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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룡포 일본인 가옥거리, 동백꽃, 그리고 모밀국수

 

                                                                                                                                                                               구 자 문 

  토요일 오전에 차를 몰아 구룡포로 향했다. 필자가 사는 양덕동은 시가지 북쪽인데 구룡포는 포항시가지를 남쪽으로 가로질러 교외지역 먼 바닷가에 자리잡고 있다. 포항시 자체가 서울시의 1.8배에 이를 만큼 넓어서 반고속도로이자 도시 순환도로인 산업도로를 타고 20여분 운전해가니 포항공항 남측 구도해변에 다다랐고, 다시 구룡포로 향하는 고속화도로를 타고 남쪽으로 향했다. 10분여 가니 구룡포입구로 들어섰다. 20년전만 해도 구룡포 가는길은 바닷가 길을 따라 멀고 멀었다. 하지만 고속화도로가 생기면서 아주 편하게 다녀올 수 있는 길이 되었다. 


  구룡포시내로 들어서니 많은 차들이 오가고, 길가에는 화려한 간판의 대게식당, 활어회식당, 커피숍들이 줄지어 있고 바닷가에는 많은 어선들이 정박해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수도권을 비롯해 많은 지역이 긴장해있는데도 불구하고 비교적 안전한 지역인 포항·경주·울산이라서인지 사람들이 많이 찾고 있는 듯하다. 시가지 끝부분 위치한 넓은 공용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그리고 길을 건너니 일본인 가옥거리 입구가 나타났다. 여러차례 와본적이 있고 칼럼을 쓴적도 있지만 이날은 한 대학동창을 만나기로 했기에 전화로 물어가며 그가 있는 음식점을 찾아갔다. 따가운 햇볕아래, 좀 더운듯도 하지만 좁은 거리는 선남선녀들로 가득찼다. 특히 얼마전 '동백꽃 필무렵'이라는 드라마를 찍었던 까멜리아라고 하는 카페 앞에는 많은 이들이 사진을 찍기 위해 모여 있다. 일본인 가옥거리를 조성한것도 좋은 아이디어이며 많은 관광객들이 찾고 있지만, 이 드라마 한편으로 더욱 많은 이들이 이곳을 찾고 있다.


   일본인들이 구룡포에 입성한 것은 100여년 전 쯤으로 알려져 있다. 조선시대까지만 해도 구룡포는 조용한 어촌마을이었는데, 일제강점기 이곳이 최적의 어업기지로 떠올랐다. 큰 배가 정박할 곳이 생기자 많은 수산업 종사자들이 대거 구룡포로 몰려오게 되어 1932년에는 300가구에 달할 정도였다고 한다. 어업, 운반업 등 분야의 선박경영으로 점점 부유해진 일본인들은 집단거주지를 형성하기 시작했다. 음식점, 술집, 백화점, 여관 등이 들어서며 날로 번창해서 구룡포가 지역상권의 중심역할을 하게 되었다. 그후 일본인들은 물러가고 또 70여년의 세월이 흘렀는데, 지금도 약 500m의 골목에 80여 채의 일본식 가옥이 남아있다. 이 적산가옥들이 2012년 포항시에 의해 일본인 가옥거리라는 명칭으로 단장을 하게 되고 지역의 브랜드로 자리잡게 된 것이다.


  까멜리아는 영어로 동백꽃인데, 이제 일본인 가옥거리의 로고가 동백꽃이 된듯 보인다. 많은 이들이 이 까멜리아를 찾고도 있지만, 인근 선물가게에도 빨간 동백꽃 무늬의 옷과 가방들이 전시되어 있다. 약간을 헤메다가 드디어 목적지인 음식점에 도착했다. 주말이면 집안일 도움차 알바 중이라는 동창도 만나고, 그의 고향후배도 만나 이집의 대표음식이라는 모밀국수를 시켰다. 서울저명대가로부터 전수받은 솜씨 탓인지 소스하며 맛이 아주 탁월했다. 이 동창도 온몸을 덮는 동백꽃 무늬의 앞치마를 걸치고 있었다. 인근에 위치한 지인의 가게도 찾았다. 이곳은 일본옷을 빌려주는데, 이 빌린옷과 양산을 쓰고 사진촬영에 열중하는 여성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이 곳은 일본인 가옥거리의 대표적인 장소이기도 하고 주인 자신이 일본에 오래 거주 했던 분인데, 필자와는 일년에 두어번 마주칠 뿐이지만 근10년간 알고지내며 마음으로나마 응원해주고 싶은 분이다. 이분이 없으면 이 일본인 거리가 제대로된 색깔을 낼수 있을까 하는 조바심 들 정도로 이곳 조성에 많은 공을 들이던 분이다. 함께 식사도 하고 그 인근 찻집에서 차한잔 마시며 담소를 나누던 후배는 이곳 토박이로서 오징어잡이 선장은 아니고 관련 유통제조업을 하는 분인데, 이곳 토산품인 과메기, 대게, 오징어 등에 대해 담소를 나누었다.


  구룡포는 현대적인 모습을 보이면서도 지난 역사의 한모습을 지닌 특별한 곳이다. 방문객들은 이곳에서 항구의 정취와 과거의 모습을 경험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하지만 이 일본인 가옥거리가 좀 더 길게 형성되었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건물형태며 광고판도 나름의 가이드라인이 있으면 좋겠다. 아직 정비해야할 적산가옥들이 남아 있기도 하겠지만, 현재 정비된 곳과 이어서 비슷한 분위기를 조성하되, 간판들도 상호들도 좀 더 일본의 분위기를 풍기면 좋을 것같다. 한국인 방문객들이 많으니 한글로 병기를 하더라도 말이다. 과거에 구룡포를 바탕으로 여명의 눈동자라는 드라마를 찍은 적이 있는데, 그때 일제시대의 모습을 그대로 지닌 거리는 거의 사라졌다. 이제 과거 일제시대의 영화나 드라마를 찍자면 영화촬영장이 따로 조성되어야 할 것으로 본다. 앞으로도 동백꽃 필무렵처럼 현대적인 구룡포거리를 배경으로 찍어질 영화나 드라마가 나타날 수도 있다고 보는데, 원양어선 즐비한 특색있는 항구로서 그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2020년 8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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