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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지 않는 기술 한국

그래픽=최종윤 yanjj@joongang.co.kr

그래픽=최종윤 yanjj@joongang.co.kr

문재인 대통령은 광복절 경축사에서 “아무도 흔들지 못하는 나라를 만들자”고 말했다. 흔들리지 않는 나라는 어떤 나라인가?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기에, 그 꽃이 아름답고 그 열매 성하도다”라는 용비어천가 2장이 떠올랐다. 맞다.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듯이, 뿌리가 튼튼한 나라는 외세에 흔들리지 않는다. 그러면 과연 국가의 뿌리는 무엇인가? 일본은 지금 ‘기술’로 대한민국을 흔들고 있다. 기술이 국가의 뿌리임이 분명하다.
 

한 송이의 꽃이 피고 과일이 맺히기 위해서는 봄부터 밭을 갈고 거름을 주고 물을 주어야 한다. 이러한 오랜 노력을 모르는 사람들은 가을 수확 마당에 와서, 어떻게 하면 빛 좋은 과일을 따 먹을까만 논의한다. 제품의 생산과 수출은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처럼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제품을 어떻게 개발하고, 잘 만들 것인가 논하는 사람은 많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우리 국민에게는 위기 극복의 DNA가 있다고 믿는다. 5000년 역사 속에서 수많은 외침을 받고도 살아남아 오늘 세계 10대 경제 대국을 이루었다. IMF 외환위기 때에도 세계인들이 놀랄 정도로 빠른 기간에 극복하였다. 지금 일본의 경제 도발로 국가의 산업이 흔들리고 있지만, 이것 또한 지혜롭게 극복해낼 것이다. IMF 외환위기 덕분에 구조개혁을 하여, 10년 후에 닥친 미국발 금융 위기에 큰 고통 없이 견딜 수 있었다. 훗날 일본의 경제 도발은 한국의 산업구조가 튼튼해지게 만드는 자극제가 되었다고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나는 이 위기의 순간이 훗날 자랑스러운 역사로 기록되기 위한 세 가지를 제안한다.
  
국산화할 부품 정해 꾸준히 지원해야
 
첫째, 미래 산업구조 종합 전략이 필요하다. 하나의 완제품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수만, 수천 개의 원료·소재·부품이 필요하다. 여기서 소재는 일반적으로 원료를 가공하여 얻는 중간 단계의 원자재를 말한다. 어느 기업이든 또는 국가든 이러한 모든 것을 자체 생산한다면 이상적인 산업구조를 가졌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모든 원료를 생산하는 나라는 없다. 그리고 모든 소재·부품을 자체 생산하는 나라도 없다. 모두 만든다 해도 품질과 가격 측면에서 국제 경쟁력을 가지란 법이 없다.  
 
그래서 최종 제품을 생산하는 회사는 전 세계에서 가장 값싸고 품질 좋은 것을 구입하여 사용한다. 혹시라도 지나친 애국심으로 국산 부품만 사용하다가는 완제품이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렵다. 자연스럽게 국제적인 분업 체계가 형성되는 것이다. 이것은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값싸고 품질 좋은 최고의 제품을 찾다 보니 그러한 분업 체계가 형성된 것이다.
 
이러한 국제 분업 체계에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어느 한 나라가 도발을 하면 전체 질서가 무너진다. 그래서 대기업들은 부품 구입처를 복수로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 일본 사태처럼 어느 우방 국가가 도발하는 경우는 예상하지 못했던 것 같다.
 
이번 기회에 정부는 소재·부품의 종합적인 수급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어차피 모든 소재·부품을 우리가 생산할 수는 없다. 선택과 집중을 통하여 국산화해야 할 아이템을 선정해야 한다. 이때 소재·부품의 구입처와 기술 수준을 따져봐야 한다.  
 
수입국을 다변화해야 할 품목은 어떤 것이고, 국산화해야 할 것은 어떤 것인지 정해야 한다. 국산화로 정해진 제품에 대해서는 인내심을 가지고 지원한다. 기술 개발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정치인과 공무원들의 조급증은 일을 그르치기 쉽다.
  
규제, 국내이슈로만 봐선 안돼
 

아베. [EPA=연합뉴스]

아베. [EPA=연합뉴스]

둘째, 국제 수준으로 규제를 개혁해야 한다. 이번 위기의 큰 교훈은 규제도 경쟁국들 사이의 경쟁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점이 될 것 같다. 우리나라의 당면 문제는 기술도 아니고 돈도 아니다. 물론 돈도 필요하고 기술도 필요하다. 규제는 이러한 노력을 송두리째 포기하게 하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 예를 들어서 우리나라는 몇 년 전에 안전과 환경을 위하여 불화수소산 가스에 관한 규제를 강화했다. 그런데 그 규제가 국가를 위험에 빠뜨리는 하나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이제는 규제도 국내 이슈로만 생각하지 말고, 경쟁국과 비교하여 규제 정책을 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산업의 육성이 남의 일이 아니라, 바로 나의 일자리는 물론 국가적인 위기로 커질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수년째 논의만 하는 데이터 사용에 관한 규제, 의료산업 발전에 관한 원격의료 규제, 디지털 금융에 관한 규제, 공유경제 관련 규제 등이 모두 국제 경쟁 관계에 있다. 지구 상에는 대한민국만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경쟁국들이 많이 있다. 우리가 편안히 쉬고 있는 사이에 경쟁자들은 맹렬히 기술을 개발하고 시장을 개척하여 우리의 시장을 침범한다. 남의 일이 아니다. 내 자식의 일자리다.
  
국내기업 죽이려는 외국 술수 경계해야
 
셋째, 대기업에 당부하는 말이다. 세계에서 최고로 값싸고 좋은 제품을 만들기 위하여 세계 최고의 가성비를 보이는 소재·부품을 사용하는 것을 비난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일본 사태에서 봤듯이 위험 요소는 언제나 존재한다. 아무리 작은 부품이지만 거래처에서 문제가 생기면 전체 공정에 영향을 끼친다. 그동안 소재·부품·장비를 살 때 항상 거래처 다변화를 생각해왔지만, 국가별 의존성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듯하다.
 
소재·부품은 대체로 중소기업이 생산하여 대기업에 납품하는 경우가 많다. 대기업은 기본적으로 최고 수준의 제품만 산다. 모든 일이 그렇듯이 처음 하는 일은 만족스럽지 못하다. 중소기업이 처음에 제품을 만들면 품질이 완벽하기 어렵다. 대기업의 기준은 한꺼번에 뛰어넘기 어려운 산이다. 이때 대기업의 도움이 필요하다. 국산화하려는 중소기업의 제품을 테스트할 기회를 제공하고 부족한 부분을 지적한다. 중소기업은 결국 대기업의 기준을 만족시켜 협력회사에 진입한다. 우리나라의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협력 관계가 대부분 이렇게 형성된 경우가 많다.
 
 

그러나 모든 중소기업이 이러한 대기업의 호의를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어떤 경우에는 국내 중소기업의 국산화 노력을 단지 외국 제품의 가격을 깎는 데 활용하고 버리는 사례도 있다. 국내 기업이 국산화한다는 소식을 들으면 외국 회사는 가격을 대폭 낮춘다. 덤핑으로 국내 회사를 죽이려는 계산이다. 의식이 없는 대기업은 이러한 술수에 넘어간다.
 
천신만고 끝에 비슷한 수준의 제품을 만들었지만, 결국 버림받고 피를 토하는 중소기업이 많이 있었다. 어쩌면 이번에 일본의 공격을 받는 소재도 이러한 사정으로 국산화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 소재·부품을 생산하는 중소기업을 키워 놓지 않은 결과 대기업이 어렵게 되는 것을 목격하고 있다. 이번 일본의 경제 보복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이 얼마나 소중한지 인식하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
 
이번에 일본이 가르쳐준 교훈이 크다. 규제정책은 경쟁국들의 규제 수준을 봐가며 정해야 국가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 특정 소재·부품을 생산하는 기술과 기업의 존재 여부는 국가를 흔들리게 할 수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은 글로벌하게 보면 공동 운명체다. 5년 후인 2024년, 이렇게 쓸 수 있게 되길 바란다.
“땡큐, 아베! 당신 덕분에 대한민국은 흔들리지 않는 산업구조를 가지게 되었다.” 
 
이광형 KAIST 바이오뇌공학과 겸 문술미래전략대학원 교수·리셋 코리아 4차산업혁명 분과장

[출처: 중앙일보] [이광형의 퍼스펙티브] 아베의 경제 도발을 산업구조 혁신하는 계기로 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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