 돈을 부쳐 달라는 것이다. 아하 그러면 그렇지. 작은 금액은 아니지만 약간 무리를 한다면 못 만들어 낼 것도 없는 정도의 금액이었지만, 지나치게 높은 영어구사력, 노골적인 접근 등 여러모로 종합해볼 때 '이것은 아니다' 판단하고 완곡하면서도 냉정하게 ‘노’ 할 수밖에 없었고, 대화는 그것으로 끝난 것이다. 

 

  가만히 지켜보니 이러한 경우가 없지는 않은 모양이다. 순진하게 이러한 꼬임에 빠져서 적지 않은 돈을 보내기도 하는 모양이다. 최종적으로는 거짓임을 알겠지만... 이 정도의 수려한 영어 구사는 고등교육을 받은 필리핀인이나 싱가포르인 정도 아니면 불가능할 것이고, 한국인들도 상당한 수준의 영어 구사자가 아니면 대화가 힘들 것이므로, 아마 그러한 사람을 노렸을 것 같기도 하다. 필자야 잃은 것은 없지만, 잃은 사람들이 있다면 잃고 얻고 plus minus 할 수 없지 않겠느냐는 위로를 보내고 싶다. 한동안 백일몽에 빠지기도 했을 것이니까.

 

  서울에 거주하는 형제/자매들로부터 보이스피싱에 관한 이야기를 듣기도 한다. 필자도 여러 차례 그러한 전화를 받았었지만 넘어간 적은 없다. 하지만 이번에는 보이스가 아닌 텍스트였고, 잠시 속다가 곧 발견했지만 좀 지켜보기도 했는데, 분명 거짓이라고 느껴지면서도 그 사람이 진짜 내가 상상했던 그 사람이고 정말 도움이 필요하면 어쩌지 하는 생각이 남아 있었다. 가짜라면 얼마나 지능적인 것이고, 진짜라면 필자를 얼마나 원망할 것인가. 얼핏 영어로 짧게 오가던 대화시간을 통해 시 같이 로맨틱하거나 철학적인 글들을 접할 수 있음이 대단하게 느껴졌었다. 대화를 끊고도 그리 크게 속았다기 보다는 그런 일들도 있을 수 있구나, 가짜라지만 글들은 매우 멋졌었음 등 안타까운 생각이 들기도 했다. 세상이 다양화되고 글로벌화되다 보니 이러한 일들이 생기는 것이다. 이 사진의 진짜 주인공은 자기 사진과 이력이 도용됨을 알고나 있을지 모르겠다.  

 

2021년 1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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