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농게시판

선농게시판

조회 수 908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수필)      양란꽃을 사러 모란장에 가 보다.                      청초  이용분(7회)


  • 집안에 가만히 있으려니 화창한 날씨가 마음을 유혹한다. 오늘은 초나흩날 모란장날이다.
    최근 들어 건강이 여의치 않으니 장에 가 본지도 한참 되었다.

    우선 몇 가지 살 것을 메모 하고 가벼운 기분으로 집을 나섰다. 장터에서 내가 찾기 쉽도록 남편은 빨간 야구 모자를 쓰고 나선다. 그는 빨간 모자가 잘 어울리지만 내가 그 모자를 보고 찾은 적은 드물다. 장터에 가면 아는 사람을 만날 일은 별로 없으니 편한 차림이 제일이다.

    물건을 싣고 올 작은 시장 끌개를 끌고 길을 떠났다. 오늘따라 야탑 지하철역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다. 앞차가 지나간지 한참 된 모양이다. 바로 도착한 차안에도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빼곡이 타고 있다. 그중 한 패거리 등산복 차림의 젊은이들이 마치 차안이 자기들만의 공간인 듯 제멋대로 떠들며 어수선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모란역에 도착하자 그들을 비롯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빠져 나가니 차칸이 휑하니 빈다. 우리도 따라 내렸다.

    보나마나 오늘 모란장터에는 사람이 넘쳐 나겠구나...
    시장으로 나가는 엘리베이터에는 이미 장을 보고 내려 오는 사람, 우리처럼 시장쪽으로 나가려는 수 많은 사람들이 엇갈리며 내려오간다. 시장으로 들어가는 길몫은 그야 말로 인산인해다. 지상으로 오르자 제일 먼저 특정 종교를 선전하는 확성기의 커다란 음향이 우리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매번 이곳에 오면 느끼는 일이지만 저를 말릴 어떤 제도도 없는 걸까...

    언제나 하는것 처럼 남편은 꽃구경에 관심이 많다. 특히 오늘은 어버이날에 찾아 올 우리 아이들을 맞으려 예쁜 양란을 사기로 했었다. 그는 우선 꽃을 보러 가야 된단다. 아무리 오랜 세월을 함께 살았어도 취향은 각각이다. 나는 원래의 목적인 생선을 사기위해 생선가게가 있는 곳으로 가기로 하고 휴대폰으로 연락을 하기로 약속 했다.

    나는 우선 새를 파는 곳으로 발길을 옮겼다. 새를 키우지는 않지만 새에 대해서 관심이 많다. 오늘은 어떤 새들이 새로 들어와 있나 갸웃이 들여다보며 되도록이면 사진을 잘 찍으려 노력하지만 놀란 새가 내 마음을 알턱이 없다.

    내가 결혼 전 친정아버지는 힘든 가계에 조금이나마 보탬을 위해선지 한때 안방 가득히 새장을 들여 놓고 십자매등 새를 키운 적이 있었다. 그러나 재미를 본다고 소문이 나서 후발 주자로 이렇게 뛰어 들때 쯤이면 이미 한철이 지나 간 뒤라 재미는 커녕 잔뜩 손해만 보고 손을 털게 마련이다. 안방 문을 열면 날던 새털과 새똥냄새, 십자매는 새끼를 잘 까서 금세 마리수가 는다. 다른 새의 알도 품어 까내는 품성을 지녔다. 특히 금화조의 알을 품어 새끼를 까게하곤 했었는데 그 새들과 새장은 그후 어찌 처리하셨는지는 모른다.

    봄이 되니 사람들은 포도나무 홍도화.나무묘목을 많이 산다. 한편에서는 상추니 가지 모가 팔린다. 고추 모는 다섯 구루만 심어 놓으면 풋고추를 실컷 따 먹는단다. 아카시아 잎처럼 생긴 게 눈에 낯이 선 모종이 있어 물어 보니 땅콩 모종이란다. 화분에 심어 놓으면 화분 속 하나 가득 땅콩이 연단다. 재미 있다고 생각은 들었으나 번거럽다는 생각이 들어 묻기만 하였다. 씨앗들도 팔고 있지만 어디 심을 곳이 있어야지...

    각가지 곡식과 잡곡들, 인삼가게, 맷돌에 엿기름가루를 돌리는 할머니, 어울리지 않게 느닷없이 한 묶음씩 묶어 놓은 소금에 절인 칼치, 생각보다는 아주 크고 싸지만 머릿속에 커다란 뼈가 들어 있는 외국산 칼치를 잘못 사게 되면 정말 맛이 없다. 통과.

    생선가게를 찾아 갔다. 참치 두 마리에 만원, 얼마 전 까지만 해도 3마리는 샀었는데 비싸졌다. 고등어자반, 어떤 것은 한손에 7천원을 달라는데 별로 더 커보이지를 않는다. 물건이 싱싱해 보여 한손에 5천원짜리 네 마리에 만원, 마을장보다는 싸려니 하고 샀지만 이 시장가격도 만만치 않다.

    그러자 남편이 찾아와 합류, 2인삼각(三脚) 혼자 다니는 것 보다는 서로 자유가 없다. 마침 가벼운 헌겁가방이 필요해서 가방을 파는 곳에 들렀다. 마음에 드는 게 있어 가격을 물어 보니 만 삼천원이란다. 멀리 있는 남편을 오라하여 모양이 어떻냐고 묻자 그 상인 자기가 물건 값을 잘못 불렀다나... 만 오천 원을 내란다. 우선 지나가는 손님을 잡아놓고 살것 같으니 가격을 올려 부르는 모양. 우리는 그 물건을 내려 놓고 그곳을 떠났다. 사람이 보는 앞에서 어찌 그리 앞뒤가 다를까...

    그다음 다시마를 사기로 했는 데 갑자기 머리가 아프다. 생략. 다음은 팥죽을 사러 가기로 한다. 집에서 부터 스텐 양재기에 뚜껑까지 갖추어 준비 해 왔었다. 이집 팥죽은 팥죽 농도도 진하지만 주인이 아주 상냥하다. 상인은 친절이 우선이다. 새알심이를 비롯 진한 팥죽맛이 시내 어느 유명한 죽집 팥죽 보다 맛이 진하다. 오천원어치를 샀는데,
    "아주 넉넉히 드렸어요."한다.

    이제 양란을 살 차례다. 어느 꽃집에서 보아 두었는지 함께 찾아 가야 될터인데 내가 팥죽을 사는 동안 남편이 어디에 있는지 안 보인다. 요 근처 일 텐데... 아무리 고개를 둘러 보아도 보이지를 않는다. 하는 수없이 휴대폰을 누른다. 드디어 전화를 받는다. 다행이다.

    “여기 알로에 이파리를 파는 곳인데 어디에 계세요.”
    무어라 하는 데 주변 소음 때문에 들리지 않는다.
    “어디라구요?“
    몸을 돌려 뒤를 돌아다보니 남편이 마치 어느 영화의 한 장면 처럼 바로 내 뒤쪽 두어 발자국 떨어진 거리에서 전화를 들고 서 있지 않은가. ㅎㅎㅎ.
    우리는 오랜만에 유쾌하게 웃었다.

    다음은 남편이 보아 둔 꽃집을 찾아 간다. 드디어 몇집을 건너 뛰어 하얀 바탕에 분홍 꽃심이 밖힌 호접란을 한뿌리에 8천원 달라는 걸 두 뿌리에 만 오천원을 주고 샀다. 집에 돌아 와서 남편은 네모진 하얀 화분에 정성스레 심어 내 서재방에 놓아 준다. 예쁘고 마음이 흐뭇하다.

    헌데 이 꽃을 따라 왔는지 어느 새 조그맣고 까만 개미가 내 컴퓨터 책상 위를 제 세상인양 마음대로 돌아다니는 게 아닌가...

    "어얏꼬 초비상이다... "

     




(땅콩 묘)













 

  1. 볼만한 영화입니다 'Purple sunset'

    Date2016.06.08 ByTony(12) Views171
    Read More
  2. 한번 시험해 보시지요?

    Date2016.06.08 ByTony(12) Views118
    Read More
  3. Doggy paddle demonstration(개 헤엄)

    Date2016.06.05 ByTony(12) Views212
    Read More
  4. 세계 제일을 잘 내 세우는게 어떤것일까?

    Date2016.06.04 ByTony(12) Views157
    Read More
  5. 웃으워요?

    Date2016.06.04 ByTony(12) Views147
    Read More
  6. ~ 꽃 모종 나누기

    Date2016.06.03 By이용분 Views421
    Read More
  7. 2016년 5월의 울란바타르

    Date2016.06.03 By캘빈쿠 Views259
    Read More
  8. 웃는 여우 봤어요?

    Date2016.05.27 ByTony(12) Views297
    Read More
  9. 어린이는 솔직 합니다.

    Date2016.05.24 ByTony(12) Views185
    Read More
  10. 모성애는 이유도 끝도 없다.

    Date2016.05.23 ByTony(12) Views188
    Read More
  11. ~ '퇴물되기 십상...'

    Date2016.05.21 By이용분 Views234
    Read More
  12. ~ 양란꽃을 사러 모란시장에 가 보다.

    Date2016.05.17 By이용분 Views908
    Read More
  13. Classic sports cars of yesterday

    Date2016.05.17 ByTony(12) Views181
    Read More
  14. All life is sacred

    Date2016.05.16 ByTony(12) Views231
    Read More
  15. ~ 아! 세월의 덧없슴이여....

    Date2016.05.13 By이용분 Views244
    Read More
  16. 짐승들도 사람이나 똑 같이 다루어야 된다.

    Date2016.05.12 ByTony(12) Views187
    Read More
  17. 야구 좋아 하면 한번 꼭 보세요

    Date2016.05.12 ByTony(12) Views208
    Read More
  18. 이런것을 보며

    Date2016.05.08 ByTony(12) Views241
    Read More
  19. 금년에는 이른 봄에 가물다고 걱정이였는데

    Date2016.05.05 ByTony(12) Views155
    Read More
  20. 여우가 우는 소리 들어 봤습니까?

    Date2016.05.05 ByTony(12) Views269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51 52 53 54 55 56 57 58 59 60 ... 96 Next
/ 96