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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MT 대장정 이야기(30) : 씨에라 네바다 산맥에서의 도킹

 

 

파견대.jpg

 <사진> 보급대 마중하러 빈 배낭메고 출발하는 인환이와 균석이

 

 

1.

8월23일, JMT운행 시작한 후 산중에서 맞는 스물두 번째 날이자 제5구간 8일차 되는 날.

 

인환수인부부의 아들 John(한국이름 밀돌)과 친구 Andrew, 두 젊은이들과 첩첩산중에서 여하히 도킹(docking)할 것인가가 오늘의 미션이었다. 우주선 도킹이나 비행중인 항공기에 공중 급유하는 것에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만약 차질이 생기거나 문제가 발생한다면 큰 탈이 나는 미션이었다. 왜냐하면 식량이 완전 거덜이 났기 때문이었다.

 

보급품을  싣고 오는 두 젊은이들은 휘트니 산 아래 작은 마을인 Lone Pine에서 차량으로 출발하여 Trailhead에 주차해 놓은 다음 짐을 짊어지고 올라올 예정이었다. 이들을 중간지점에서 만나기 위해 인환이와 균석이가 스낵과 물통만 챙긴채 빈 배낭을 메고 8시30분쯤 야영지를 출발했다. 나한테는 야영지에 남아서 수인이와 리라, 두 여성동지를 지키라는 임무를 주었지만 실은 함께 내려가는 것이 오히려 거추장스러웠기 때문이었을 게다. 덕분에 나는 고생하지 않고 반종일 내내 빈둥거렸다.

 

길이 어긋날까봐 노심초사하면서 인환이와 균석이는 아주 빠른 속도로 내달았다고 했다. 3,608m 높이의 Kearsarge Pass 고갯마루를 넘어 야영지에서 9.2km 떨어진 곳까지 달려가는데 2시간 20분밖에 걸리지 않았다고 했다. 험산준령에서는 기껏해야 시간당 2~2,5km정도 전진하는데, 둘이서는 초인적으로 달렸었나보다. GPS로 확인하면서 Kearsarge Trail 중 South Trail을 택해 내려가는데, 서로 다른 길을 택해 길이 어긋날까봐 걱정하면서 맞은편에서 올라오는 팀에게 물어보고 아직 올라오지 않은 것을 확인하고나서 갈 수 있는 데까지 최대한 내달았다고 했다. 인환이한테는 리더로서의 책임감뿐만 아니라 아들 밀돌이에 대한 아버지로서의 부정(父情)이 발로된 것이 아니었을까. 다행히 11시20분쯤 무거운 배낭을 메고 올라오는 John(밀돌)과 Andrew를 만날수 있었다.

 

 

바보낚시.jpg

<사진> 바보는 있어도 바보 물고기는 없었다.

 

가족상봉.jpg

<사진>가족상봉 : 인환, Andrew, 수인, 아들 John(밀돌이)

 

 

산타클로스.jpg

<사진> 산타클로스 선물

 

 

2.

4명이 짐을 나눠지고 돌아오는 길은 그다지 힘들지 않았으리라. 왜냐면 산 속에서 배곯고 있는 마눌님 포함 세 명의 병아리들 생각으로 발걸음을 재촉했을 게 분명했다. 단지 밀돌이가 짧은 시간에 높은 지대를 오르면서 고산증으로 고생했다고 했다. 걱정이 많았었는데, 다행히 미션을 성공적으로 완수하고 2시 조금 지나서 야영지로 돌아왔다. 수인이 얼굴에 안도의 표정과 함께 아들 밀돌이를 보자 엄마의 미소가 퍼졌다.

 

한편, 야영지에 남아있던 3명은 믹스커피 한 봉씩 타마시는 것으로 허기를 때웠다. 바보 물고기가 잡히지 않을까 해서 곰통을 옷으로 싸서 호수 안에 밀어놓고 살펴봤는데 바보는 있어도 바보 물고기는 없었다. 혹시 먹을 것을 구할 수 있을까하고 야영지 근처에 있는 Ranger Station에 가서 기웃거렸는데 다음 주 수요일에 온다는 노트만 문에 걸려있었다. 하릴없이 호수가 둔덕에 누워 하늘만 쳐다보면서 일행들이 아무 탈없이 돌아오기만 기다렸다.

 

산타클로스가 가져온 보급품을 풀었다. 그리고 뜨거운 밥을 지어 김치, 스팸, 깻잎, 멸치볶음, 비빔 짜장 등등 춘향전의 이도령이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먹어치운 것처럼 우리도 그리 했다. 오래 참았던 술도 한 잔씩 곁들였다. 남자들은 위스키, 여자들은 와인을 마셨는데, 이보다 더 좋은 성찬이 있을 수 있을까.

 

배에 기름들이 빠져서 그런지 술이 빨리 취해왔다. 위스키 두 병을 마신 후, 한 병은 남겼다가 휘트니 산 정상을 밟고 내려오는 날에 축하주로 마시자고 했다. 다들 좋다며 그렇게 하자고 했다. 그런데 내일의 영광보다 오늘의 유혹이 훨씬 더 강했다. 결국 마지막 술병, 마지막 한 방울까지 털어낸 후에 야영지 텐트 주위에 영역표시를 한 다음 밤하늘의 총총한 별에게 굿나잍 인사를 했다. 깊은 밤 깊은 산중에서 취한 기분에 분명 뭔가 수다를 많이 떨었을 텐데, 아무런 기억이 남아있지 않으니 그거 참 다행 중에 다행이었다.

 

밤늦게 3차.jpg

<사진> 산 중에서 3차 하기
 
 

3.

인환이가 우리 동창들에게 전한 상긍이 사고현장에서의 구조상황은 한 편의 영화와 같았다. 그리고 또 하나, 살 사람은 어떻게 하든 살고 죽을 사람은 어떻게 하든 죽는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깊고 깊은 산골짜기에서 상긍이가 추락해 떨어진 곳부터가 그랬다. 추락지점이 휘트니산 정상등반을 마치고 하강하던 뇌전문의사와 남자간호사가 지나고 있던 지역이었다. 그게 예사스러운 일인가. 뇌전문의사와 간호사가 상긍이 수호천사였던 거였다. 그렇게 보이지 않는 곳에서, 보이지 않는 힘들이 각본에 의해서 미리 준비된 듯 작동했다. 인환이의 보고를 계속해 싣는다.

 

                        *                 *                 *

 

Bakersfield의 Police Dept.에서 Helicopter가 18:20쯤과 18:50경 두 대가 왔었는데 구조대원 세 명과 장비들을 내려놓고, 야간 비행을 할 수 있는 장비가 되어 있지 않은 관계로 서둘러 돌아가야 했다고 한다. 상긍이 곁에 남아있던 의사와 간호사 그리고 세 명의 구조대원이 한팀이 되어 다음날 새벽의 구조 작전에 대비하기 위하여 상긍이를 썰매 모양의 끌 수 있게 만든 구조장비에 고정시키고, Snow Anchor를 이용한 Belay방법과 혹은 다섯 명이 들기도 하며 300feet 아래의 Helicopter가 내릴 수 있는 곳까지 옮겨 갔다고 한다. 13,000feet의 고도에서 맨몸으로 움직이기도 힘든 터에, 춥디추운 밤에 (영하 11도정도) 정말 그들의 투철한 직업 정신과 경험, 용기와 힘이 없이는 안되는 일이었다.

 

그리고 눈을 파서 Shelter를 만드는 중에, 내일 아침에 올 Police Helicopter대신 Edwards Air Force Base에서 공군 연습용으로 개조된 Black Hawk의 일종인 Pave Hawk을 새벽 한시쯤에 보낸다는 소식을 받았다. 이 기종은 야간 비행장치가 되어서 군 구조작전에 사용하는 것이라고 한다.

 

새벽 한시쯤, Full Night Flying Mode (불도 안켜고, Night Vision Goggle과 여러 하이텍 장비를 사용하는 비행방법)로 착륙하여 다섯 명이 상긍이를 옮겨 싣고 모두 Lone Pine 비행장까지 가서 Emergency Medical Helicopter에 옮겨 태워 Bakersfield의 병원으로 공수된 것이다. Helicopter가 4대나 움직이며 실행된 대단한 구조작전 이었다.

 

모든 조종사들, 세 명의 구조대원, 그리고 처음부터 정확한 처치를 하며 함께 있어준 의사와 간호사 모두에게 감사한다. 그 외에 무슨 말을 더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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